한겨울 추위가 성큼 다가왔다. 미혼 남녀들에게 겨울은 ‘늑대 코트’와 ‘여우 목도리’가 더욱 절실한 계절. 허리춤을 파고드는 스산한 바람을 막아주고 따뜻하게 손잡아줄 사람이 그리워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결혼 시장’에서 겨울철은 일종의 비수기. 가을철 성수기를 끝내고 나면 몇 달 동안 동면에 들어가야 했던 것이 상례였다. 그렇지만 이번 겨울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왜? 21세기가 목전에 닥쳤으므로.
“21세기를 ‘솔로’로 맞기는 싫다.” 20세기가 가기 전에 결혼을 서두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새 천년이 오기 전에 ‘짝짓기’를 해야 한다는 ‘밀레니엄 커플족’들이다.
인천에 사는 회사원 박주오씨(35)와 서울에 사는 회사원 우호순씨(34). 이들도 하마터면 나이를 한 살 더 먹은 채 새 천년에도 노총각 노처녀의 탈을 벗지 못할 뻔했다. 그러나 이들은 지금 12월 중에 결혼하기로 약속하고 결혼 준비에 한창이다.
이들이 미혼 남녀들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결혼정보회사 ‘미래결혼정보서비스’(www.mirre.co.kr)의 도움으로 처음 만난 것이 9월16일. 거주지가 서로 멀고 근무 패턴도 달라 일주일에 한 번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다섯 번의 데이트 끝에 초스피드로 결혼을 약속했다.
결혼비수기 불구 예식장 북적
“또 혼자서 새해 해맞이를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끔찍했습니다. 더구나 새해는 21세기의 시작인데, 새 세기의 첫날마저도 혼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비참하더군요. 이번에는 어떻게 해서든 ‘짝’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박주오씨의 말이다. 이들에게 곧 마감할 처녀 총각 시절은 어떤 느낌일까. “총각 생활은 너무 지긋지긋했어요. 그동안 누려볼 자유도 만끽했고, 정말로 아무 미련 없습니다.” (박씨) “저도 마음껏 자유를 누려보았죠. 후회도 없고 아쉬움도 없어요. 새 천년과 더불어 새로 시작하는 게 너무 좋죠.”(우씨)
‘미래결혼정보서비스’의 회원관리-상담팀의 김미나컨설턴트는 “11월 들어 성수기인 10월보다 문의 전화나 가입 회원수가 20% 이상 급증했다”면서 “겨울에는 결혼식을 올리지 않으려는 일반적인 생각을 깨고, 12월 중 결혼을 예정하고 있는 커플도 내가 맡은 회원만 10커플 이상”이라고 말한다. 이 회사에서는 바비큐 미팅, 수상스키 미팅, 라면요리 미팅 등 각종 기발한 ‘테마 이벤트’를 개발해 ‘솔로’ 들의 짝을 찾아주고 있다.
서울 거주의 프리랜서 카메라맨 김도형씨(29)와 경기도 시흥 거주의 장송희씨(29). 돼지띠 동갑내기인 이들은 12월26일 결혼식을 올린다. “98년 1월에 처음 만났으니까 연애만 거의 2년 한 셈이죠. 처음 봤을 때부터 ‘이 여자다,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러나 서로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왠지 세기말을 넘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김씨) “잘 몰랐는데 생각해 보니까 신혼여행 중에 세기가 바뀌더군요. 너무 근사하잖아요. 신혼여행을 하면서 두 세기를 경험하니까 다른 커플보다 훨씬 더 잘 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장씨)
이들의 만남은 좀 독특하다. 사이버결혼정보회사인 ‘닥스클럽’(www. daksclub.co.kr)의 ‘사이버 미팅’을 통해서 서로를 만났던 것. 사이버 미팅은 이 회사의 적정한 신원 확인을 거친 회원들이 열두 가지 검색 조건에 따른 이성 회원들의 프로필을 확인하고 자신에 맞는 상대방을 골라 전자우편으로 교제하는 방식. 서로 만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시간에 쫓기는 결혼 적령기 청춘남녀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닥스클럽’은 지난 10월25일부터 ‘사이버 미팅 대축제’를 벌이고 있는데, 현재 약 5000여명이 참가 의사를 밝힌 상태. 참가 희망자들의 ‘클릭’ 폭주로 당초 12월10일로 마감하려던 행사를 31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닥스클럽측에 따르면 행사 시작 20여일만에 결혼을 ‘찜’한 커플이 20여쌍. 특히 회사원 이한승씨(35)와 소아과 의사 신혜영씨(33)는 사이버 미팅 5일만에 초고속으로 결혼에 합의, 12월18일로 결혼 날짜를 잡았다. “노총각 노처녀로는 도저히 20세기를 넘길 수 없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 회원관리팀의 배혜란컨설턴트는 “시기적으로 세기말과 겨울이 겹쳐 솔로로 그냥 있기엔 ‘왠지 불안한’ 청춘 심리가 결혼으로 이어지는 듯하다”고 말한다.
