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수능 다시 어려워진다’ ‘평균 16~36점 낮아지도록 난이도 조절’.
3월21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원장 김성동)이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부 시행계획을 발표하자 저마다의 입장에서 ‘어려운 수능’의 유-불리를 점치느라 분주하다.
지금까지의 반응을 종합해 볼 때 시험이 어려워지는 것을 ‘환영’하는 쪽은 재수생과 입시학원 및 학습지 업체, 소위 명문대로 꼽히는 주요 대학 입시관계자, 과학고나 외국어고 등 특목고나 비평준화지역 명문고 재학생들이다. 물론 환영의 이유는 제각각이다. 재수생들은 현재 고3의 학력이 지난해보다 떨어진다는 예측을 근거로 입시에서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고, 학원측은 이런 예측 하에 재수생과 고등학교 재학생의 과외수요도 크게 늘 것이니 반색할 수밖에 없다. 대학이나 특목고는 난이도를 높임으로써 커지는 ‘변별력’에 큰 기대를 하는 눈치다.
반면 불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부분의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아우성이다. 교육인적자원부 홈페이지 소리함(게시판)은 “교육이 장난도 아니고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 갈 수 있다더니, 이제 와서 시험을 어렵게 낸다고 하면 어쩌란 말이냐”는 불평으로 도배가 됐다.
2002학년도 수능시행계획 발표 후 사태의 진전을 지켜보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은 현재 낭패감에 젖어 있다. 98년 ‘2002학년도 무시험 대입전형’을 발표하면서 추진해온 고교교육 정상화가 이번 일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평가원의 수능책임팀장인 남명호 박사는 난이도 문제를 놓고 평가원도 적지 않게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시험이 너무 쉬워서 ‘물수능’이라고 비난받았다. 특히 제2외국어의 경우 우리가 봐도 문제가 많았다. 만약 올해도 지난해 수준으로 내면 똑같은 비난이 제기될 것이고, 난이도를 높이면 정부가 오락가락한다고 비난할 게 뻔했다. 지난해 시험은 출제과정에서 기술적인 문제로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이지 처음부터 그렇게 쉽게 내려 했던 게 아니다. 우리는 비난을 받더라도 지난해의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재작년 수준으로 난이도를 올리는 게 교육적으로 옳다는 결론이었다. 결코 예전의 줄 세우기 시험으로 돌아가자는 게 아닌데 사람들이 ‘어려워진다’는 말에만 귀를 기울이다 보니 이런 혼선이 빚어진 것 같다.”
실제로 지난해 출제위원들은 수능시험 당일까지도 “수능이 다소 어려워져 평균점수가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할 만큼 현실감각이 부족했다. 뚜껑을 열고 보니 400점 만점자만 66명, 평균 6.9점 상향으로 출제위원들의 예측은 민망하리만큼 크게 빗나갔다.
평가원측은 올해의 난이도를 2년 전 수준인 75점(시험결과는 77.5점)으로 끌어올리되 수험생들의 체감난이도를 감안해 오차 범위를 ±2.5점으로 하면서 오히려 2000년 시험보다 쉽다는 점을 강조한다. ‘쉬운 수능’의 원칙엔 변함이 없으며 결코 입시정책이 갈팡질팡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아랑곳없이 학교 현장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벌써부터 보충학습과 야간자율학습 부활론이 나온다. 하지만 이것이 ‘어려운 수능’에 대한 과민반응이라는 해석도 있다. 먼저 “시험이 쉬웠다 어려웠다 하니 혼란스럽다”는 반응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솔직히 일선고교에서는 올 수능이 지난해에 비해 어려워질 것이라는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은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2001학년도 수능은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 내년에는 상위 50% 집단의 평균점수가 100점 만점에 77점 수준이 되도록 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당시 박도순 평가원장도 “수능시험은 쉽게 출제돼야 한다는 입장은 고수하지만 난이도는 평균 75~80점 정도로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미 3개월 전의 일이다. 오히려 그 후 교육부 장관과 평가원장이 모두 바뀌었으나 출제방향은 일관성 있게 지켜졌다.
