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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환경 바꾸니 범죄가 뚝!

셉테드 도입 9년 만에 범죄율 39% ‘뚝’

플로리다, 부자동네 접근통제·CCTV와 조명 설치로 큰 성과…글래스고는 75%나 줄어

셉테드 도입 9년 만에 범죄율 39% ‘뚝’

셉테드 도입 9년 만에 범죄율 39% ‘뚝’

미국 매릴랜드주(州)의 잘 정비된 주거 구역. 담이 없어 시야가 탁 트였다.

1996년 미국 플로리다주(州)에서는 재산범죄가 아주 빈번했다. 인구 10만 명당 6441건의 강도, 주거침입 절도, 방화, 차량 절도 등이 발생했다. 하지만 2005년 재산범죄 피해 규모는 인구 10만 명당 3974건으로 뚝 떨어졌다. 9년 만에 무려 39%나 감소한 것이다. 어떻게 이 같은 일이 가능했을까? 많은 범죄 전문가들은 CPTED(이하 셉테드)에서 그 비결을 찾는다.

플로리다 주당국은 1996년부터 범인들이 범행을 위해 즐겨 찾던 부자동네인 마이애미 북부 주거지역으로 연결되는 78개의 도로를 막는 ‘접근통제’ 셉테드를 도입했다. 또한 게인즈빌 시에서 편의점 강도 및 살인이 폭증하자 편의점 유리창을 가리는 게시물 부착을 금지시켰다. 계산대도 외부에서 잘 보이는 위치에 설치하도록 하고 주차장엔 감시카메라(CCTV)와 밝은 조명을 설치하도록 했다. 이러한 플로리다의 노력에 대해 저명한 범죄학자인 에크나 셔면은 “셉테드가 플로리다의 ‘범죄 유발형 환경구조’를 바꿔 범죄율이 급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범죄 불안감 줄고 삶의 질 향상…비용 대비 효과도 매우 커

셉테드가 범죄를 퇴치한 사례는 영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04년 영국의 범죄율은 1995년에 비해 40% 이상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범죄율이 30%나 증가한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의 추세다. 영국은 전국에 걸쳐 CCTV를 통한 감시 강화, 창문이나 현관문 등 범죄목표물의 보안 강화 같은 셉테드 노력을 기울여왔다. 대표적인 예가 커크홀트의 주택단지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시(市)의 주택 보안시설 개량, 브래드퍼드의 로이즈 지역 재개발이다. 특히 글래스고시의 경우 범죄율이 75% 감소할 정도로 효과가 컸다.

최근 들어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셉테드의 효과를 증명하는 많은 연구보고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제 범죄발생률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범죄에 대한 불안감 또한 크게 줄어들어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보고도 줄을 잇고 있다. 영국의 환경심리학자 라포포트는 ‘인간과 환경의 사회·문화적 관계’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범죄나 무질서에 대한 불안감은 결국 환경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시·공간적 관점에서 지역 주민들의 일상 및 여가 활동 증대에 의해 범죄가 감소한다는 연구보고서가 여러 차례 발표됐다. 즉, 어둡고 구석져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했던 곳에 잔디를 심고 벤치 및 가로등을 설치하면 지역 주민들이 이 새로운 공간을 즐겨 이용하게 돼 범죄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둔다는 것이다. 실제로 뉴캐슬시(市)는 도심의 상업지구 환경을 정비하자 2002년 범죄율이 1999년 대비 26%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저분한 상가를 깨끗하게 하고, 조명을 밝게 하고, CCTV를 설치하고, 쾌적한 보행자 보도를 만들자 상권이 살아나면서 범죄가 줄어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셉테드 도입 9년 만에 범죄율 39% ‘뚝’

프랑스 칸 골목길의 밤 풍경. 잘 정비된 카페가 양옆으로 있어 늦은 밤에도 많은 사람들이 활동한다.

셉테드는 비용 면에서도 매우 유리하다. 범죄학자 패링턴과 패인터가 영국의 더들리 지역에서 행해진 조명개선 프로젝트를 분석한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조명을 좀더 밝게 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4600파운드(약 813만원)에 불과했지만, 이에 따른 범죄 감소 이익은 약 33만 파운드(약 5억8353만원)로 나타났다. 범죄 감소 이익 대비 비용 비율이 무려 72대 1인 셈이다.