12월23일 결혼하는 회사원 김명석씨(32)와 김은진씨(30)도 ‘초스피드 결혼 대열’에 합류한 사람들. 부모님이 주선한 맞선으로 만나게 된 이들은 “한살 더 먹기 전에 마지막 세기를 장식한다는 마음으로 결혼을 서두르게 됐다”면서 “아마 다음 세기의 젊은이들은 우리처럼 결혼에 대해 속박받지 않을 것” 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은진씨는 “전에는 만난지 얼마 안돼서 빨리 결혼하는 친구를 보면 좀 더 사귀고 찬찬히 알아본 다음에 결혼하지 왜 저렇게 서두르나 생각했는데, 요즘은 마음에 맞으면 뭐하러 시간을 끄나 생각하게 됐다”면서 “비록 늦은 결혼이지만 ‘20세기가 가기 전에는 결혼할 거야’라고 친구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한다.
‘밀레니엄 커플족’의 공통점은 모두 2000년에 아기를 갖고 싶어한다는 사실. 2000년생의 ‘밀레니엄 베이비’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에겐 결혼의 또 다른 목적이 되기도 한다. 예비신부 장송희씨는 “새 세기의 출발과 함께 아기도 자신의 역사를 출발한다는 것은 멋진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새 천년. 이 앞에서는 ‘우아한 솔로’도 공허한 외침일까. 오늘도 많은 청춘들이 ‘따뜻한 새해’를 맞기 위해 여기저기서 짝을 ‘찜’하는 중이다.
그러나 ‘결혼 시장’에서 겨울철은 일종의 비수기. 가을철 성수기를 끝내고 나면 몇 달 동안 동면에 들어가야 했던 것이 상례였다. 그렇지만 이번 겨울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왜? 21세기가 목전에 닥쳤으므로.
“21세기를 ‘솔로’로 맞기는 싫다.” 20세기가 가기 전에 결혼을 서두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새 천년이 오기 전에 ‘짝짓기’를 해야 한다는 ‘밀레니엄 커플족’들이다.
인천에 사는 회사원 박주오씨(35)와 서울에 사는 회사원 우호순씨(34). 이들도 하마터면 나이를 한 살 더 먹은 채 새 천년에도 노총각 노처녀의 탈을 벗지 못할 뻔했다. 그러나 이들은 지금 12월 중에 결혼하기로 약속하고 결혼 준비에 한창이다.
이들이 미혼 남녀들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결혼정보회사 ‘미래결혼정보서비스’(www.mirre.co.kr)의 도움으로 처음 만난 것이 9월16일. 거주지가 서로 멀고 근무 패턴도 달라 일주일에 한 번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다섯 번의 데이트 끝에 초스피드로 결혼을 약속했다.
결혼비수기 불구 예식장 북적
“또 혼자서 새해 해맞이를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끔찍했습니다. 더구나 새해는 21세기의 시작인데, 새 세기의 첫날마저도 혼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비참하더군요. 이번에는 어떻게 해서든 ‘짝’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박주오씨의 말이다. 이들에게 곧 마감할 처녀 총각 시절은 어떤 느낌일까. “총각 생활은 너무 지긋지긋했어요. 그동안 누려볼 자유도 만끽했고, 정말로 아무 미련 없습니다.” (박씨) “저도 마음껏 자유를 누려보았죠. 후회도 없고 아쉬움도 없어요. 새 천년과 더불어 새로 시작하는 게 너무 좋죠.”(우씨)
‘미래결혼정보서비스’의 회원관리-상담팀의 김미나컨설턴트는 “11월 들어 성수기인 10월보다 문의 전화나 가입 회원수가 20% 이상 급증했다”면서 “겨울에는 결혼식을 올리지 않으려는 일반적인 생각을 깨고, 12월 중 결혼을 예정하고 있는 커플도 내가 맡은 회원만 10커플 이상”이라고 말한다. 이 회사에서는 바비큐 미팅, 수상스키 미팅, 라면요리 미팅 등 각종 기발한 ‘테마 이벤트’를 개발해 ‘솔로’ 들의 짝을 찾아주고 있다.
