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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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현들의 리더십’ 시대가 부른다

역사 인물이 가르치는 교훈… 그들의 성공과 실패는 미래 창출의 ‘나침반’

  • < 표정훈/ 출판칼럼니스트 medius@naver.com >

    입력2005-02-22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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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현들의 리더십’ 시대가 부른다
    제왕학(帝王學)이라는 것이 있다. 한 나라의 군왕이 갖추어야 할 자질론으로, 리더십이 핵심이다. 민주국가의 수장으로서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정치적 리더십이 논의의 핵심이 되는 대통령학도 주목받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의 최고경영자 CEO의 리더십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특히 출판계에서는 과거 역사 인물 가운데 오늘날에 적합한 리더십 모델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가장 최근 출간된 ‘다윗, 섬김의 리더십’(경영정신, 2001)을 보자. 미국의 유명 설교가이자 목사인 저자 밥 야디안은, 양치기 소년 시절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린 것으로 유명한 이스라엘 왕 다윗의 리더십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정리한다.

    △‘교만하지 말라.’ 항상 겸손한 자세로 자신의 약점이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편견에 치우침 없이 모든 사람을 진심으로 똑같이 대하는 리더에겐 협력자와 동반자가 끊임없이 생긴다.

    △‘주위사람들을 믿고 맡겨라.’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팀워크를 이끌어내는 데 최선을 다하는 리더만이 성공할 수 있다.

    △‘감정을 절제하라.’ 사실 다윗 왕은 성격이 불 같은 사람이었다. 밧세바라는 여인과 간음한 다윗을 예언자 나단은 비유를 들어 책망했다. 그러자 다윗은 자신을 두고 하는 얘기인 줄 모르고, 그런 사람은 마땅히 죽어야 한다고 노발대발했다. 그러나 자신도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음을 깨닫자 즉시 뉘우쳤고,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감정을 절제하는 일임을 알게 됐다.



    △‘역사에서 배워라.’ 역사의 주인공인 다윗 역시 아브라함, 야곱, 요셉, 모세와 같은 지난 시대 이스라엘의 리더들이 남겨놓은 발자취에서 교훈을 얻었다. 지난날에서 교훈을 찾는 리더만이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창출할 수 있다.

    저자는 또한 교만하지 말라는 원칙이 다른 리더십 원칙의 바탕을 이룬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책의 제목이, 교만을 버린 ‘섬김의 리더십’이다.

    그러나 성경에서 리더십의 최고 모델은 뭐니뭐니해도 예수다. 예수의 지도력에서 최고경영자의 이상적인 모델을 찾고자 한 것이 ‘최고경영자 예수’(한언, 1999)다. 광고마케팅 개발회사 존스 그룹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저자 로리 베스 존스는 예수가 지녔던 리더십의 강점을 △자아극복의 강점 △행동의 강점 △인간관계 형성의 강점 등으로 분류하고, 예수의 행적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어가며 설명한다.

    자아극복의 측면에서 예수는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거나 외부 조건에 흔들리지 않는, 자기중심이 확고한 리더였다. 예를 들어 예수는 제자들이 모두 반대하는데도 예루살렘 입성을 고집했다. 위험을 알면서도 그 일이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결국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판단과 계획을 실천에 옮겼던 것이다. 그러한 자기 중심은 결국 확고한 비전과 도덕성에서만 나올 수 있다.

    한편 행동의 강점 측면에서, 예수는 혼자서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그들을 늘 독려했다. 예수는 다른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너희는 너희 자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너희는 무엇을 원하느냐.’확고한 자기중심을 세워놓는 한편,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늘 귀기울였던 것이다.

    그리고 인간관계 형성의 강점 측면에서, 예수는 조직원들을 끊임없이 신뢰했다. 예수가 재판정에 끌려갔을 때 세 번씩이나 예수를 모른다고 부정했던 베드로를, 예수는 끝까지 ‘나의 반석’이라고 부르며 신뢰했다. 가장 필요로 할 때 옆에 없었던 제자들에게도 ‘내가 세상 끝날 때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강점 탓에 예수의 제자들은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한 이후에 오히려 더욱 굳은 신념으로 예수의 가르침을 전할 수 있었다.

