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5

..

부럽다! 페리오드 룸 전시 기법

  • 파리= 이지은 오브제 아트 감정사

    입력2006-10-09 11:1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부럽다! 페리오드 룸 전시 기법
    파리를 찾는 관광객들이 절대 빼놓지 않고 찾는 루브르박물관 옆에 우리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박물관이 하나 있다. ‘뮤제 데 자르 데코라티프(musee des arts decoratifs·사진)’다.

    이 박물관은 중세시대부터 현대까지 가구, 도자기, 유리등 공예작품을 모아놓은 곳이다. 1905년에 세워졌으며 소장품이 15만 점에 이른다. 산하에 도서관과 카몽도 박물관, 건축과 실내 디자인을 가르치는 에콜 드 카몽도, 패션과 텍스타일 박물관을 두고서 프랑스의 공예를 진흥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지금 프랑스에서는 복원과 내부 공사로 1996년부터 문을 닫았던 이 박물관의 재개관이 큰 화제다. 총 공사비 3500만 유로 중 나라에서 지원한 2000만 유로를 제외한 나머지 1400만 유로를 모두 박물관의 개인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았다는 것도 감동적이고, 루브르 궁의 공간을 전시 공간과 컨셉트에 맞도록 재정비한 점도 화제다.

    특히 일명 페리오드 룸(periods room) 전시 기법을 도입한 점이 흥미롭다. 페리오드 룸이란 주로 미국 박물관에서 즐겨 쓰는 전시 기법으로, 박물관의 전시 공간을 마치 그 시대에 존재하는 방처럼 꾸며서 관람객으로 하여금 타임머신을 탄 듯 그 시대의 분위기를 직접 느끼고 볼 수 있도록 해준다. 물론 페리오드 룸이 박물관 안에 구현되려면 당시의 기술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이어온 장인들이 있어야 한다. 벽지나 바닥재 하나하나까지도 당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꾸며져야 가능한 일이다.

    중세부터 현대까지 모두 10개에 이르는 시대의 방을 재현한 것은 프랑스의 장인들. 관람객들은 이 놀라운 방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쯤 되면 비교하려 하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공예 유물들이 떠오른다. 유리관 안에 외따로 놓인 도자기와 목공 가구들.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물들이 페리오드 룸에서 당시의 냄새를 관람객에게 전해줄 날은 언제일까?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