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20%를 훌쩍 넘겼던 MBC 주말극 ‘환상의 커플’ 주인공 한예슬의 대사 ‘꼬라지 하고는~’을 엄정화가 했다면 어땠을까. 올 여름 때 아닌 빙의 논란까지 일으켰던 SBS 미니시리즈 ‘돌아와요 순애씨’의 조강지처 심혜진의 연기를 황신혜가 했다면 맛이 더 살았을까. 대박을 터뜨린 사극 ‘주몽’의 주인공 역을 송일국이 아닌 안재욱이 했어도 지금처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을까.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그리고 궁금한 이 질문들은 실제로 ‘벌어질 뻔했던’ 가정이다.
주몽 역 캐스팅 당시 1순위로 거론됐던 연기자는 안재욱이었다. 하지만 사극이 버거웠는지 안재욱은 ‘주몽’ 대신 KBS의 경쟁작 ‘미스터 굿바이’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주몽’에 밀려 참패했다. 한예슬의 경우 지난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정려원을 스타덤으로 이끈 희진 역을 맡을 뻔했다. 그러나 SBS ‘그 여름의 태풍’ 주인공을 선택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영화에서도 이러한 ‘엇갈린 캐스팅’은 많았다. 최근 개봉한 ‘미녀는 괴로워’의 주인공 김아중은 맨 후순위 캐스팅이었지만 결국 이 역할을 잡았고, 영화는 ‘김아중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김태희의 첫 영화 주연작인 블록버스터 판타지 영화 ‘중천’의 소화 역은 가장 먼저 심은하에게 갔지만 결혼으로 불발됐다. 극진 가라테를 창시한 최배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바람의 파이터’에는 가수 비(정지훈)가 낙점될 뻔했지만 결국 양동근에게 돌아갔다.
대개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 감독이나 드라마 PD들은 시나리오를 통해 그 역할이 누구에게 맞을지 다각도로 검토한다(감독이나 제작자의 역량이 작을 경우에는 배우부터 정하고 시나리오나 시놉시스를 맞출 때도 있다). 이렇게 역할에 맞는 배우를 검토하고 나서 보통 1순위부터 3순위까지 목록을 작성해 소속사나 배우들에게 직접 건넨다. 배우 입장에서는 상대 배우가 자기와 ‘급’이 맞는지, 아니면 서로 시너지 효과가 날 만한 배우인지, 감독은 연출력이 좋고 원만한 성격의 사람인지, 제작사는 돈 걱정이 없는 곳인지, 차후 스케줄은 어떻게 이어갈지를 면밀히 검토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
당연히 2순위, 3순위로 캐스팅된 배우는 기분이 유쾌할 리 없다. 자신을 생각하며 만든 작품이 아니라 ‘남이 버린 작품’에 끼어든 느낌 때문.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와 배우의 노력 여하에 따라 이러한 기분과 상황은 얼마든지 뒤집어진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란 듯이 성공시켜 뒤늦게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가를 높이는 연기자가 생기는가 하면, 반대로 캐스팅을 거부하면서 쇠락하는 연기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 장군 역으로 유명한 김명민은 언젠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나도 ‘땜빵’ 연기를 많이 해봤다. 그런데 기분 나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의 우려를 한 번에 날려보낼 때의 희열은 두 배가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연기자들은 자기가 포기한 역할이 성공했을 때 “나와 인연이 안 닿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그 사람에게 간 것은 결국 그 사람에게 갈 운명이었던 것”이라고 담담하게 얘기한다. 물론 쓰린 속마음이야 누가 모르겠는가.
지금도 캐스팅 때문에 고민하는 연기자와 주변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 알 수 없는 미래와 가능성을 두고 고민하는 사람들. 이들에게 한마디 충고 아닌 충고를 던진다.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인 ‘패션 7080’에 등장하는 대사인 “느낌 갖고 호흡 갖고 필~ 충만할 때, 그때 판단하란 말야”라고 말이다.
주몽 역 캐스팅 당시 1순위로 거론됐던 연기자는 안재욱이었다. 하지만 사극이 버거웠는지 안재욱은 ‘주몽’ 대신 KBS의 경쟁작 ‘미스터 굿바이’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주몽’에 밀려 참패했다. 한예슬의 경우 지난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정려원을 스타덤으로 이끈 희진 역을 맡을 뻔했다. 그러나 SBS ‘그 여름의 태풍’ 주인공을 선택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영화에서도 이러한 ‘엇갈린 캐스팅’은 많았다. 최근 개봉한 ‘미녀는 괴로워’의 주인공 김아중은 맨 후순위 캐스팅이었지만 결국 이 역할을 잡았고, 영화는 ‘김아중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김태희의 첫 영화 주연작인 블록버스터 판타지 영화 ‘중천’의 소화 역은 가장 먼저 심은하에게 갔지만 결혼으로 불발됐다. 극진 가라테를 창시한 최배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바람의 파이터’에는 가수 비(정지훈)가 낙점될 뻔했지만 결국 양동근에게 돌아갔다.
대개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 감독이나 드라마 PD들은 시나리오를 통해 그 역할이 누구에게 맞을지 다각도로 검토한다(감독이나 제작자의 역량이 작을 경우에는 배우부터 정하고 시나리오나 시놉시스를 맞출 때도 있다). 이렇게 역할에 맞는 배우를 검토하고 나서 보통 1순위부터 3순위까지 목록을 작성해 소속사나 배우들에게 직접 건넨다. 배우 입장에서는 상대 배우가 자기와 ‘급’이 맞는지, 아니면 서로 시너지 효과가 날 만한 배우인지, 감독은 연출력이 좋고 원만한 성격의 사람인지, 제작사는 돈 걱정이 없는 곳인지, 차후 스케줄은 어떻게 이어갈지를 면밀히 검토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
당연히 2순위, 3순위로 캐스팅된 배우는 기분이 유쾌할 리 없다. 자신을 생각하며 만든 작품이 아니라 ‘남이 버린 작품’에 끼어든 느낌 때문.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와 배우의 노력 여하에 따라 이러한 기분과 상황은 얼마든지 뒤집어진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란 듯이 성공시켜 뒤늦게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가를 높이는 연기자가 생기는가 하면, 반대로 캐스팅을 거부하면서 쇠락하는 연기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 장군 역으로 유명한 김명민은 언젠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나도 ‘땜빵’ 연기를 많이 해봤다. 그런데 기분 나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의 우려를 한 번에 날려보낼 때의 희열은 두 배가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연기자들은 자기가 포기한 역할이 성공했을 때 “나와 인연이 안 닿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그 사람에게 간 것은 결국 그 사람에게 갈 운명이었던 것”이라고 담담하게 얘기한다. 물론 쓰린 속마음이야 누가 모르겠는가.
지금도 캐스팅 때문에 고민하는 연기자와 주변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 알 수 없는 미래와 가능성을 두고 고민하는 사람들. 이들에게 한마디 충고 아닌 충고를 던진다.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인 ‘패션 7080’에 등장하는 대사인 “느낌 갖고 호흡 갖고 필~ 충만할 때, 그때 판단하란 말야”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