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철도업계의 최대 쟁점은 단연 ‘저가수주 관행의 퇴치’에 관한 것이었다.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만든 열차와 지하철은 불량품을 양산했고, 이는 하자 보수액만 늘려 적자 구조를 확대 재생산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돼 온 것. 그래서 지난해 7월1일 현대정공과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 3사의 철도차량 제작 부문 합병으로 탄생한 한국철도차량은 저가낙찰 출혈경쟁에 종지부를 찍을 쾌거로 받아들여졌다. 철도업계에서 지난해를 ‘철도 불량품 퇴치 원년’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저가수주와 불량품 양산의 악순환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철도차량 제작 3사가 합치고 나니 또 다른 복병이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9월 철도청이 발주한 무궁화호 객차 45대에 대한 입찰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한 회사는 객차 한 량 당 3억1000여만원을 써넣은 반면, 다른 한 회사는 5억1000여만원을 제시한 것. 입찰가에서 무려 68% 이상 비싼 가격을 제시한다는 것은 업계 관행상 ‘장난’이나 ‘입찰 포기’를 의미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5억1000만원을 써넣은 회사는 다름 아닌 철차 3사의 합병기업인 한국철도차량(이하 한국철차)이었다.
“장난이라뇨? 적자를 메우기도 바쁜 상황에… 그 가격이 우리 회사의 손익 분기점입니다.” 한국철차의 한 관계자는 그 가격이 적정선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3사가 구조조정 칼날을 맞고 합병된 이유가 바로 끝없는 저가수주와 출혈경쟁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라”며 “3억1000만원은 철차 3사가 자살 경쟁을 하던 시기의 입찰가격”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99년 이후 화차와 무궁화호 객차의 수주는 신생사인 D사가 모두 휩쓸고 있다. 99년 무궁화 객차 103량과 화차 101량, 2000년 무궁화 객차 48량과 화차 101량 등. 덕분에 이 회사의 매출액은 98년 36억5300만원에서 지난해 322억8300만원으로 뛰었다. 2년 사이에 10배 가까이 매출이 증가한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철차는 무궁화 객차와 화차 부분에서 단 한 건의 수주도 하지 못했다. D사의 대표가 철도청 공무원 출신이라는 점도 꺼림칙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D사의 한 관계자는 “기술혁신과 높은 효율성으로 대기업보다 경쟁력에서 앞선 것일 뿐 저가수주는 아니었다”고 반박한다. 그렇다면 이 회사가 만든 화차와 객차의 상태는 어떨까.
제품 납기일 못 맞춰 지체 보상금 물기도
지난 3월23일 경기도 의왕시 철도청 의왕화물기지에는 D사가 제작한 화차가 즐비하게 서 있었다. 한 정비사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니 “공기유압기에 이상이 생겨 전부 반품 처리된 것”이라며 “부산 고려차량 기지에 내려가면 화차 100여 대가 온갖 고장 때문에 수리 작업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D사가 납품한 화차 중 80%에 하자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주간동아’가 철도청으로부터 입수한 ‘신조 무궁화 문제점 및 개선사항’이라는 문서에 따르면 D사가 지난해 납품한 무궁화 객차에서 모두 서른 여섯 가지의 문제점이 도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철도청의 한 정비사는 “제품 납기일조차 제대로 못 맞춰 지체 보상금을 물기도 했으며 가속 장치에 문제가 있는지 지난해 1차 납품분 30여 량은 청량리 기지에서 대대적인 수선을 거친 끝에 경부선과 호남선에 투입되지 못하고 영동선에 투입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철도청은 이런 문제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국가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이 관행보다 비싼 값을 부르는 데 왜 그것을 써야 합니까. 객차와 화차의 불량 문제는 다만 안정화 단계에 들어가는 과정이지 구조적인 결함이 아닙니다.” 철도청 객차팀장 고성순씨의 원론적인 답변이다.
