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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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그라운드 덮친 ‘바다이야기’

  • 김성원 중앙일보 JES 기자rough1975@jesnews.co.kr

    입력2006-10-09 11: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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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르르~.”

    서정환 KIA 감독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한번 와보셔야겠는디요. 거시기, 여기 지금 장난이 아닙니다.”

    “아니, 왜요? 그게 뭐…. 쉬는 날이기도 한데 잠깐잠깐 하면 안 됩니까. 그래도 될 것 같은데요?”

    “아닙니다. 빨랑 와보세요. 게임 뛰는 선수들이 밤마다 이러고 있어요.”



    한국 사회를 뒤흔든 성인오락실 파동은 프로야구 선수들도 비켜가지 않았다.

    수개월 전 오락실 업자로부터 “선수들이 오락에 빠져 있다”는 제보 전화를 받은 서정환 감독은 부랴부랴 코칭스태프 이하 선수들을 모은 뒤, “앞으로는 자제하라”고 엄중 경고를 내렸다. 이후 성인오락실을 출입하는 선수들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사실 각 팀의 코칭스태프가 인지하고 있던 것보다 선수들의 성인오락실 출입 문제는 심각했다. 지난해 삼성의 시즌 중반 부진도 오락실 탓이 적지 않았다. 삼성은 젊은 주축 선수들이 성인오락실에 출입하자 한대화 수석코치가 원정경기 때마다 성인오락실이 밀집해 있는 유흥가 골목을 지키고 있다가 선수들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 코치는 올 초 기자를 만났을 때 “혹시 선수들의 성인오락실 출입 소식을 들으면 꼭 제보해달라”고 신신당부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성인오락실 출입이 늘자 삼성과 SK 등은 성인오락실 출입이 적발될 경우 무조건 벌금 1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고, 이후 선수들의 ‘밤 나들이’는 잠잠해졌다.

    한화와 LG, 두산 등은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김인식 감독(한화)과 양승호 감독대행(LG), 그리고 김경문 감독(두산)은 오락실 문제에 대해 “선수 인생을 좀먹는 행위를 하면 곧바로 성적으로 드러난다. 제 무덤을 파는 행위에 대해 특별히 제재하지 않더라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스스로 자각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시즌의 절반을 객지에서 보내는 야구선수들이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성인오락실의 유혹을 견뎌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바다이야기를 포함한 성인오락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수사가 이어진 뒤로 원정경기에 나선 선수들 사이에선 ‘올드패션’ 오락인 당구 붐이 불기도 했다.

    추신 : 성인오락실은 ‘바다이야기’로 대표된다. 그러나 야구선수들은 바다이야기보다는 일본식 파친코인 ‘메달치기’를 주로 했다. 이는 프로야구 원년 이후 동계 전지훈련을 대부분 일본으로 다녀온 것과 크게 관련이 있다. 롯데는 1990년대 중반 이른바 ‘카지노 파동’으로 이혼하는 선수가 생기는 등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롯데는 호주의 골드코스트로 전지훈련을 떠났는데, 일부 선수들이 카지노 출입을 하다가 막대한 카드 빚을 지는 바람에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킨 것. 이듬해 롯데는 빚을 진 주요 선수들이 금융기관과 거래할 때 연대보증을 서주었고, 그 덕에 소속 선수들이 야구에 전념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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