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약을 실은 화물열차가 만약 탈선한다면? 강원도 산간지역을 오르던 전기기관차가 갑자기 멈춰버린다면 또 어떨까. 떠올리기 싫은 가정이지만, 지금 철도청의 화차와 전기기관차에도 이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간동아’가 입수한 철도청과 한국철도차량(이하 한국철차)의 내부문서 가운데 ‘철도청이 99년 이후 한국철차로부터 납품받은 690량의 화차에서 대차 프레임에 균열이 가는 구조적인 결함이 발생했다’는 기록은 이런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주로 산악지대를 운행하는 전기기관차 44대의 견인전동기(구동모터)에 중대 결함이 발생해 원인을 파악중이라는 대목도 열차의 안전을 위협하는 내용이기는 마찬가지다. 전기기관차는 화-객차 겸용이다.
지난 1월17일 오전 9시30분 철도청 수색기지에는 화차 한 대가 바퀴에 불꽃을 일으키며 들어왔다. 기차의 골조 부분에 균열이 일어나면서 프레임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로 끌려들어온 것. 화차의 대차 프레임은 지하철 전동차의 그것과 기능 면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 화물의 무게를 떠받치면서 제동장치와 차축, 바퀴가 달려 있는 열차 골조의 일부분이다. 따라서 프레임의 균열을 계속 방치한다면 그 결과는 곧 화차의 탈선을 의미한다.
하지만 철도청은 단지 해당 차량에 한정된 문제일 뿐 다른 차량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사고 5일 뒤인 지난 1월22일 철도청이 한국철차로 발송한 ‘용접 대차 하자처리 조속 이행 요구’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자.
‘용접 대차의 불량으로 하자가 발생된 차량에 대하여 조속히 하자처리…(중략)… 우선 취약차량인 295량에 대하여 각 차량사무소에서 현재 관 내에 있는 차량 점검하고 균열 발견 시 보완방법에 의한 하자조치.’ 이는 문제가 생긴 차량이 한두 대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알게 해 준다. 또 철도청은 공문에서 하자처리 실적을 매주 보고하고 실적이 부진할 때는 원인 및 대책을 제시하여 줄 것까지 요구하고 있다. 철도청이 매우 다급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한국철도의 또 다른 내부문건인 ‘철도청 화차 보완작업 대상량 및 작업현황’은 프레임 부위의 하자가 295량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지난 99년 이후 납품된 화차 871량 중 610량이 프레임의 엔드 빔(END BEAM)에, 690량은 센터 빔(CENTER BEAM)에 각각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적고 있다. 엔드 빔은 프레임의 한 부분으로 화차의 제동장치 역할을 맡은 부품이고, 센터 빔은 말 그대로 프레임의 중앙 부분을 연결하는 부분으로 이의 균열은 화차가 그대로 내려앉는 결과를 빚는다(그림과 사진 참조).
그런데도 철도청 객화차과 박동준씨는 “한두 대 차량에서 결함이 발생해 전체 차량을 점검하고 보강하는 차원이지 구조적 결함은 아니며 이에 대한 보강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주장한다. 즉 그의 주장은 한두 건의 하자가 발생했을 뿐이지만 안전에 대한 신뢰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전체를 점검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화차용 용접구조 대차 문제점’이라는 한국철차의 내부 보고서에는 이에 대해 ‘화차용 대차에서 문제점이 발생하여 조치 중에 있으며, 향후 제작하는 신조 차량에 대하여 이를 설계에 반영하라’고 못박고 있다. 제품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또 결함의 원인에 대해서도 ‘엔드 빔과 센터 빔의 강도 부족 때문’이라고 명시했다.
한국철차의 한 정비공은 “엔드 빔과 센터 빔의 하자는 화차 제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구조적 결함“이라며 “현재 서울지역에는 정비공이 모자라 부산의 고려차량이라는 하청업체에서 전량 보수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일손이 달려 몇 개월이 걸려도 부족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화차의 하자는 그 결함의 원인이라도 밝혀냈지만, 전기기관차 견인전동기(모터)의 결함은 아직 원인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철차의 ‘A/S 과부하 대책 협의자료’에 따르면 대우중공업 의왕공장 제작분인 철도청 전기기관차 견인전동기 44대가 제작불량으로 하자 수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3월 말 현재까지 수리 가능 여부도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것. 이 때문에 전동기 결함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한국중전기㈜에 이를 분해해서 검토 중이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기관차의 모터가 고장나면 기차는 설 수밖에 없다. 이들 전기기관차는 모두 20여 년이 넘은 노후품인데다 동력전달원인 모터가 못 쓰게 됐다면 이는 기관차 전체가 고철덩어리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이들 전기기관차 대부분이 태백선과 영동선, 동해선 등 산간지방을 운행하는 기관차로 산등성이에서 고장나면 오도가도 못한 채 승객들이 산 속에 갇혀 버릴 우려도 있다.
지난해 11월18일 철도청이 한국철차에 보낸 ‘전동기 하자현황’은 전기기관차의 전동기 고장이 이미 98년부터 시작된 것임을 시사한다. 고장난 견인전동기 44대의 하자 발생 현황은 △98년 5월 1대 △99년 9대 △2000년 34대다. 10대는 2, 3년째 고치지 못하고 이를 방치해온 것이다. 철도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담당자가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결함의 원인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인지, 하자가 발생한 사실 자체를 모른다는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는 상태다.
한국철차의 한 관계자는 “전동기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교체를 하지 않고 대강 고쳐 쓰려고 하다가, 고장난 전동기가 쌓이고 쌓여서 이렇게 된 것”이라며 “현재 모든 전기기관차의 전동기가 사용 불능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사정이 이렇고 보면, 과연 철도청이 운행하는 열차의 구조적 결함이 화차와 전기기관차에 그치는 것인지조차 회의가 든다.
