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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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공격형 진용으로 밀어붙인다

DJP 굳건한 공조, 親政 체제 구축 … 여권내 힘의 균형 유지 ‘정권재창출’ 강한 의지

  • < 조용준 기자 abraxas@donga.com >

    입력2005-02-22 13: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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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J, 공격형 진용으로 밀어붙인다
    여권의 ‘권력 지형도’에 다시 미묘한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3월26일 단행된 개각의 내용을 들여다보니 그렇다는 얘기다.

    이번 장관급 12명에 대한 개각에서 역시 최대 수혜자는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JP). 장재식 산업자원부, 오장섭 건설교통부, 정우택 해양수산부 장관 등 3명이 입각했다. 물론 민주당에서 자민련으로 건너간 장재식 장관의 경우 자민련 몫으로 보기 힘들다는 주장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지금은 자민련 소속이다. 여기에 이한동 총리와 한갑수 농림부 장관까지 합치면 3석의 의석을 민주당에서 빌려와 겨우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자민련의 위상에 비해 턱없이 과분한 대접이다.

    물론 김대중 대통령이 처음부터 이런 ‘대접’을 제의한 것 같지는 않다. 3월25일 JP와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의 협의에서 JP는 이한동 총리의 유임과 3석의 장관 자리를 강력하게 밀어붙였고, 이 과정에서 약간의 불협화음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JP의 주장을 100% 수용함으로써 DJP 재공조에 대한 ‘배려’와 ‘의리’를 재차 굳건하게 보여주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논산시장 공천 문제를 둘러싼 양당의 갈등이 ‘민주당 몫’으로 자연스럽게 정리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확실치 않다.

    JP는 ‘권력 서열 2위’의 위치를 재확인했고, 차기 대통령 ‘킹 메이커’로서의 위상도 더욱 단단해졌다. 이에 따라 DJP 공조는 2002년 대선 때까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미 차기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JP이고 보면 또 한 차례의 공동 정권 창출에 대한 포석이 놓인 셈이다.



    민국당 한승수 의원이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중용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한의원의 입각으로 민국당 내부 일부 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자민련-민국당 3당의 정책연합은 사실상 완성되었다. 이는 곧 다음 대선에서 3당 연합전선이 형성된다는 얘기다. 지역적으로 보면 호남-충청-강원으로 이어지는 ‘영남권 포위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한나라당이 이번 개각을 “정계재편을 위한 정략”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강력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개각을 통해 민주당과 자민련의 합당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은 아직 섣부른 듯하다. 여러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굳이 합당을 감행할 만한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합당이 차기 대선의 득표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권 내부에서도 아직 검토가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각의 요체 가운데 하나는 신건 전 법무부 차관의 국정원장 임명이다. 애초에 ‘빅 3’(당 대표-비서실장-국정원장) 교체는 없는 것으로 정리되던 분위기가 막판에 바뀌면서 임동원 국정원장이 통일부 장관으로 옮겨갔기 때문. 특히 신임 신건 국정원장이나 박지원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이 동교동계 구주류와 가까운 인물이라는 점이 당내에 미묘한 흐름을 낳았다. 개각을 앞두고 여권 내 권력 운용 축의 변화를 원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진행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단 신건 국정원장의 등장과 박지원 수석의 재등장은 동교동 구주류의 ‘복권’으로 인정되는 듯한 분위기다. 지난해 권노갑 전 고문의 최고위원 경선 불출마 이후 계속 패퇴만을 거듭하던 구주류가 이제 다시 당의 중심축으로 복원될 수 있는 발판이 생겼다는 얘기다. 박지원 수석만 해도 이번에는 어떤 자리든 ‘복귀’ 그 자체에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까닭일까. 3월26일 민주당에서는 신주류인 김중권 대표가 이번 개각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개각 시기와 폭은 물론, 자신의 수하나 다름없는 김영환 대변인이 과학기술부 장관에 중용됐다는 사실조차 김대변인이 보고하기 전에 모르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김대표가 과거 여당 출신답게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철저히 ‘모르쇠’로 일관했던 탓이 크다.

    김영환 과학기술부 장관과 양승택 정보통신부 장관은 김대표의 추천 케이스라는 게 중론이다. 당 핵심부에서는 인사 발표가 나기도 전에 입각자 명단이 누설되곤 했던 전례를 이번만은 철저히 막으려 했으나, 오히려 청와대 쪽에서 일부 누설한 탓에 김대표의 모양새가 우습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한광옥 비서실장의 거취 문제다. 한실장은 이번 유임으로 인해 내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가 거의 불가능해진 상태.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아 있긴 하지만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려면 청와대에서 나와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적인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한실장이 서울시장에서 당 대표로 ‘목표’를 바꾸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내년 1월의 전당대회론이 아직도 유효한 만큼 그 때의 차기 대표를 노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전반적인 모습으로 볼 때 일단 신주류와 동교동 구주류는 팽팽한 힘의 균형 상태를 다시 맞춘 것으로 보인다. 어느 한쪽에 일방적인 힘을 몰아주지 않고 각 세력끼리 견제하도록 만드는 김대통령 특유의 용인술이 다시 나타난 모습이다. 이는 뒤집어 보면 김대통령이 자신의 레임덕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힘의 균형을 통한 견제, 이를 통한 권위의 유지가 임기 후반을 지탱하는 김대통령의 리더십이 된다는 얘기다.

    이를 더 발전시켜 보면 정권재창출에 대한 김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읽힌다. 야당의 비난이나 여론의 비판과 상관없이, 또한 더 이상의 혼선과 실험 없이 고집스럽게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김대통령 특유의 승부욕도 보인다. 따라서 여권의 ‘강-강-강 기조’(강한 대통령-정부-여당)는 임기 말까지 지속될 일종의 ‘최우선 정책’이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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