    IMF 사태로 시작된 국가적 위기의식 속에서 ‘위대한 CEO 엘리자베스 1세’(위즈덤하우스, 2000)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각별한 관심을 모았다. 엘리자베스 1세(1533~1603) 즉위 당시 영국은 신-구교 갈등, 스페인과 프랑스의 위협, 무역적자, 화폐가치 급락, 살인적인 인플레 등으로 시달리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엘리자베스 1세는 어머니 앤이 헨리 8세에 의해 처형되었고, 어린 시절을 배다른 언니 메리 여왕의 의심 속에 숨죽여 살아야 했다. 그런 그녀가 즉위하여 영국을 다스리다가 세상을 떠난 1603년 당시 영국은 유럽의 최강국이 되어 있었다.

    저자 앨런 액슬로드는 엘리자베스 1세의 리더십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기본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이미지를 창출하라 △소박한 풍모를 리더십에 더하라 △전횡을 피하면서 대의명분을 창조하라 △충직한 측근과 충직한 반대파를 동시에 구축하라 △기업을 성장시켜 경쟁자를 분쇄하라 △위기를 승리로 전환하라 △권력을 장악하라 △변명하지 말고 사업을 추진하라. ‘위대한 리더는 스스로를 평가한다.’ 저자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1세는 ‘이미지 창출’에도 탁월해서 평생 결혼을 피했다.

    불우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난 그녀는 가정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었음은 물론, 왕가의 그런 환경이 국가에 미치는 악영향도 알고 있었다. 또 자신이 다른 나라 사람과 결혼할 경우 영국의 외교적인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이고, 영국인과 결혼하면 파벌주의가 생겨나리라는 점도 예견했다. 그녀는 결국 미혼이라는 자신의 처지를 바탕으로, 동정녀 마리아의 순수하고 절대적인 이미지를 창출해냈다. 북미 최초의 영국 식민지 이름을 ‘버지니아’(Virginia)라고 지은 것도 그런 이미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 사람의 역사 인물이 아니라 여러 인물의 리더십을 분석한 책으로 ‘시대를 움직인 16인의 리더’(작가정신, 1999)가 있다. 노스웨스턴 대학 역사학부 교수인 저자 게리 윌스는 정치 군사 경영 종교 스포츠 예술 등 다양한 분야, 다양한 시대의 리더십 모범유형을 분석한다. 윌스는 특히 리더의 본질을 리더와 추종자와의 관계에서 찾고 있다.

    역사 인물의 리더십을 주제로 한 대부분의 책들이 리더 개인의 자질과 성격을 논하는 것과 사뭇 다르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리더는 조직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를 분명히 제시하여 이끌어야 하고, 그 목표에 공감하는 추종세력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다. 요컨대 리더십이란 성취해야 할 공동의 목표를 놓고 지도자와 추종자가 상호 작용하면서 형성되는 것이며, 상황과 목표를 불문하고 형성되는 초인적인 리더십이란 없다는 것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루스벨트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부인 낸시 레이건은 둘 다 퍼스트레이디로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오늘날 엘리너는 미국의 20세기를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됐고 민권-여성-복지제도의 많은 부분이 그가 주창한 노선으로 가고 있지만, 낸시는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엘리너의 활동이 당시 미국 사회(추종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 공동의 목표로 발전시킨 것이었다면, 낸시의 마약퇴치운동은 마약문제의 사회구조적 성격을 외면하고, 마약사용자의 개인적 노력만 촉구하는 캠페인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리더가 제시하는 목표와 그 목표를 공유하는 추종자들에 따라 다르게 적용돼야 한다. 훌륭한 군사지도자였던 나폴레옹은 실패한 황제였고, 미국 상원의 뛰어난 지도자였던 린든 존슨은 실패한 대통령이었다. 이러한 윌스의 통찰은 시대와 상황을 불문한 보편적인 리더십의 원칙이 있다는 생각에 이의를 제기하는 셈이다.

