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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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막고 눈 감은 ‘후천성 정실인사 결핍증’

  • 입력2006-10-09 13: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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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은 비판 여론에 대해 엄청난 내성(耐性)을 지녔다. 이재용 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김완기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이 끝인 줄 알았더니, 염홍철 전 대전시장도 장관급인 중소기업특별위원장 자리를 꿰찼다. 이번 인사가, 그가 5·31 지방선거 전에 한나라당 당적(黨籍)을 내던지고 여당의 대전시장 후보로 출마한 데 따른 보은(報恩) 차원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다.

    노 대통령의 ‘후천성 정실인사(情實人事) 결핍증’은 심각하다. 야당 시절 그는 공기업 ‘낙하산 인사’를 “전문성을 무시한 정실인사”라고 비판했다. 1995년 6·29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으로 출마할 때는 언론을 통해 “정당인 출신의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고 전문성과 성실성을 위주로 내부 발탁하는 인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 당선 후에도 공기업 임원 인사에 대해 “가장 적절한 인사를 할 것이며, 그 결과에 책임지겠다”고 공언했다.

    결과는 어떤가. 공기업은 물론이고 정치권, 정부 요직 여기저기서 뜬금없는 ‘보은’이 횡행하고 ‘낙하산’이 떨어진다. 야당이 “이제 보은·낙하산 인사는 말하기도 지쳤다”고 할 정도니 해도 너무 했다.

    그나저나 청와대는 바빠지겠다. 9월22일, 피로 누적과 감기몸살로 취임 후 처음으로 공식 일정을 취소한 노 대통령에게 정실인사 주인공들이 앞다퉈 ‘보은 문병’을 올지도 모르니….

    “변호사들이 만든 서류는 사람을 속여 먹으려고 말로 장난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재판 모습을 제대로 갖추려면 (검사의) 수사기록을 던져버려야 한다.”



    말이 험하면 반드시 트러블이 생긴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입’이 법조 3륜을 찌그러뜨렸다. 그의 발언이 사법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하기 위한 선의에서 비롯됐다손 치더라도, 굳이 이런 거친 표현을 써야 했을지 의문이다.

    제삼자가 들어도 검찰과 변호사들을 비하하는 듯한 뉘앙스가 풍기는데 당사자인들 오죽하랴. 정상명 검찰총장과 대한변호사협회가 반박 성명을 내는 등 검(檢)·변(辯)이 제각기 반발하는 게 지극히 당연하다.

    대법원장은 대통령, 국회의장과 함께 3부(府) 요인에 속한다. 그런 만큼 말과 행동에 권위와 품격이 따라야 한다. “법조 3륜이라는 말이 있는데 사법의 중추는 법원이고, 검찰과 변호사 단체는 사법부가 제대로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 보조하는 기관이지 무슨 같은 바퀴냐.” 이 대법원장의 말대로 사법의 중추(中樞)가 법원이면, 그 자신은 중추 중 중추 아니겠는가.

    싸움 구경은 재미있다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중추’에 문제가 생기면 몸통의 ‘기관’들도 온전치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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