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의 ‘Skulls’.
이러한 움직임은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반향을 줄 수 없을지라도 멀리 내다보면 분명 국내 아트마켓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물론 해외에서 경매를 진행한다는 것은 국내에서보다 몇 배에 이르는 위험을 짊어지고 시작하는 것이다. 새로운 마켓을 개척하고 컬렉터를 발굴하려는 목적에서 시작해, 서서히 해외 마켓에 이름을 알리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준까지 가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 그만큼의 인내심도 요구된다.
경매 낙찰 결과가 컬렉터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보다 떨어진 낙찰률에 컬렉터들은 더 움츠러들어 구매 자체를 멈추고 있다. 그러나 경매 낙찰률은 현재 마켓의 상황을 진단할 수 있는 잣대가 아니다. 물론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 낙찰률은 참조할 정도의 가치는 있다. 현재 마켓은 전반적으로 작품의 질은 떨어진 데 반해 추정가만 올라간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림의 경우 매매가 되지 않는 시점에 굳이 값을 내려서 판매를 감행하지는 않는다. 가격을 유지하면서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불황이라고 해서 값이 떨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불황 속에서도 굳건히 거래되고 있는 작가군과 작품군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다. 경매 출품작과 낙찰 결과를 자세히 보면 작품의 옥석이 가려지고 있음이 드러난다. 이렇게 작품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시기는 많지 않다. 마켓을 알고 싶어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이 마켓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탄탄한 평가를 받는지를 판단하기에는 지금이야말로 적기다.
소더비 런던 경매에서 앤디 워홀의 ‘skulls’를 낙찰받은 사람은 인터뷰를 통해 “모든 자산이 흔들리고 있는 현 상황에서 가장 믿을 만한 건 ‘앤디 워홀’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판단이 정확한지에 대해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앤디 워홀이 미술사에 길이 남을 존재이며 결코 사라지지 않으리란 점은 확실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산을 보호하는 최종 거처로 미술품을 선택하는 것은 이러한 불멸성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