구정고의 김진성 교장은 “일단 지난해보다 수능의 난이도를 높이는 것은 찬성이다. 시험이 너무 쉬우면 학력평가가 아니라 심성평가로 전락한다. 즉 비슷한 실력이라도 심성이 차분하고 꼼꼼한 학생들이 유리하고 대범한 아이들은 자칫 실수하게 마련인데 한 문제만 틀려도 엄청난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가. 그리고 난이도를 조금 높이는 것 가지고 혼란스럽다고 하는 것도 과민반응이다. 새학기가 시작된 지 불과 한 달도 안 된 시점에서 쉬운 수능에 맞춰 준비해왔는데 이제 와서 어렵게 내면 어떡하느냐고 불평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선생님들이 수능이 조금 쉬워졌다고 쉽게 가르치고 어려워진다고 어렵게 가르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2002학년도 대학 무시험전형은 98년 ‘교육비전 2002 : 새학교문화창조’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교육개혁의 중심 축이다. 그런데 지난해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와 올해 이것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과정에서 벌어진 수능 논란은, 결국 지금까지 진행된 개혁을 원점으로 돌리자는 쪽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이번 사태로 사설입시기관들은 득의만만하다. ‘2002년 무시험 전형’이 발표되던 98년에도 학원들은 과외를 시킬지 말지 헷갈리는 학부모들에게 “아무리 무시험으로 대학 간다고 하지만 결국 공부 잘 하는 학생이 좋은 대학에 가게 돼 있다”면서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한다고 부추겼다. 결국 이번 발표는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꼴이 된 것이다. 또 현재 고3들의 학력이 졸업생(대학 1년생)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입시학원들은 은근히 재수를 권하는 분위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국 입시학원 재수생 등록자 수가 3분의 1에서 많게는 50% 가량 줄어들어 문닫을 처지에 놓였는데 기사회생의 기회를 만난 셈이다.
한편 이번 수능의 난이도에 관계없이 대학들은 ‘쉬운 수능’ 세대들의 학력저하 문제를 줄기차게 제기해 왔다. 지난 2월 서울대가 별로 자랑스럽지도 않은 예비신입생들의 기초학력평가 결과(영어의 경우 25%, 수학 10%가 자격미달)를 공개한 것도 ‘쉬운 수능’에 대한 우회적인 항의다. 수능을 어렵게 해서 변별력을 높이거나 차라리 대학별 지필고사 등 본고사를 부활하게 해달라는 압력이기도 하다. 이처럼 ‘쉬운 수능’은 학생선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요 대학들과 입시열기가 고조되기를 원하는 사교육 시장 모두에게 달갑지 않은 정책이었다.
그러나 대세로 굳어지는 듯한 “쉬운 수능이 학력저하를 불렀다”는 주장은 해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서울 S여고의 박모 교사는 “98년 이해찬 장관 시절 교육개혁의 방향을 잡으면서 학력 저하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예전에는 보충수업에 자율학습까지 모든 시간을 학력 신장에 바쳤지만 요즘 고교생들은 오후 3, 4시면 학교수업을 끝낸다. 시험공부에만 매달리는 시간이 적어진 만큼 학력은 예전만 못할 수도 있다. 대신 과거에는 엄두도 못 내던 전일제 특활이 생기고 학생들은 학과공부 이 외에 다양한 학습기회를 얻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교육개혁이 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수능의 난이도를 높인다는 발표는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전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만 가중시켰다.”
한국과학기술원의 한상근 교수는 최근 ‘교육조급증’이라는 기고문(한국일보 3월2일자)에서 “수능시험은 지금보다 더 쉬워져야 한다. 시험은 기본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합격하라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한 가지 분야에서 정말 90점 이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어떻게 일찍 찾아내고 선발해서 잘 가르쳐야 하는지 그 방법이나 궁리하자”면서 수능에 모든 책임을 미루는 대학에 화살을 돌렸다. 또 고쳐야 할 것은 수능이 아니라 한국 교육의 조급증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수능의 난이도를 놓고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교육이 정도(正道)를 갈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수능 난이도 파동를 보며 어느 고교 교사가 이런 말을 던졌다.
“내 자식만 대학에 가면 그만이라는 우리사회의 의식이 교육정책의 이념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밀어붙일 자신감이 부족하다. 결국 정권 누수 현상이 교육정책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것 아니겠는가.”
