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은 당사자와 학부모, 교사, 그리고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나가야 한다.
법적으로 보면 폭력은 엄연한 불법행위로 정의된다. 가해자는 민사적으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문제는 가해자가 미성년의 아이일 경우다. 이럴 때 손해배상책임을 당사자인 아이가 져야 하는가. 아니면 부모나 교사, 학교(엄밀히 따지면 국·공립 학교의 경우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사립학교는 학교재단)가 져야 하는가. 만일 부모나 교사 등이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것은 어떤 경우인가 등의 질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민법은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해를 입혔을 때 그 행위의 책임을 가늠할 지능(이를 책임능력이라고 한다)이 없는 경우에는 배상책임을 지우지 않는다. 물론 책임능력 유무를 판단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법원은 통상 나이를 기준으로 하여 아이가 12세 이하면 책임능력이 없다고 간주하고, 14세 미만이면 상황에 따라 다르게 판단하고, 14세 이상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책임능력을 인정한다.
따라서 폭력을 행사한 아이가 고등학생이라면 그 아이만 손해배상책임을 질 뿐, 부모나 교사 등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또 폭력을 행사한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라면 책임능력이 없기 때문에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되는 것이다. 대신 그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잘못이 있는 부모가 거의 예외 없이 책임을 져야 한다. 교사 등도 잘못이 있는 경우 책임을 질 수 있으나 부모에 비해 책임 부담이 적은 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의문점이 뒤따른다. 가해자가 고등학생인 경우 그 학생만이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부모나 교사 등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다면, 피해자는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학생에게는 피해를 배상할 경제적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돈이 있는 부모나 교사 등에게 책임을 지울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그러나 부모나 교사 등은 이에 항변할 수밖에 없다. 무슨 수로 다 큰 아이의 뒤를 쫓아다니면서 잘못을 저지르지 못하게 할 것이며, 그 많은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겠는가. 아이가 책임능력이 있다고 해서 마냥 부모나 교사 등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만은 없는 이유인 것이다.
그리하여 법원은 사건 당시 아이가 만 14세 8개월로 부모의 전면적인 보호감독 아래 있으므로 책임무능력자에 가까울 만큼 부모의 영향력이 크거나, 폭력 전과가 있었거나, 평소 비행을 저질렀던 자인 경우 등은 부모에게 아이의 폭력 행위를 방지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반면, 대입 재수생으로서 평소 행실에 문제가 없던 자라면 부모와 함께 살고 경제적인 면을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더라도 부모는 책임이 없다는 판례를 내게 된 것이다.
교사 등은 아이에 대한 감독 의무의 범위가 부모보다는 좁아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경우도 그만큼 적다. 법원은 교사의 학생에 대한 보호·감독 의무는 학교에서의 교육활동 및 이와 밀접하고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생활에 한하며, 그 의무범위 내라고 하더라도 교육활동의 시간과 장소, 가해자의 분별능력 등 여러 사정을 고려, 폭력이 학교생활에서 통상 발생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책임을 지게 하고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단체기합을 받은 중학교 2학년 학생이 단체기합의 원인을 제공한 급우에게 폭행을 가한 경우나,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자기 도시락에 오물을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급우를 때린 경우 등은 교사나 부모에게 책임이 없다는 판례가 나온 적이 있다. 그러나 청소시간에 급우를 구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서는 가해 학생이 자기보다 약한 급우를 괴롭히는 일이 많아 교사에게서 자주 꾸중을 들어왔으며 본드를 흡입하는 등 평소 불량한 행실을 들어, 담임교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아이가 책임능력이 있고, 아이의 폭력에 대해 부모·교사 등에게도 잘못이 있다면 그들 모두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법적인 측면에서도 아이들의 폭력에 대해서 부모·교사·국가 등이 함께 책임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지만, 법적인 사태에 이르기 전에 모든 교육 주체들이 발벗고 나서 대책을 강구해야만 옳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