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적생으로 숙원 해결한다

누가누가 잘 뽑았나

일본 전지훈련 캠프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와의 연습 경기서 한 경기 3홈런을 터뜨리며 괴물 타자임을 증명한 현대 필립스는 박경완을 밀어내고 4번 타자로 나선다. 배트 스피드가 빨라 몸쪽 공에 강점을 갖고 있다. 한편 빨간 불이 들어온 선수는 롯데의 아지 칸세코. 메이저리그 최초로 40-40클럽(홈런-도루)에 가입한 호세 칸세코(애너하임)의 쌍둥이 형이라는 것 빼고는 기대 이하의 실력을 보여줘 롯데 코칭스태프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마해영의 이적과 호세의 재영입에 실패한 롯데는 칸세코에 아직 미련을 갖고 있다. 적어도 4월 한 달간은 지켜볼 계획이다.

이와 정반대 지점에 서 있는 이가 5년 만에 현장에 복귀했다. 이광환 한화 감독이 그 주인공. 국내 지도자 가운데 처음으로 선수들의 과학적 트레이닝법을 도입, 자율야구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이광환 감독이 올 시즌 꼴찌 후보로 꼽히는 한화를 맡아 어떤 야구를 펼칠지 궁금하다. 국내 프로야구에 마운드 분업화를 도입했던 이광환 감독은 올해 8개구단 중 가장 노령화된 마운드를 운용해야 한다. 은퇴 뒤 5년 만에 복귀한 지연규, 코치 점퍼를 벗어 던진 이상군 한용덕 송진우 등이 그들. 이광환식 투수 관리와 고참 투수들의 상관관계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근성과 열의를 보여 시범경기서부터 화제를 몰고 왔던 김성한 감독. 선수 시절부터 뛰어난 리더십을 보였던 김성한 감독은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미 팀을 장악했다. 코칭스태프가 바뀐 것은 물론 내-외야의 주전들 또한 모두 물갈이됐다. 매각 위기에 몰린 해태를 이끌고 갈 사령탑 김성한의 패기를 지켜보는 것 또한 올 프로야구의 관전 포인트다.
진짜 변수-재기한 노장과 신인
이들의 활약만큼 팀에 도움이 되는 것도 없다. 덕아웃 분위기가 확 살아나고 선의의 경쟁 또한 가속화된다. 8억짜리 벤치워머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 했던 삼성 이강철의 구위가 완전히 되살아났다. 발꿈치 수술 후 2년 만의 재활에 성공했다는 평가. 또 트레이드 거부 뒤 1년 만에 컴백한 해태 투수 손혁의 활약도 기대된다. 타자로는 98년 삼성의 톱타자 몫을 해내다 플레이오프 때 부상으로 재활에 매달렸던 강동우와 99년 5월 고관절 부상으로 역시 잊혔던 SK 조원우가 시범경기서 그 가능성을 선보였다. 루키로는 해태 고졸 신인 김주철이 단연 돋보인다. 하와이 전훈 캠프 때부터 신인답지 않은 배짱과 노련한 볼 배합으로 단박에 해태의 선발 로테이션을 꿰찼다. 9000만원의 비교적 적은 금액을 받고 롯데 유니폼을 입은 김장현도 롯데의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명성 롯데 감독은 “투구폼이 안정돼 있고 신인답지 않은 여유로움이 있다”며 높이 평가하고 있다. 역대 신인 최고액 2위(5억3000만원)에 해당하는 거물 루키 이정호 또한 10승 이상이 기대된다. 한편 시드니의 영웅 SK 정대현과 롯데 톱타자로 기대되던 신명철은 예상 밖의 저조한 활약으로 코칭스태프의 속을 끓이고 있다.
어리석은 계산-최종 순위는?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력 판도 예상은 ‘3강 2중 3약’이다. 지난해 우승팀 현대의 아성에 삼성과 LG가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현대가 비교적 안정된 전력을 갖춘 반면 삼성과 LG는 변수가 상당히 많다. 삼성은 마해영 이승엽 김기태 등 용병에 부럽지 않은 토종 클린업트리오를 갖췄지만 1루수의 포지션 중복이 해결되지 않았다. LG 또한 선발 로테이션이 불안한데다 마무리 투수를 누구로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나머지 ‘2중’은 롯데와 두산. 두산은 시즌 초반부터 김유봉 박명환 이경필 등 투수들의 부상으로 고생한 뒤 중반기가 되어야 치고 올라올 듯하고 8개구단 중 1위를 다투는 마운드를 보유한 롯데지만 칸세코, 얀 등 용병 타자들 때문에 초반부터 시끄럽게 생겼다. 롯데와 두산 중 한 팀이 삐끗할 경우 SK 해태 한화 등 ‘서부전선’ 팀 중 하나가 어부지리를 얻어 4강에 안착할 가능성이 있다. 확실한 것은 아무도 우승팀을 점칠 수 없다는 것. 이 또한 시즌에 앞서 내리는 예상에 불과하다. 모든 건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