3월21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원장 김성동)이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부 시행계획을 발표하자 저마다의 입장에서 ‘어려운 수능’의 유-불리를 점치느라 분주하다.
지금까지의 반응을 종합해 볼 때 시험이 어려워지는 것을 ‘환영’하는 쪽은 재수생과 입시학원 및 학습지 업체, 소위 명문대로 꼽히는 주요 대학 입시관계자, 과학고나 외국어고 등 특목고나 비평준화지역 명문고 재학생들이다. 물론 환영의 이유는 제각각이다. 재수생들은 현재 고3의 학력이 지난해보다 떨어진다는 예측을 근거로 입시에서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고, 학원측은 이런 예측 하에 재수생과 고등학교 재학생의 과외수요도 크게 늘 것이니 반색할 수밖에 없다. 대학이나 특목고는 난이도를 높임으로써 커지는 ‘변별력’에 큰 기대를 하는 눈치다.
반면 불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부분의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아우성이다. 교육인적자원부 홈페이지 소리함(게시판)은 “교육이 장난도 아니고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 갈 수 있다더니, 이제 와서 시험을 어렵게 낸다고 하면 어쩌란 말이냐”는 불평으로 도배가 됐다.
2002학년도 수능시행계획 발표 후 사태의 진전을 지켜보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은 현재 낭패감에 젖어 있다. 98년 ‘2002학년도 무시험 대입전형’을 발표하면서 추진해온 고교교육 정상화가 이번 일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평가원의 수능책임팀장인 남명호 박사는 난이도 문제를 놓고 평가원도 적지 않게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시험이 너무 쉬워서 ‘물수능’이라고 비난받았다. 특히 제2외국어의 경우 우리가 봐도 문제가 많았다. 만약 올해도 지난해 수준으로 내면 똑같은 비난이 제기될 것이고, 난이도를 높이면 정부가 오락가락한다고 비난할 게 뻔했다. 지난해 시험은 출제과정에서 기술적인 문제로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이지 처음부터 그렇게 쉽게 내려 했던 게 아니다. 우리는 비난을 받더라도 지난해의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재작년 수준으로 난이도를 올리는 게 교육적으로 옳다는 결론이었다. 결코 예전의 줄 세우기 시험으로 돌아가자는 게 아닌데 사람들이 ‘어려워진다’는 말에만 귀를 기울이다 보니 이런 혼선이 빚어진 것 같다.”
실제로 지난해 출제위원들은 수능시험 당일까지도 “수능이 다소 어려워져 평균점수가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할 만큼 현실감각이 부족했다. 뚜껑을 열고 보니 400점 만점자만 66명, 평균 6.9점 상향으로 출제위원들의 예측은 민망하리만큼 크게 빗나갔다.
평가원측은 올해의 난이도를 2년 전 수준인 75점(시험결과는 77.5점)으로 끌어올리되 수험생들의 체감난이도를 감안해 오차 범위를 ±2.5점으로 하면서 오히려 2000년 시험보다 쉽다는 점을 강조한다. ‘쉬운 수능’의 원칙엔 변함이 없으며 결코 입시정책이 갈팡질팡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아랑곳없이 학교 현장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벌써부터 보충학습과 야간자율학습 부활론이 나온다. 하지만 이것이 ‘어려운 수능’에 대한 과민반응이라는 해석도 있다. 먼저 “시험이 쉬웠다 어려웠다 하니 혼란스럽다”는 반응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솔직히 일선고교에서는 올 수능이 지난해에 비해 어려워질 것이라는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은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2001학년도 수능은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 내년에는 상위 50% 집단의 평균점수가 100점 만점에 77점 수준이 되도록 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당시 박도순 평가원장도 “수능시험은 쉽게 출제돼야 한다는 입장은 고수하지만 난이도는 평균 75~80점 정도로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미 3개월 전의 일이다. 오히려 그 후 교육부 장관과 평가원장이 모두 바뀌었으나 출제방향은 일관성 있게 지켜졌다.
