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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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 패션에 담긴 ‘떠나고픈 욕망’

  • LA=이인성 교수/ 이화여대 섬유직물학과

    입력2005-04-19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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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국적 패션에 담긴 ‘떠나고픈 욕망’

    아프리카에서 영감을 얻은 이브생 로랑의 드레스.

    경제와 패션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중 하나가 경제 불황과 에스닉(ethnic·이국적인) 패션에 관한 것이다.

    에스닉 모드는 현실도피를 꿈꾼다는 점에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으며, 풍요로운 시기를 회고한다는 점에서 복고풍과 겹친다.

    2004년 거리를 휩쓴 복고풍의 낭만적인 분위기에 올해는 낯설어 보이면서도 매력적인 이국의 자연을 지향하는 에스닉, 보헤미안 터치가 새로운 패션 포인트로 봄바람과 함께 다가오고 있다.

    이곳 로스앤젤레스(LA)의 멜로즈 애버뉴나 서드 스트리트 등 대표적인 패션거리에서도 에스닉 열풍을 실감할 수 있다. 여긴 완연한 봄인지라 한국보다 빨리 패션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뉴욕, 런던, 파리, 밀라노 등지에서 지난가을 펼쳐진 ‘2005 S/S 컬렉션’ 패션쇼에서 에트로, 블루마린, 돌체 앤 가바나, 안나 몰리나리, 프라다, 구찌, 에르메스 등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아프리카나 서아시아, 중남미 등의 민속 의상에서 영감을 얻은 에스닉 모드, 즉 에스닉 스타일의 강렬한 색상과 프린트, 장신구, 인도의 사리를 닮은 드레스 등 토속성이 강조된 패션을 선보였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리처드 기어, 기네스 펠트로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불교, 요가와 명상, 아시안 푸드에 열광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진 바고, 문화와 문화가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신비롭고 이국적인 취향은 하이패션계에서 동양적 팬터지로 단단히 자리를 잡은 듯하다. 특히 올봄 에스닉 스타일은, 내추럴한 스타일은 유지하면서 이전보다 테일이나 컬러의 터치가 강렬해진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트렌드와 더불어 실제 거리에서도 아프리카의 정글과 해변, 인도 전통 의상 등에서 나타나는 꽃무늬나 동물 무늬 프린트 등을 원용한 대담하고 화려한 옷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국적 패션에 담긴 ‘떠나고픈 욕망’

    동아시아 소수민족의 전통의상 문양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특히 꽃무늬가 인기가 있는데 옷 전체에 플라워 프린트를 넣고 강렬한 원색을 혼합하는 등 과감한 시도가 주목받는다. 여기에 꽃무늬의 시폰, 레이스 원피스, 긴 소매의 블라우스 등이 유행하고 있는데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더욱 열기를 띨 전망이다.

    색상은 단연 녹색이 트렌디 컬러로 꼽히며 자연친화적인 연한 베이지색, 갈색, 옅은 회색 등도 많이 사용된다. 액세서리는 커다란 링, 색색의 비즈, 늘어지는 장식 등 원시적이고 화려한 디자인이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고급 부티크에서 값싼 물건을 파는 노점까지, 특히 아프리카를 연상시키는 아이템이 많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보아뱀·흰뱀·뱀장어 등 각양각색의 뱀 무늬가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다.

    이국적이면서도 원시인처럼 촌스럽지 않은 패션을 즐기려면 도시적인 슈트나 진에 에스닉 스타일의 색상 또는 뱀가죽 벨트, 나무 소재 액세서리, 화려한 스카프·매듭 등의 디테일을 포인트로 활용하는 게 좋다. 지나치게 유행을 의식한 차림이 싫다면 동물 무늬 프린트나 녹색 정글 그림이 그려진 스카프 한 장으로도 충분하다.

    서울이든 LA든 봄바람은 똑같이 사람들 가슴에 부는 모양이다. 답답한 현실을 피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 낭만적인 여행에 대한 팬터지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에스닉 트렌드 속에 담긴 욕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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