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선생이 1948년 9월 당시 유엔 사무총장에게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를 기원하는 편지를 보내신 일이 있습니다. 지난 10월 ‘김구포럼’에 연사로 참석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께 그 편지를 보였더니 각별한 관심을 나타내시더군요. ‘우리나라가 최빈곤국에서 오늘날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세계 11대 경제대국에 드는 나라로 발전했으니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전 빙그레 회장인 김호연(53·사진) ‘김구재단’ 이사장은 10월21일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김구포럼’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초청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과 함께 마련한 이날 강연에서 반 총장은 “금융위기 등 인류 공통의 과제에 대한 국제적 연대”를 강조했으며,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
애국지사 숨결 느끼고 사는 백범 손녀사위
김 이사장은 1995년부터 김구포럼을 정례적으로 하버드대에서 개최하고 있다. 한미 관계와 관련한 강연과 토론회를 여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 스티븐 보스워스 전 주한 미국대사, 빅터 차 전 미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국장 등이 연사로 나섰다.
김 이사장은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사위다. 백범은 생전에 3남매를 두었는데, 맏아들과 딸을 먼저 잃는 아픔을 겪었다. 올해 여든일곱 살인 둘째아들 신 씨는 6·25 참전 군인으로 공군참모총장과 교통부 장관을 지냈으며,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김양 국가보훈처장을 포함해 3남1녀를 두었고, 외동딸 미 씨의 남편이 김 이사장이다. 김 이사장은 20년 넘게 홀로 된 장인을 모시고 살아왔다.
“장인은 귀가 잘 안 들려 보청기에 의존해야 하지만 건강이 좋고 기억력도 좋으십니다. 매년 6월26일 백범 추모식을 열고 ‘백범일지’독후감 행사도 여시죠. 찾아오는 많은 분들을 접하시지만, 특히 어린이들이 오면 즐겨 이야기하고 사진도 찍어주십니다. 아버지 백범 선생과 함께 생활한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책을 통해 아버지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워가노라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장인을 모시고 살며 애국지사의 생생한 숨결을 느껴서일까. “결혼 당시 김구 선생을 존경하는 인물로 꼽았다”는 김 이사장은 이제 ‘김구 전문가’로 통한다. 1993년 김구재단을 설립해 장학사업과 학술연구 지원사업을 펼쳐온 그 또한 ‘백범 김구’ 공부에 직접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재작년 서강대 대학원에서 ‘한국적 리더십 모형에 관한 탐색적 연구 : 백범 김구의 리더십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이사장은 백범의 리더십으로 먼저 ‘섬김’을 꼽았다. 그는 재미있는 일화를 한 가지 들려줬다. 백범이 어느 날 관상서를 살펴보니 자신의 얼굴에는 한 군데도 귀하고 부유하고 좋은 상이 없고, 천하고 가난하고 흉한 상만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관상서 구절 중 ‘얼굴 좋은 것이 몸 좋은 것만 못하고, 몸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다’는 글에서 자신은 마음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한 후 자신을 낮추고 포용력 있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선생은 한평생 고난과 역경 속에서 사셨죠. 암울하던 시절,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자신을 낮추면서 국민을 섬기고 헌신하는 데 온 힘을 쏟으셨습니다.”
김 이사장은 또한 백범이 자주독립에 대한 뚜렷한 철학과 원칙을 고집한 리더였다는 점과 문화의 힘을 중시한 리더였다는 점 등을 본받을 만한 부분으로 꼽았다. 특히 그는 ‘문화의 힘’을 강조한‘백범일지’‘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서 다음 구절을 곱씹어 읽는다고 밝혔다.
내년 서거 60주기 ‘백범 정신 알리기’에 박차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인류가 현재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인류에게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김 이사장은 자신이 김구재단을 출범시켜 활발하게 사업을 펼쳐온 토대가 바로 이와 같은 백범 선생의 ‘문화국가론’에 있다고 말한다.
“백범 선생을 애국자, 독립운동가로 아는 데 머물러 그 이상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작 백범 정신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이 안타까워요. 21세기 대한민국은 백범의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김 이사장은 백범 서거 60주년이 되는 내년엔 더욱 적극적으로 ‘백범 알리기’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한다. “먼저 5월에 세계 석학들을 초청해 김구 국제심포지엄을 서울에서 열 예정입니다. 또한 5월에 미국 브라운대에 김구도서관을 개설하려고 해요. 한국 독립운동에 관한 자료를 총망라한 전문 도서관이죠. 터프츠대 플레처스쿨에 김구 강좌도 곧 개설할 것입니다.”