‘주간동아’가 입수한 철도청과 한국철도차량(이하 한국철차)의 내부문서 가운데 ‘철도청이 99년 이후 한국철차로부터 납품받은 690량의 화차에서 대차 프레임에 균열이 가는 구조적인 결함이 발생했다’는 기록은 이런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주로 산악지대를 운행하는 전기기관차 44대의 견인전동기(구동모터)에 중대 결함이 발생해 원인을 파악중이라는 대목도 열차의 안전을 위협하는 내용이기는 마찬가지다. 전기기관차는 화-객차 겸용이다.
지난 1월17일 오전 9시30분 철도청 수색기지에는 화차 한 대가 바퀴에 불꽃을 일으키며 들어왔다. 기차의 골조 부분에 균열이 일어나면서 프레임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로 끌려들어온 것. 화차의 대차 프레임은 지하철 전동차의 그것과 기능 면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 화물의 무게를 떠받치면서 제동장치와 차축, 바퀴가 달려 있는 열차 골조의 일부분이다. 따라서 프레임의 균열을 계속 방치한다면 그 결과는 곧 화차의 탈선을 의미한다.
하지만 철도청은 단지 해당 차량에 한정된 문제일 뿐 다른 차량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사고 5일 뒤인 지난 1월22일 철도청이 한국철차로 발송한 ‘용접 대차 하자처리 조속 이행 요구’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자.
‘용접 대차의 불량으로 하자가 발생된 차량에 대하여 조속히 하자처리…(중략)… 우선 취약차량인 295량에 대하여 각 차량사무소에서 현재 관 내에 있는 차량 점검하고 균열 발견 시 보완방법에 의한 하자조치.’ 이는 문제가 생긴 차량이 한두 대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알게 해 준다. 또 철도청은 공문에서 하자처리 실적을 매주 보고하고 실적이 부진할 때는 원인 및 대책을 제시하여 줄 것까지 요구하고 있다. 철도청이 매우 다급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한국철도의 또 다른 내부문건인 ‘철도청 화차 보완작업 대상량 및 작업현황’은 프레임 부위의 하자가 295량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지난 99년 이후 납품된 화차 871량 중 610량이 프레임의 엔드 빔(END BEAM)에, 690량은 센터 빔(CENTER BEAM)에 각각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적고 있다. 엔드 빔은 프레임의 한 부분으로 화차의 제동장치 역할을 맡은 부품이고, 센터 빔은 말 그대로 프레임의 중앙 부분을 연결하는 부분으로 이의 균열은 화차가 그대로 내려앉는 결과를 빚는다(그림과 사진 참조).
그런데도 철도청 객화차과 박동준씨는 “한두 대 차량에서 결함이 발생해 전체 차량을 점검하고 보강하는 차원이지 구조적 결함은 아니며 이에 대한 보강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주장한다. 즉 그의 주장은 한두 건의 하자가 발생했을 뿐이지만 안전에 대한 신뢰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전체를 점검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화차용 용접구조 대차 문제점’이라는 한국철차의 내부 보고서에는 이에 대해 ‘화차용 대차에서 문제점이 발생하여 조치 중에 있으며, 향후 제작하는 신조 차량에 대하여 이를 설계에 반영하라’고 못박고 있다. 제품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또 결함의 원인에 대해서도 ‘엔드 빔과 센터 빔의 강도 부족 때문’이라고 명시했다.
한국철차의 한 정비공은 “엔드 빔과 센터 빔의 하자는 화차 제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구조적 결함“이라며 “현재 서울지역에는 정비공이 모자라 부산의 고려차량이라는 하청업체에서 전량 보수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일손이 달려 몇 개월이 걸려도 부족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화차의 하자는 그 결함의 원인이라도 밝혀냈지만, 전기기관차 견인전동기(모터)의 결함은 아직 원인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철차의 ‘A/S 과부하 대책 협의자료’에 따르면 대우중공업 의왕공장 제작분인 철도청 전기기관차 견인전동기 44대가 제작불량으로 하자 수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3월 말 현재까지 수리 가능 여부도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것. 이 때문에 전동기 결함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한국중전기㈜에 이를 분해해서 검토 중이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기관차의 모터가 고장나면 기차는 설 수밖에 없다. 이들 전기기관차는 모두 20여 년이 넘은 노후품인데다 동력전달원인 모터가 못 쓰게 됐다면 이는 기관차 전체가 고철덩어리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이들 전기기관차 대부분이 태백선과 영동선, 동해선 등 산간지방을 운행하는 기관차로 산등성이에서 고장나면 오도가도 못한 채 승객들이 산 속에 갇혀 버릴 우려도 있다.
지난해 11월18일 철도청이 한국철차에 보낸 ‘전동기 하자현황’은 전기기관차의 전동기 고장이 이미 98년부터 시작된 것임을 시사한다. 고장난 견인전동기 44대의 하자 발생 현황은 △98년 5월 1대 △99년 9대 △2000년 34대다. 10대는 2, 3년째 고치지 못하고 이를 방치해온 것이다. 철도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담당자가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결함의 원인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인지, 하자가 발생한 사실 자체를 모른다는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는 상태다.
한국철차의 한 관계자는 “전동기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교체를 하지 않고 대강 고쳐 쓰려고 하다가, 고장난 전동기가 쌓이고 쌓여서 이렇게 된 것”이라며 “현재 모든 전기기관차의 전동기가 사용 불능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사정이 이렇고 보면, 과연 철도청이 운행하는 열차의 구조적 결함이 화차와 전기기관차에 그치는 것인지조차 회의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