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미술공간에 전시된 가미카제 바이크와 스페어 휠(아래).
작가 양아치는 이번 개인전 ‘미들 코리아 : 양아치 에피소드Ⅰ’을 통해 영토 없는 국가, 또는 네트워크형 국가 ‘미들 코리아’에 관한 거대한 시나리오 중 첫 번째 에피소드를 공개한다. 영화 ‘스타워즈’ 전편 중 한 편을 본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실제 양아치는 ‘미들 코리아’라는 주제로 올해 3월 삼성미술관 리움, 6월 KT·G 상상마당에서 연달아 다음 에피소드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시장에는 실제 오토바이 생산 메커니즘에 따라 제작한 오토바이(시동도 걸린다)와 증거물이 될 만한 사료 및 영상, 김씨 공장의 네트워크 지도, 미사일 폭발 드로잉 등 미들 코리아를 둘러싼 환경이 제시돼 있다.
‘김씨 공장’ 내세워 낡은 정통성 질타
가미카제 바이크 3D 이미지.
일명 ‘가미카제 바이크’로 불리는 본네빌 T-200 모델은 군사용 1650cc 엔진을 단 김씨 공장의 핵심 상품으로, 300km/s 이상으로 달린다. 게다가 라이더들의 로망인 ‘인디언 스카웃’을 모델로 디자인했기에 ‘탄다’ 하는 라이더들은 이 바이크를 탐낸다. 그러나 이 바이크를 타려면 미들 코리아에 국적을 ‘등록(신청)’해야 하고, 무엇보다 그들이 속한 모든 시스템을 파괴하겠다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가미카제 라이더들은 일상에서 얻은 모든 능력을 축적한 뒤, ‘특별한 날’에 가미카제 바이크를 몰고 각자 파괴하고픈 시스템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린다.
가미카제 라이더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을 향해 자살공격을 했던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처럼 역사적인 ‘대의’를 이루려는 사람들이 아니다.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동네 양아치, 폭주족 같은 문제아들이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꿈을 찾을 수 없던 그들은 그들이 처한 현실에 ‘그냥 들이받고’ 싶을 뿐이다. 그들이 속한 작은 시스템이 이렇게 하나하나 파괴되면, 결과적으로 김씨 공장은 가미카제 라이더들을 통해 미들 코리아의 설립 목적을 수행하면서 국가·국민·국적이라는 낡은 정통성의 표상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한다. 전시는 1월9일부터 2월3일까지 인사미술공간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