구정고의 김진성 교장은 “일단 지난해보다 수능의 난이도를 높이는 것은 찬성이다. 시험이 너무 쉬우면 학력평가가 아니라 심성평가로 전락한다. 즉 비슷한 실력이라도 심성이 차분하고 꼼꼼한 학생들이 유리하고 대범한 아이들은 자칫 실수하게 마련인데 한 문제만 틀려도 엄청난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가. 그리고 난이도를 조금 높이는 것 가지고 혼란스럽다고 하는 것도 과민반응이다. 새학기가 시작된 지 불과 한 달도 안 된 시점에서 쉬운 수능에 맞춰 준비해왔는데 이제 와서 어렵게 내면 어떡하느냐고 불평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선생님들이 수능이 조금 쉬워졌다고 쉽게 가르치고 어려워진다고 어렵게 가르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2002학년도 대학 무시험전형은 98년 ‘교육비전 2002 : 새학교문화창조’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교육개혁의 중심 축이다. 그런데 지난해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와 올해 이것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과정에서 벌어진 수능 논란은, 결국 지금까지 진행된 개혁을 원점으로 돌리자는 쪽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이번 사태로 사설입시기관들은 득의만만하다. ‘2002년 무시험 전형’이 발표되던 98년에도 학원들은 과외를 시킬지 말지 헷갈리는 학부모들에게 “아무리 무시험으로 대학 간다고 하지만 결국 공부 잘 하는 학생이 좋은 대학에 가게 돼 있다”면서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한다고 부추겼다. 결국 이번 발표는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꼴이 된 것이다. 또 현재 고3들의 학력이 졸업생(대학 1년생)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입시학원들은 은근히 재수를 권하는 분위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국 입시학원 재수생 등록자 수가 3분의 1에서 많게는 50% 가량 줄어들어 문닫을 처지에 놓였는데 기사회생의 기회를 만난 셈이다.
한편 이번 수능의 난이도에 관계없이 대학들은 ‘쉬운 수능’ 세대들의 학력저하 문제를 줄기차게 제기해 왔다. 지난 2월 서울대가 별로 자랑스럽지도 않은 예비신입생들의 기초학력평가 결과(영어의 경우 25%, 수학 10%가 자격미달)를 공개한 것도 ‘쉬운 수능’에 대한 우회적인 항의다. 수능을 어렵게 해서 변별력을 높이거나 차라리 대학별 지필고사 등 본고사를 부활하게 해달라는 압력이기도 하다. 이처럼 ‘쉬운 수능’은 학생선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요 대학들과 입시열기가 고조되기를 원하는 사교육 시장 모두에게 달갑지 않은 정책이었다.
그러나 대세로 굳어지는 듯한 “쉬운 수능이 학력저하를 불렀다”는 주장은 해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서울 S여고의 박모 교사는 “98년 이해찬 장관 시절 교육개혁의 방향을 잡으면서 학력 저하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예전에는 보충수업에 자율학습까지 모든 시간을 학력 신장에 바쳤지만 요즘 고교생들은 오후 3, 4시면 학교수업을 끝낸다. 시험공부에만 매달리는 시간이 적어진 만큼 학력은 예전만 못할 수도 있다. 대신 과거에는 엄두도 못 내던 전일제 특활이 생기고 학생들은 학과공부 이 외에 다양한 학습기회를 얻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교육개혁이 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수능의 난이도를 높인다는 발표는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전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만 가중시켰다.”
한국과학기술원의 한상근 교수는 최근 ‘교육조급증’이라는 기고문(한국일보 3월2일자)에서 “수능시험은 지금보다 더 쉬워져야 한다. 시험은 기본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합격하라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한 가지 분야에서 정말 90점 이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어떻게 일찍 찾아내고 선발해서 잘 가르쳐야 하는지 그 방법이나 궁리하자”면서 수능에 모든 책임을 미루는 대학에 화살을 돌렸다. 또 고쳐야 할 것은 수능이 아니라 한국 교육의 조급증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수능의 난이도를 놓고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교육이 정도(正道)를 갈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수능 난이도 파동를 보며 어느 고교 교사가 이런 말을 던졌다.
“내 자식만 대학에 가면 그만이라는 우리사회의 의식이 교육정책의 이념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밀어붙일 자신감이 부족하다. 결국 정권 누수 현상이 교육정책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