‘백범일지’는 현재 6개 국어로 번역돼 출간됐으며 80여 종이 나와 스테디셀러가 되고 있다. 김 이사장의 ‘백범 정신 알리기’가 내년엔 더욱 힘을 받을 듯하다.
전 빙그레 회장인 김호연(53·사진) ‘김구재단’ 이사장은 10월21일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김구포럼’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초청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과 함께 마련한 이날 강연에서 반 총장은 “금융위기 등 인류 공통의 과제에 대한 국제적 연대”를 강조했으며,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
애국지사 숨결 느끼고 사는 백범 손녀사위
김 이사장은 1995년부터 김구포럼을 정례적으로 하버드대에서 개최하고 있다. 한미 관계와 관련한 강연과 토론회를 여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 스티븐 보스워스 전 주한 미국대사, 빅터 차 전 미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국장 등이 연사로 나섰다.
김 이사장은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사위다. 백범은 생전에 3남매를 두었는데, 맏아들과 딸을 먼저 잃는 아픔을 겪었다. 올해 여든일곱 살인 둘째아들 신 씨는 6·25 참전 군인으로 공군참모총장과 교통부 장관을 지냈으며,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김양 국가보훈처장을 포함해 3남1녀를 두었고, 외동딸 미 씨의 남편이 김 이사장이다. 김 이사장은 20년 넘게 홀로 된 장인을 모시고 살아왔다.
“장인은 귀가 잘 안 들려 보청기에 의존해야 하지만 건강이 좋고 기억력도 좋으십니다. 매년 6월26일 백범 추모식을 열고 ‘백범일지’독후감 행사도 여시죠. 찾아오는 많은 분들을 접하시지만, 특히 어린이들이 오면 즐겨 이야기하고 사진도 찍어주십니다. 아버지 백범 선생과 함께 생활한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책을 통해 아버지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워가노라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장인을 모시고 살며 애국지사의 생생한 숨결을 느껴서일까. “결혼 당시 김구 선생을 존경하는 인물로 꼽았다”는 김 이사장은 이제 ‘김구 전문가’로 통한다. 1993년 김구재단을 설립해 장학사업과 학술연구 지원사업을 펼쳐온 그 또한 ‘백범 김구’ 공부에 직접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재작년 서강대 대학원에서 ‘한국적 리더십 모형에 관한 탐색적 연구 : 백범 김구의 리더십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이사장은 백범의 리더십으로 먼저 ‘섬김’을 꼽았다. 그는 재미있는 일화를 한 가지 들려줬다. 백범이 어느 날 관상서를 살펴보니 자신의 얼굴에는 한 군데도 귀하고 부유하고 좋은 상이 없고, 천하고 가난하고 흉한 상만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관상서 구절 중 ‘얼굴 좋은 것이 몸 좋은 것만 못하고, 몸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다’는 글에서 자신은 마음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한 후 자신을 낮추고 포용력 있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선생은 한평생 고난과 역경 속에서 사셨죠. 암울하던 시절,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자신을 낮추면서 국민을 섬기고 헌신하는 데 온 힘을 쏟으셨습니다.”
김 이사장은 또한 백범이 자주독립에 대한 뚜렷한 철학과 원칙을 고집한 리더였다는 점과 문화의 힘을 중시한 리더였다는 점 등을 본받을 만한 부분으로 꼽았다. 특히 그는 ‘문화의 힘’을 강조한‘백범일지’‘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서 다음 구절을 곱씹어 읽는다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왼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호연 이사장.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인류가 현재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인류에게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김 이사장은 자신이 김구재단을 출범시켜 활발하게 사업을 펼쳐온 토대가 바로 이와 같은 백범 선생의 ‘문화국가론’에 있다고 말한다.
“백범 선생을 애국자, 독립운동가로 아는 데 머물러 그 이상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작 백범 정신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이 안타까워요. 21세기 대한민국은 백범의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김 이사장은 백범 서거 60주년이 되는 내년엔 더욱 적극적으로 ‘백범 알리기’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한다. “먼저 5월에 세계 석학들을 초청해 김구 국제심포지엄을 서울에서 열 예정입니다. 또한 5월에 미국 브라운대에 김구도서관을 개설하려고 해요. 한국 독립운동에 관한 자료를 총망라한 전문 도서관이죠. 터프츠대 플레처스쿨에 김구 강좌도 곧 개설할 것입니다.”
‘백범일지’는 현재 6개 국어로 번역돼 출간됐으며 80여 종이 나와 스테디셀러가 되고 있다. 김 이사장의 ‘백범 정신 알리기’가 내년엔 더욱 힘을 받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