1980년대 후반 런던의 에드먼턴, 햄리츠 타워, 해머스미스 세 지역에서 ‘가로 조명의 범죄 저감 효과’에 대한 연구가 수행됐다. 가로 조명을 평균 5럭스(lux) 이하에서 10럭스로 높이자 세 곳 모두에서 무질서와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고 보행자의 도로 사용률도 50%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사람 많은 곳에서 범죄자가 활개칠 수 없음은 당연한 이치다.

이러한 셉테드의 적지 않은 성공에 힘입어 현재 유럽에서는 영국, 네덜란드, 독일 등을 주축으로 셉테드 교류가 매우 활발하다. EU(유럽연합) 산하 유럽표준화위원회는 많은 회원국들의 지지 속에서 ‘셉테드 유럽표준(European Standard ENV 14383-2·도시계획과 건축설계를 통한 범죄 및 두려움 감소)’을 작성했다. 이는 앞으로 회원국들의 셉테드 입법화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셉테드 성공은 시설뿐 아니라 주민 참여에 달려

선진국에서는 주로 언론에서 ‘풍선효과’, 즉 범죄의 전이(轉移) 현상을 셉테드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한다. 하지만 많은 연구들에 따르면 전이효과는 결코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특히 침입 절도의 경우 전이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예를 들어 침입 절도를 위해 범인들이 자신의 주거지를 벗어나 이동한 평균거리는 약 2.5km라는 와일즈와 코스텔로의 2000년 연구는, 특정 지역에서 범행이 어려우면 거리의 장단(長短)을 불문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범행한다는 그릇된 상식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었다. 1996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뤄진 범죄 전이효과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론이 도출됐다. 물론 강력범과 초범 사이에 다소 차이는 존재하지만, 절도범들은 셉테드 등으로 범죄행위가 곤란해지면 범행 횟수를 줄이며, 범행 수법 또한 악화되기보다는 순화(가령 침입절도 대신 상점 들치기로 범행 수법을 바꿈)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주민 참여다. 적극적인 주민 참여는 셉테드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필수요건이다. 새빌과 클리블랜드의 연구는 이러한 사례를 보여준다. 즉, 도쿄의 경우 엄청난 도심의 인구밀도에도 (일반적으로 고밀도는 범죄율을 높이는 원인이다) 범죄율이 낮다. 이는 주민들의 범죄 문제에 대한 높은 책임감과 참여의식 덕분인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므로 새빌과 클리블랜드는 “단순히 환경의 물리적 변화만으로 범죄나 범죄에 대한 공포심을 감소시키려는 접근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지역공동체의 사회적인 유대와 공동체 의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충고한다. 비공식적인 범죄통제를 유도하기 위해 더욱 폭넓은 사회적 발전 프로그램의 요소들, 즉 도시행정에 대한 주민 책임성과 참여도 제고, 청소년 활동 활성화, 도시민들의 모임 공간 확대 등을 통해 지역공동체의 상호작용을 활성화하는 접근 방법이 셉테드와 함께 동시에 추진돼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선진국의 셉테드 제도

영국·네덜란드 범죄 막는 주택 ‘인증’


셉테드 도입 9년 만에 범죄율 39% ‘뚝’

영국의 셉테드 인증 로고.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셉테드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즉 건축 단계에서부터 셉테드를 도입하고, 반영해 제대로 건축됐는지를 공인된 기관이 인증해주는 것이다.

영국의 셉테드 인증제도인 SBD(Secured By Design) 기준에 의해 건축된 주택단지나 건축물은 그렇지 않은 것보다 범죄나 무질서로 인한 피해가 현저히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1999년 발표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7491가구의 일반 주택과 1682가구의 SBD 주택 간의 침입 절도 피해율을 비교해본 결과, SBD 주택의 피해가 일반 주택의 3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크셔 지역에서는 SBD를 도입한 주택단지는 인근 지역에 비해 주거침입 절도는 2배, 차량 범죄는 2.5배 적게 발생했고, 손괴 행위는 25%가량 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도 영국의 SBD와 유사한 ‘경찰안전주택(Dutch Police Label Secured Housing)’이라는 셉테드 인증전략을 1994년 시범 운영한 데 이어 96년 전국적인 규모로 수행한 이래 연간 주거침입 절도가 97년 12만 건에서 2000년 8만6000건으로 크게 줄었다. 또한 이 셉테드 전략으로 주택의 침입절도 위험도가 95%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입력 2006-08-09 14:08:00

  • 박현호 경찰대 교수·경찰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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