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저는 거기에 이렇게 적었더랬습니다.
‘말보다는 글로 살아온 일선 취재기자 생활. 지금은 잠시 접어둘까 합니다. 말-글을 아울러야 하는 새로운 자리에 앉게 된 만큼, ‘말 같잖은 말’이 난무하는 세상 이야기를 ‘글다운 글’로 전하는 ‘주간동아’를 만들어보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 따끔한 고견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하략)’
어느덧 시간은 흘러 11개월이 된 지금, 저는 그동안 잠시 접어뒀던 ‘말보다는 글로 살아온 취재기자 생활’로 복귀하려 합니다. ‘말 같잖은 말’이 난무하는 세상 이야기를 ‘글다운 글’로 전하겠다는 당초의 포부가 독자분들께 얼마나 절실하고 유용하게 받아들여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세상에 ‘말 같잖은 말’들이 난무하니 더욱 그러합니다.
그럼에도 주간동아나 저 개인적으로나 무척 다사다난(多事多難)한 나날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는 기사를 쓰는 일을 종종 제 자신의 일기(日記)를 쓰는 일에 빗댑니다. 일간지에 근무하던 시절엔 말 그대로 그날그날 있었던 세상사를 기록하는 기사를 쓰면서, 훗날 다시 그 스크랩한 기사들을 보면 당시 제가 어떤 생각을 가졌고 무슨 행동을 했는지 곱씹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업무영역이 시사주간지와 시사월간지로, 다시 시사주간지로 바뀌면서 한 주, 한 달 동안의 제 행보가 기사의 행간(行間)에 고스란히 숨겨져왔습니다. 그것이 주기(週記)이든 월기(月記)이든 말입니다. 한결같이 저 아니면 온전히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지요.
이제 다시 일기장을 바꿀 때가 왔네요. 새해가 되기 전 누구나 다이어리 하나쯤 장만하듯, 저도 ‘주간 일기(?)’를 다른 일기로 바꿀 것입니다. 지난 11개월 동안 주간동아를 사랑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곧 후임 편집장이 새로운 기획으로 여러분을 맞을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이것 한 가지만은 분명히 전해드리렵니다.
독자분들의 성공적인 삶을 위한 조력(助力)이 곧 주간동아의 끊임없고 변함없는 사명이라는…. 김치는 외국어로 말해도 ‘김치’이듯 말이지요.
아무쪼록 여러분의 화수분 같은 애정과 신뢰를 거듭 부탁드립니다. 건강하십시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