철도청은 지난 99년 철도 100주년을 맞아 ‘고객만족 경영대상’을 수상한 이후에도 각종 서비스 대상을 휩쓸고 있다. 정종환 철도청장은 ‘공기업 경영혁신의 주인공’으로 TV방송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 눈부신 경영혁신이 ‘저가수주와 불량 철도’의 희생 위에 이루어진 ‘모래탑’이 아닌지 한번 되짚어 볼 일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저가수주와 불량품 양산의 악순환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철도차량 제작 3사가 합치고 나니 또 다른 복병이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9월 철도청이 발주한 무궁화호 객차 45대에 대한 입찰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한 회사는 객차 한 량 당 3억1000여만원을 써넣은 반면, 다른 한 회사는 5억1000여만원을 제시한 것. 입찰가에서 무려 68% 이상 비싼 가격을 제시한다는 것은 업계 관행상 ‘장난’이나 ‘입찰 포기’를 의미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5억1000만원을 써넣은 회사는 다름 아닌 철차 3사의 합병기업인 한국철도차량(이하 한국철차)이었다.
“장난이라뇨? 적자를 메우기도 바쁜 상황에… 그 가격이 우리 회사의 손익 분기점입니다.” 한국철차의 한 관계자는 그 가격이 적정선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3사가 구조조정 칼날을 맞고 합병된 이유가 바로 끝없는 저가수주와 출혈경쟁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라”며 “3억1000만원은 철차 3사가 자살 경쟁을 하던 시기의 입찰가격”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99년 이후 화차와 무궁화호 객차의 수주는 신생사인 D사가 모두 휩쓸고 있다. 99년 무궁화 객차 103량과 화차 101량, 2000년 무궁화 객차 48량과 화차 101량 등. 덕분에 이 회사의 매출액은 98년 36억5300만원에서 지난해 322억8300만원으로 뛰었다. 2년 사이에 10배 가까이 매출이 증가한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철차는 무궁화 객차와 화차 부분에서 단 한 건의 수주도 하지 못했다. D사의 대표가 철도청 공무원 출신이라는 점도 꺼림칙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D사의 한 관계자는 “기술혁신과 높은 효율성으로 대기업보다 경쟁력에서 앞선 것일 뿐 저가수주는 아니었다”고 반박한다. 그렇다면 이 회사가 만든 화차와 객차의 상태는 어떨까.
제품 납기일 못 맞춰 지체 보상금 물기도
지난 3월23일 경기도 의왕시 철도청 의왕화물기지에는 D사가 제작한 화차가 즐비하게 서 있었다. 한 정비사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니 “공기유압기에 이상이 생겨 전부 반품 처리된 것”이라며 “부산 고려차량 기지에 내려가면 화차 100여 대가 온갖 고장 때문에 수리 작업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D사가 납품한 화차 중 80%에 하자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주간동아’가 철도청으로부터 입수한 ‘신조 무궁화 문제점 및 개선사항’이라는 문서에 따르면 D사가 지난해 납품한 무궁화 객차에서 모두 서른 여섯 가지의 문제점이 도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철도청의 한 정비사는 “제품 납기일조차 제대로 못 맞춰 지체 보상금을 물기도 했으며 가속 장치에 문제가 있는지 지난해 1차 납품분 30여 량은 청량리 기지에서 대대적인 수선을 거친 끝에 경부선과 호남선에 투입되지 못하고 영동선에 투입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철도청은 이런 문제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국가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이 관행보다 비싼 값을 부르는 데 왜 그것을 써야 합니까. 객차와 화차의 불량 문제는 다만 안정화 단계에 들어가는 과정이지 구조적인 결함이 아닙니다.” 철도청 객차팀장 고성순씨의 원론적인 답변이다.
철도청은 지난 99년 철도 100주년을 맞아 ‘고객만족 경영대상’을 수상한 이후에도 각종 서비스 대상을 휩쓸고 있다. 정종환 철도청장은 ‘공기업 경영혁신의 주인공’으로 TV방송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 눈부신 경영혁신이 ‘저가수주와 불량 철도’의 희생 위에 이루어진 ‘모래탑’이 아닌지 한번 되짚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