    아직 국내에 출판되지는 않았지만 흑인민권운동가로서 널리 추앙받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리더십을 주제로 하는 ‘마틴 루터 킹의 리더십: Martin Luther King, Jr., on Leadership’(Warner Books, 2000)도 특기할 만하다. 저자 도널드 T. 필립스는 기업, 정부, 각종 단체에서 리더십 강사로 활동중인데, 이 책 이외에도 Lincoln on Leadership, The Founding Fathers on Leadership 등을 통해 호평받은 바 있다. ‘마틴 루터 킹의 리더십‘의 부제목은 ‘도전적인 시대를 위한 영감과 지혜’다. 이 제목은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미국인의 인권의식 향상과 제도적 인권 보호장치 마련에 큰 기여를 한 킹 목사의 리더십에 어울리는 표현이다.

    필립스는 미래의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킹 목사로부터 다음과 같은 사항을 배울 수 있다고 본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의 이해와 요구를 염두에 두어 제휴하고, 협의하고, 연대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서 가능한 한 많은 필요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의사소통의 통로를 언제나 활짝 열어두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 스스로가 자신의 성격을 늘 되묻고 새롭게 규정함으로써, 사업 방향을 유연하게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위기극복의 노력을 통해 불리한 조건을 보다 긍정적이고 유리한 조건으로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음 세대의 리더들을 양성하는 데 게으르지 말아야 한다.

    리엔지니어링, 다운사이징, 기업 구조조정 등은 표현이야 어떻든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생존의 노력들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이 간과하기 쉬운 요소가 바로 사람이다. 빠른 변화 속에서 기업 구성원들이 정서적-정신적으로 받는 압력은 전에 없이 크다. 어떤 의미에서는 다분히 비인간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살풍경에 일침을 가한 책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제너럴 모터스를 경영했다면·If Aristotle Ran General Motors: The New Soul of Business’(Henry Holt & Company, 1998)이다. 이 책은 미국에서 초판 7만5000부가 금세 매진될 만큼 화제를 일으켰다. 노드댐 대학 철학 교수직에서 물러나 모리스 인간가치 연구소 소장으로서 활발한 강연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저자 톰 모리스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기업 구성원들을 존중하고 그들을 정신적,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새로운 기업 문화 혹은 경영 정신의 창출이 필요하다는 것. 모리스는 이를 위해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천 년 전 강조했던 진(眞), 선(善), 미(美), 통일성 등이 오늘날 기업의 뼈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진리는 기업의 재무상태와 회계 관련 사항을 기업 구성원들에게 자세하고 솔직하게 공개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가장 아름다운 작업장, 사무실이야말로 생산성을 높이는 지름길 가운데 하나다. 확고한 윤리적 기준에 따라 기업활동이 전개될 때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다. 그리고 통일성은 기업 구성원들이 직무 수행 자체에서 정서적-정신적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저자는 또한 제휴 업체, 종업원, 간부, 고객, 공급자 등 기업을 중심으로 여러 주체들 사이의 관계에 상호존중과 인정의 풍토가 자리잡을 때, 성공적인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치열한 경쟁의 연속인 경영 환경 속에서도 기업 및 기업 구성원이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와 가치가 바로 위와 같은 것들이며, 그에 충실한 기업이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는 것이다.

    역사 인물의 리더십을 오늘날의 상황에 적용하는 일은 견강부회(牽强附會)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특수한 역사적 상황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일반화하는 잘못도 일어날 수 있다. 더구나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역사 인물의 리더십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사항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들의 성공과 실패로부터 배우지 않을 수 없다. 다음과 같은 말들이 있지 않은가.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유일한 교훈은 인간이 역사를 통해 아직까지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란 도무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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