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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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노反한’으로 헤쳐 모여?

독자 생존 어려운 정치세력 결집 가능성 … 여당 의원들 대거 탈당 여부가 관건

  • 김행 여론조사전문가 huneyk@nesinvest.co.k

    입력2006-09-26 15: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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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非노反한’으로 헤쳐 모여?

    2004년 12월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여당에 유력 대권 후보가 없는 초유의 정치 상황이다. 이리저리 갈린 범여권이 하나로 뭉쳐 정권 재창출을 도모한다고 해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여권 내부에서 이런저런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그렇다 보니 온갖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무성하다. 그중 하나가 ‘비노반한(非盧反韓)’ 연대다.

    불씨는 민주당이 당겼다. 7·26 재보선에서 조순형 의원의 당선이 도화선이 되었다. 열성 친노세력을 제외한 범여권과 민주당, 고건 전 총리 측과 중도세력까지를 포괄하는 모양새다. 이른바 ‘범민주 세력의 결집’으로 제3지대에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과연 정치세력화할 수 있을까?

    생존을 위한 꿈틀거림이 이어질 것이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실존의 정치세력 때문이다. 민주당이 그렇고, 고 전 총리가 그렇고, 국민중심당과 이인제 의원 등을 포함한 여타 이탈 세력이 그렇다. 특히 차기 대통령 취임 후 2개월 만인 2008년 4월 총선을 치러야 하는 ‘수도권과 호남의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겐 더욱 절박한 문제다. 만일 열린우리당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다면 수도권은 한나라당으로부터, 호남권은 민주당으로부터 공격받아 다음 총선에서 살아남기가 만만치 않다. 이 같은 정치세력이 모여 ‘비노반한’을 꿈꿔볼 것이다.

    그러나 ‘비노반한’ 세력이 결집한다고 해도 그 세력이나 정치적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몇 가지 한계 상황이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노무현 대통령이 정계개편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 시나리오가 성공하려면 노 대통령을 반대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대거 탈당해 신당에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그만한 용기를 낼 의원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결집해도 영향력 크지 않을 것 ‘전망’



    현재 열린우리당은 의원 141명 중 탄핵 역풍에 힘입어 손쉽게 당선된 인사들이 100여 명에 이른다. 그들은 역풍 덕분에 손쉽게 배지를 달았다는 지적에 반론을 제기하기 힘들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많은 인사들은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앞장서서 노를 비난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오죽하면 이부영 전 당의장에게 과격 상업주의라는 비난까지 들었을까.

    그렇다고 탈당을 감행하기도 어렵다. 정치적 세몰이를 하기엔 역량도 부족하고 바깥세상도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유력 대권 주자가 없는 것도 문제다. ‘비노반한’의 배에 승선할 주자라면 기껏해야 고 전 총리 정도다. 그러나 그 역시 한나라당 후보를 이기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한나라당-친노-비노반한으로 3파전을 치를 경우 상황은 더욱 치명적이다. 필패(必敗) 구도다. 결국 ‘비노반한’은 동력이 떨어지고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 이 시나리오의 치명적 결함이다.

    비노반한은 일시적으로 모인다고 해도 오월동주로서의 한계를 안고 갈 수밖에 없다. 각자 계산이 다르다는 말이다. 18대 총선에서 ‘배지 달기’에 유리한 쪽으로 붙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차기 대통령의 위상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다음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가장 강력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재임 기간에 두 번의 국회의원 공천권을 행사하는 데다, 공천 시기도 절묘하다.하려고만 한다면 개헌도 시도할 수 있다.

    이는 역으로 정권을 잡지 못한 쪽은 생존의 기로에 선다는 뜻이다. 이 같은 ‘절박한 선택’ 앞에서 배지를 달려고 하는 사람들은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다. 그래서 잠재적 비노반한 세력들은 정교한 계산뿐 아니라 시간이 더 필요하다. 확실한 세를 모으지 못하면 영영 세를 잃게 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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