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스위치 니콜라스 카 지음/ 임종기 옮김/ 동아시아 펴냄/ 344쪽/ 1만5000원
21세기가 시작되면서 내가 ‘출판 비즈니스’를 강의할 때마다 수강생들에게 던졌던 질문이다. 출판이야말로 정보기술(IT) 혁명의 파고(波高)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영역이니 말이다. 그런데 미국의 경영컨설턴트인 니콜라스 카는 ‘빅 스위치’에서 바로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고 있다.
저자는 전기와 정보기술의 유사성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경제학자들이 범용기술이라고 말하는 이 두 기술은 모두 네트워크를 통해 아주 먼 거리까지 효율적으로 전송되면서 중앙 공급이라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월드와이드웹이 월드와이드컴퓨터로 바뀌어 ‘컴퓨터의 전 세계 네트워크’ 시스템이 작동하는 지금, 마치 가전제품의 스위치를 누르듯 그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다. 또한 수많은 양의 정보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두 기술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20세기의 전기화라는 유틸리티가 생산한 값싼 전기로 말미암아 대중문화가 꽃을 피웠고 아울러 중산층의 성장, 대중교육의 확대, 교외로의 인구이동, 산업경제에서 서비스 경제로의 전환 등 그 긍정성이 매우 컸다. 한마디로 부유한 중산층의 등장과 좀더 평등주의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 우리에게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를 불러올 것이라고 수없이 경고한다. 클라우딩 컴퓨팅은 서로 다른 물리적 위치에 있는 중앙처리장치(CPU), 네트워크 밴드위스, 스토리지 등의 컴퓨터 리소스를 가상화 기술로 통합해 제공하는, 최근 IT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유틸리티다.
컴퓨터와 인터넷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표현하거나 자신의 작품을 광범위한 관객에게 배포하고, 다양한 상품들의 생산에 협력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 공평하고 더 민주적인 평등사회를 창조하는 힘으로 보려는 원초적인 경향과 욕망이 없지 않다. 하지만 생산수단을 대중에게 넘겨주긴 했어도 생산품의 소유권은 넘겨주지 않았기 때문에 대중이 제공하는 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극히 소수의 사람들에게 효율적으로 집중하게 되는 ‘크라우드소싱’이라는 메커니즘이 작동된다.
그 결과 시장이 낳은 더욱 많은 부(富)가 극히 ‘일부’의, 유독 재능이 뛰어난 개인들에게 몰려 수많은 중산층의 몰락이 초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튜브다. 2005년 20대 풋내기 두 사람이 시작한 유튜브 서비스는 곧바로 폭발적인 회원 확보로 가능성을 보였고, 불과 10개월 만에 16억5000만 달러에 매각돼 두 사람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줬다. 하지만 콘텐츠의 실제 생산자들에게는 단 한 푼도 넘겨주지 않았다.
유저들이 제작한 콘텐츠가 상업화할수록 비숙련 노동자뿐 아니라 저널리스트, 편집자, 사진가, 연구원, 애널리스트, 사서 같은 숙련 노동자들마저 소프트웨어로 대체된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또한 지식노동의 세계무역화 그리고 자발적 노동을 결집해 경제적 가치를 거둬들이는 극히 소수의 기업(부자)에 의해 경제성장이 촉진되고 소비되는 플루토노미(Plutonomy)만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온라인에서 읽거나 클릭하거나 상품을 구매하거나 e메일을 보내는 등의 ‘모든’ 행위는 월드와이드컴퓨터의 기계장치 어딘가에 기록돼 각자의 신상기록부가 작성된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기록부를 활용해 우리를 통제할 수 있어 개인의 ‘사생활은 없다’고도 단언한다. 또 광신적인 테러리스트나 봇넷(botnet·소유자의 인지나 동의 없이 원격으로 통제되는 PC) 같은 어둠 속의 범죄 위협이 끊이지 않을 것이며, 전기 부족에서부터 자연재해, 기술적인 고장 같은 훨씬 더 일상적인 위험도 상존할 것이라는 등의 ‘나쁜’ 전망을 줄줄이 늘어놓는다. 누리꾼(네티즌)의 재갈을 물리려는 법안을 준비 중인 정치판의 움직임에다 인기 블로거 ‘미네르바’를 수사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면, 클라우딩 컴퓨팅이라는 유틸리티가 천사보다는 악마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인간은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기술에 종속된 적이 없다. 언제나 놀랍게 발달한 기술을 활용해 그때마다 한 단계씩 진전된 문명을 만들어왔다. 사실 인터넷 기술은 처음에는 우리를 당혹하게 했지만 지금은 우리를 편하게 만든 면이 적지 않다. 물론 저자가 제시하는 우려들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저자가 제시하는 우려들을 해결할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유토피아를 만드는 데 더욱 진력해야 하지 않을까. 비록 쉽지 않은 길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