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힘과 지혜를 깔보려는 경향이 있다. 소련과 동유럽이 무너지고 북한의 식량난이 극심했으며 김일성 주석까지 사망한 1994년, 한국에서는 북한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예측이 팽배했다. 그리하여 ‘북한을 루마니아처럼 일거에 무너지게 하는 것이 좋으냐’‘부드럽게 붕괴하게 하는 것이 좋으냐’를 놓고 경(硬)착륙과 연(軟)착륙론이 대립했다. 한국은 북한을 붕괴시킬 수단을 갖고 있지도 못하고서 갖고 있는 것처럼 떠든 것이다. 이에 대해 김정일 세력은 1차 북핵위기로 대응함으로써 정권도 붕괴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미국과 바로 협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리고 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를 도출했는데, 이 합의 덕에 김정일 정권은 미국으로부터 ‘북한이 핵개발을 해왔다’는 용인을 받아냈고, 한국과 미국 등으로부터는 중유를제공받는 데도 성공했다. 벼랑 끝 전술로 멋진 역전승을 거둔 것이다.
그러나 제네바 합의는 2002년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을 제조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파기됐다. 북한은 다시 국제사회로부터 봉쇄되는 위기를 맞은 것이다. 하지만 1994년의 판단 착오 때문인지 북한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예측은 나오지 않았다.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북한은 핵실험을 준비했다. 그러나 햇볕정책을 추구한 노무현 정부와 북한을 우습게 보려는 보수주의자들은 북한의 노력을 애써 무시했다. 그리고 2006년 10월9일 북한이 어설픈 핵실험을 감행하자 깜짝 놀랐다.
대북 전문가들 “폐쇄는 시간문제”
2008년은 후계자가 불투명한 가운데 김정일 위원장이 뇌중풍(뇌졸중)에 걸린 것이 확인된 해다. 그러자 한국 사회에서는 머지않아 김정일 정권이 붕괴할 것이라는 담론이 팽배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금강산관광을 중단시키고 이어 개성공단도 폐쇄할 것이라며 위협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남북이 합의한 개성공단법을 근거로 만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폐쇄하면, 북한은 그들 스스로 합의해서 만든 법을 어겼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북한은 과연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국 업체를 쫓아낼 수 있을 것인가.
한국 사회에서는 ‘북한은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그러나 북한의 움직임을 추적해온 전문가들은 “실질적으로 북한은 개성공단을 폐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들이 근거로 삼는 것은 제3국을 통해 들어오는 각종 첩보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한국 업체만 88개 입주해 있다. 지난해 10월엔 한국프레틀 등 한국과 외국 업체가 합작해서 만든 합작공장 3개가 처음으로 공장터를 분양받았으나, 아직 공사는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정리하면, 개성공단은 여전히 한국기업 전용 공단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개성공단에 대해 북한 군부는 매우 불편해한다. 북한 군부는 최전방 전연지역에 한국 공단이 있는 것은 북한 군부의 작전과 활동에 장애를 주고 있다고 본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개성관광은 북한 노동당이 중심이 돼 만든 것이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뇌중풍에 걸린 뒤 북한에서는 노동당보다는 군부의 입김이 확실히 세지고 있는데, 북한 군부는 이러한 남북교류를 좋아하지 않는다. 따라서 당장 중단이 가능한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은 박왕자 씨 피살사건 등을 일으켜 중지시키고, 개성공단은 갖가지 핑계를 만들어 폐쇄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북한 군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11월25일 새벽에 있었던 김 위원장의 신의주 산업시찰이다. 북한의 중앙통신은 10월 초 공개활동을 재개한 뒤 처음으로 김 위원장이 평양을 벗어난 곳에서 현장지도를 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사실을 보도했다. 주지하듯, 신의주에는 북한의 경제특구가 있다. 그러나 이곳은 북한이 초대 행정장관으로 내정했던 중국인 양빈(楊斌)이 탈세혐의로 중국 당국에 구속됨으로써 경제특구 구실을 하지 못했다.
소식통들은 북한이 개성공단에 있는 한국 공장을 신의주공단으로 옮기려 한다고 전망한다. 나진·선봉지구(이하 나선)에도 경제특구가 있는데 북한은 나선특구로도 한국 공장을 옮길 것을 제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냥 옮기는 게 아니라 제3국과 합작한 합영공장 형태로 신의주나 나선특구로 옮길 것을 제안한다고 한다. 개성공단에 진출해 있는 한국 공장들은 대체로 이 제안을 반긴다고 한다.