서울 거주의 프리랜서 카메라맨 김도형씨(29)와 경기도 시흥 거주의 장송희씨(29). 돼지띠 동갑내기인 이들은 12월26일 결혼식을 올린다. “98년 1월에 처음 만났으니까 연애만 거의 2년 한 셈이죠. 처음 봤을 때부터 ‘이 여자다,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러나 서로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왠지 세기말을 넘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김씨) “잘 몰랐는데 생각해 보니까 신혼여행 중에 세기가 바뀌더군요. 너무 근사하잖아요. 신혼여행을 하면서 두 세기를 경험하니까 다른 커플보다 훨씬 더 잘 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장씨)
이들의 만남은 좀 독특하다. 사이버결혼정보회사인 ‘닥스클럽’(www. daksclub.co.kr)의 ‘사이버 미팅’을 통해서 서로를 만났던 것. 사이버 미팅은 이 회사의 적정한 신원 확인을 거친 회원들이 열두 가지 검색 조건에 따른 이성 회원들의 프로필을 확인하고 자신에 맞는 상대방을 골라 전자우편으로 교제하는 방식. 서로 만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시간에 쫓기는 결혼 적령기 청춘남녀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닥스클럽’은 지난 10월25일부터 ‘사이버 미팅 대축제’를 벌이고 있는데, 현재 약 5000여명이 참가 의사를 밝힌 상태. 참가 희망자들의 ‘클릭’ 폭주로 당초 12월10일로 마감하려던 행사를 31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닥스클럽측에 따르면 행사 시작 20여일만에 결혼을 ‘찜’한 커플이 20여쌍. 특히 회사원 이한승씨(35)와 소아과 의사 신혜영씨(33)는 사이버 미팅 5일만에 초고속으로 결혼에 합의, 12월18일로 결혼 날짜를 잡았다. “노총각 노처녀로는 도저히 20세기를 넘길 수 없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 회원관리팀의 배혜란컨설턴트는 “시기적으로 세기말과 겨울이 겹쳐 솔로로 그냥 있기엔 ‘왠지 불안한’ 청춘 심리가 결혼으로 이어지는 듯하다”고 말한다.
12월23일 결혼하는 회사원 김명석씨(32)와 김은진씨(30)도 ‘초스피드 결혼 대열’에 합류한 사람들. 부모님이 주선한 맞선으로 만나게 된 이들은 “한살 더 먹기 전에 마지막 세기를 장식한다는 마음으로 결혼을 서두르게 됐다”면서 “아마 다음 세기의 젊은이들은 우리처럼 결혼에 대해 속박받지 않을 것” 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은진씨는 “전에는 만난지 얼마 안돼서 빨리 결혼하는 친구를 보면 좀 더 사귀고 찬찬히 알아본 다음에 결혼하지 왜 저렇게 서두르나 생각했는데, 요즘은 마음에 맞으면 뭐하러 시간을 끄나 생각하게 됐다”면서 “비록 늦은 결혼이지만 ‘20세기가 가기 전에는 결혼할 거야’라고 친구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한다.
‘밀레니엄 커플족’의 공통점은 모두 2000년에 아기를 갖고 싶어한다는 사실. 2000년생의 ‘밀레니엄 베이비’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에겐 결혼의 또 다른 목적이 되기도 한다. 예비신부 장송희씨는 “새 세기의 출발과 함께 아기도 자신의 역사를 출발한다는 것은 멋진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새 천년. 이 앞에서는 ‘우아한 솔로’도 공허한 외침일까. 오늘도 많은 청춘들이 ‘따뜻한 새해’를 맞기 위해 여기저기서 짝을 ‘찜’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