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전립샘염은 환자들에게 오랜 기간 말 못할 고통을 준다.
전립샘염은 전립샘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전립샘염 환자는 소변을 자주 보고 소변줄기가 가늘어지며, 소변을 봐도 방광에 잔뇨가 있어 시원하지 않다. 농뇨, 배뇨통 등 소변 증상과 하복부 및 회음부, 골반의 통증, 극심한 고환통, 요통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전립샘염이 만성으로 치닫는 가장 큰 이유는 전립샘 조직 자체가 특수 구조로 이뤄져 항생제나 배뇨제 같은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데 있다. 이는 전립샘이 미세한 관(전립샘관)들이 모인 형태로 조직화돼 있어 항생제가 전립샘 조직 내로 침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전립샘관의 개폐 장치에 이상이 생기면 반복적 소변의 역류로 증상이 완화된 뒤에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난치성 질환인 만성전립샘염 증상 개선에 항염·배농 작용이 뛰어난 한방 탕약요법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한방 탕약요법 ‘가미패장지황탕’(加味敗醬地黃湯·일중음)은 신장 기능 개선에 효과적인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이라는 기본 처방에 열을 내리고 강력한 항염·배농 작용을 하는 인동초 꽃(金銀花), 패장근(敗醬根), 소변배출 기능을 강화시키는 포공영(蒲公英), 차전자(車前子) 등 순수 한약재를 사용한 것이다. 환자에 따라 침, 뜸 요법을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오장육부 중 전립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비장, 간장, 신장, 방광 등 3장(臟) 1부(腑)를 동시 치료하는 원리로 재발을 막고 근본치료를 기대할 수 있다.
필자는 2003년부터 한방 탕약요법으로 5000명 이상의 만성전립샘염 환자를 치료한 후 만성전립샘염 증상점수(NIH-CPSI)를 기준으로 한 통증과 불편감, 배뇨 증상, 삶의 질 영향 지수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치료 전보다 만성전립샘염 증상지수가 평균 82%가량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난치성 질환으로 인식돼온 만성전립샘염도 완치가 가능한 새로운 길이 열린 셈이다.
이러한 만성전립샘염 한약 치료는 또 다른 난치성 질환인 여성의 간질성 방광염, 만성 방광염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특히 자체 임상결과 혈중 전립샘특이항원(PSA) 수치를 크게 낮춰 최근 우리나라에서 급증하고 있는 전립샘암의 한의학적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손기정 일중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