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4

..

농협 비리로 다시 구설 오른 ‘봉하대군’

노무현 前 대통령 친형 노건평 씨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8-12-01 15:1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농협 비리로 다시 구설 오른 ‘봉하대군’
    참여정부 5년 동안 그는 여론의 중심에 있었다. 정권의 심장을 겨냥한 각종 의혹과 구설에는 언제나 그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뭐 하나 사실로 확인된 적은 없지만 의혹은 가라앉지 않았고, 참여정부에 비판적이던 언론들은 한순간도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심지어 그가 자신의 집 인근에 만든 간이골프장을 두고 환경훼손 논란까지 제기했을 정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사진) 씨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로비 사건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이미 구속한 노 전 대통령의 고교 친구 정화삼 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정씨에게 전달된 돈 30억원 중 일부가 노건평 씨에게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씨는 억울해한다. “생사람 잡지 마라. 억울한 심정 말도 못하고… 죽는 사람 심정을 알겠다.”

    노씨가 처음 구설에 오른 것은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 내용 때문이었다. 당시 그는 곽진업 국세청 차장을 차기 국세청장감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해 문제가 됐다. 그가 국세청 공무원 출신인 탓에 이후 국세청 인사 때마다 관가에서는 ‘형님 인사설’이라는 말이 회자됐고, 그에게는 ‘봉하대군’이란 거창한 별명이 붙여졌다.

    같은 해 9월. 대우건설 남상국 사장에게서 사장직을 연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았다가 석 달 뒤 돌려준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면서 노씨는 다시 여론의 중심에 섰다. 2004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 노씨의 증인 채택이 국감 기간 내내 핫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끝내 국회 출석을 거부했다.

    그 밖에도 ‘봉하대군’을 주연 혹은 조연으로 한 구설은 많았다. 경남 거제시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에 주택과 커피숍을 가지고 있다가 문제가 된 일도 있었고, 처남 민경찬 씨가 청와대를 사칭해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덩달아 이름이 오르내리며 망신을 당해야 했다. 해프닝으로 끝난, 2005년 불거진 노 전 대통령의 ‘숨겨진 딸’ 논란의 주인공도 노씨와 노씨의 세 번째 부인 민미영 씨 사이에서 태어난 딸 희정 씨여서 관심을 모았다.



    개인사적으로만 보면 그의 인생은 그리 순탄한 편이 아니었다. 3번의 결혼, 불명예스러웠던 공직(국세청) 생활이 그랬다. 특히 1975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을 당시 그의 비리 혐의를 고발한 사람은 다름 아닌 두 번째 부인의 모친이었다. 이 일이 있은 직후 그는 두 번째 부인과 이혼했다.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노씨를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보고 있다. 그가 중심에 있었기에 로비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과연 사실일까. 아직은 관련자들의 증언밖에 없는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확인될지, 궁금증은 점점 커진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