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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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환경적 비판 속 여전한 암투 대상

  • 이명재 자유기고가

    입력2007-01-10 16: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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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非환경적 비판 속 여전한 암투 대상

    ‘시리아나’

    자동차 제조회사들이 모터쇼에서 선보이는 미래형 자동차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알아서 운전해주는 첨단 운전장치를 갖추고 있으며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첨단 연료를 쓴다는 점 등이다.

    이런 점에서는 미래 세계를 그린 공상과학영화도 마찬가지다. 가령 스필버그 감독의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왔던 미래형 자동차, 배트맨이 타고 다니는 배트카 모두 첨단 대체연료로 움직인다. 우주 외화시리즈 ‘스타트랙’에 등장했던 반물질 반응로 역시 지금 많은 과학자들이 개발하려고 하는 ‘꿈의 연료’다.

    최소한 영화 속에서는 석유 같은 화석연료는 없다. 석유는 반환경적인 데다 효율도 그리 높지 않으니 언젠가는 없어져야 할 연료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환경재난 영화 ‘투모로우’는 인류가 석유를 마구 써댈 경우 닥칠 수 있는 재앙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묵시록적인 반성문쯤으로 읽힌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슬라이드 강연 내용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은 좀더 실증적이고 냉철한 반성문이다.

    그런 반성과 함께 “화석연료 시대가 마지막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수소혁명, 제레미 리프킨)는 전망까지 곁들이면 과연 ‘석유의 종말’은 그다지 멀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법하다.



    실제로 많은 지질학자들은 석유자원이 몇십 년 안에 고갈할 것이며, 얼마 남지 않은 석유는 정치적으로 불안한 중동에만 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아직은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것이 설령 곧 소멸하고 말 화석연료 시대의 마지막 몸부림이라 할지라도.

    배우 조지 클루니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에 출연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영화 ‘시리아나’는 바로 이 석유를 둘러싸고 강대국의 권력과 거대자본이 얼마나 맹렬한 암투를 벌이고 있는지를 그리고 있다.

    산유국 개혁파 왕자의 포부, 미국 에너지 거대기업의 음모에다 은퇴를 앞둔 미 정보기관 조직원의 얘기 등이 복잡하게 얽힌 이 영화는 9·11 테러 발생 배경에 대한 ‘해설서’로 불리기도 했다.

    새해 유가에 대한 예측이 배럴당 54달러에서 최고 76달러까지 심한 편차를 보이는 등 갈수록 유가를 전망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여러 지정학적 변수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는데, 그만큼 ‘시리아나’의 이야기들이 결코 영화 속 허구만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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