한국 공장들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국 업체들은 이 공단을 안전하게 운영하려면 미국이나 유럽, 일본의 기업도 합작 등의 형태로 들어와야 한다고 전망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외국 기업의 개성공단 입주를 막아오다 지난해 처음으로 3개 업체의 외국 합작공장 입주를 허가하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으로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 있는 기회가 오자, 북한 군부는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국 업체에 3국과 합영한 형태로 법인을 변경해 신의주나 나선특구로 공장을 옮길 것을 비밀리에 제의 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제의를 받은 기업인 A씨는 개성공단에 있는 한국 공장들은 외국기업과 합작한 형태로 법인을 만들어 신의주나 나선특구로 공장을 옮기는 데 대체로 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체로서는 제3국 기업과 합작한 형태로 북한에 진출하는 것이 단독으로 진출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다. A씨는 개성에 있는 한국 공장을 3국과 합작 형태로 바꿔 신의주와 나선특구로 옮기라는 북한의 유혹과 압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고 한국기업들은 이를 수용할 것이므로 개성공단은 사실상 폐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을 중단시킨 상태에서 개성공단마저 폐쇄하면 북한 군부는 휴전선 지역에서 활동 폭을 넓힐 수 있게 된다. 북한은 1차 북핵위기와 핵실험이라고 하는 2차 북핵위기에 이어 또 한 번 벼랑 끝 전술을 펼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와 새로 출범할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일각에서는 한미 공조가 강화되고, 한국은 미국제 첨단무기의 수입을 늘리고, 미국은 한국에 대한 무기 수출을 늘려 경제난을 타개할 작은 묘수를 찾으려고 할 것이라 전망한다. 한국은 북한이 군부 주도로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것을 전제로 한 대북정책과 대미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제네바 합의는 2002년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을 제조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파기됐다. 북한은 다시 국제사회로부터 봉쇄되는 위기를 맞은 것이다. 하지만 1994년의 판단 착오 때문인지 북한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예측은 나오지 않았다.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북한은 핵실험을 준비했다. 그러나 햇볕정책을 추구한 노무현 정부와 북한을 우습게 보려는 보수주의자들은 북한의 노력을 애써 무시했다. 그리고 2006년 10월9일 북한이 어설픈 핵실험을 감행하자 깜짝 놀랐다.
대북 전문가들 “폐쇄는 시간문제”
북한 근로자들이 개성공단 내 한 신발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북한은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그러나 북한의 움직임을 추적해온 전문가들은 “실질적으로 북한은 개성공단을 폐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들이 근거로 삼는 것은 제3국을 통해 들어오는 각종 첩보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한국 업체만 88개 입주해 있다. 지난해 10월엔 한국프레틀 등 한국과 외국 업체가 합작해서 만든 합작공장 3개가 처음으로 공장터를 분양받았으나, 아직 공사는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정리하면, 개성공단은 여전히 한국기업 전용 공단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개성공단에 대해 북한 군부는 매우 불편해한다. 북한 군부는 최전방 전연지역에 한국 공단이 있는 것은 북한 군부의 작전과 활동에 장애를 주고 있다고 본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개성관광은 북한 노동당이 중심이 돼 만든 것이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뇌중풍에 걸린 뒤 북한에서는 노동당보다는 군부의 입김이 확실히 세지고 있는데, 북한 군부는 이러한 남북교류를 좋아하지 않는다. 따라서 당장 중단이 가능한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은 박왕자 씨 피살사건 등을 일으켜 중지시키고, 개성공단은 갖가지 핑계를 만들어 폐쇄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북한 군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11월25일 새벽에 있었던 김 위원장의 신의주 산업시찰이다. 북한의 중앙통신은 10월 초 공개활동을 재개한 뒤 처음으로 김 위원장이 평양을 벗어난 곳에서 현장지도를 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사실을 보도했다. 주지하듯, 신의주에는 북한의 경제특구가 있다. 그러나 이곳은 북한이 초대 행정장관으로 내정했던 중국인 양빈(楊斌)이 탈세혐의로 중국 당국에 구속됨으로써 경제특구 구실을 하지 못했다.
소식통들은 북한이 개성공단에 있는 한국 공장을 신의주공단으로 옮기려 한다고 전망한다. 나진·선봉지구(이하 나선)에도 경제특구가 있는데 북한은 나선특구로도 한국 공장을 옮길 것을 제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냥 옮기는 게 아니라 제3국과 합작한 합영공장 형태로 신의주나 나선특구로 옮길 것을 제안한다고 한다. 개성공단에 진출해 있는 한국 공장들은 대체로 이 제안을 반긴다고 한다.
한국 공장들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국 업체들은 이 공단을 안전하게 운영하려면 미국이나 유럽, 일본의 기업도 합작 등의 형태로 들어와야 한다고 전망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외국 기업의 개성공단 입주를 막아오다 지난해 처음으로 3개 업체의 외국 합작공장 입주를 허가하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으로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 있는 기회가 오자, 북한 군부는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국 업체에 3국과 합영한 형태로 법인을 변경해 신의주나 나선특구로 공장을 옮길 것을 비밀리에 제의 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제의를 받은 기업인 A씨는 개성공단에 있는 한국 공장들은 외국기업과 합작한 형태로 법인을 만들어 신의주나 나선특구로 공장을 옮기는 데 대체로 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체로서는 제3국 기업과 합작한 형태로 북한에 진출하는 것이 단독으로 진출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다. A씨는 개성에 있는 한국 공장을 3국과 합작 형태로 바꿔 신의주와 나선특구로 옮기라는 북한의 유혹과 압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고 한국기업들은 이를 수용할 것이므로 개성공단은 사실상 폐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을 중단시킨 상태에서 개성공단마저 폐쇄하면 북한 군부는 휴전선 지역에서 활동 폭을 넓힐 수 있게 된다. 북한은 1차 북핵위기와 핵실험이라고 하는 2차 북핵위기에 이어 또 한 번 벼랑 끝 전술을 펼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와 새로 출범할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일각에서는 한미 공조가 강화되고, 한국은 미국제 첨단무기의 수입을 늘리고, 미국은 한국에 대한 무기 수출을 늘려 경제난을 타개할 작은 묘수를 찾으려고 할 것이라 전망한다. 한국은 북한이 군부 주도로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것을 전제로 한 대북정책과 대미정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