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갈팡거린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 말입니다. 해가 바뀐 것을 실감하기조차 벅찬 새해 벽두, 벌써 50여 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쳤습니다.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 여파가 미처 가라앉기도 전인 1월7일 경기도 이천에서 날아든 비보(悲報). 그 끔찍한 냉동창고 화재 참사를 두고 이런저런 얘기가 오갑니다. 노동계에선 이번 참사의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청껏 외쳐댑니다. 1999년 6월 유치원생 등 23명의 생명을 앗아가 국민적 공분(公憤)을 불렀던 경기 화성 씨랜드 화재 참사의 유족들은 “반성할 줄 모르는 (대한민국) 사회”라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적확한 지적입니다. 밀폐공간에서 최소한의 안전보건 규정도 지키지 않은 채 용접작업을 하고, 위험성을 감안하지 않고 화재에 취약한 단열재를 쓰고, 행정관청의 인·허가는 요식행위에 불과하고…. 구구절절 옳은 얘기입니다.
‘안전 불감증.’ ‘인재(人災).’ 대형 참사가 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이 상징적 단어들이 이젠 너무도 귀에 익은 상투어라 그 의미조차 명징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불현듯 대구지하철 중앙역 방화사건이 떠오릅니다. 51명이 사망하고 59명이 실종한 이 어처구니없는 비극이 발생한 때는 노무현 정부 출범이 임박한 2003년 2월18일이었습니다. 취재차 그 아비규환의 현장에 들렀던 저는 두 눈을 의심해야 했습니다. 대형 사건·사고의 원인과 피해 현황 규명을 위한 기초자료랄 수 있는 현장 유류품을 조사당국이 깡그리 치워버렸기 때문입니다. 기자라는 직업상 1995년 4월 대구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사고 참사의 기억까지 생생한 저로서는 구태(舊態)의 재현에 치를 떨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 이천 화재 참사가 벌어진 때가 2003년 참사 당시와 마찬가지로 새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꾸려 공식 출범을 준비하는 시점이라는 사실이 공교롭습니다. 정권 교체기를 맞는 두 정부가 비록 정치적·이념적 성향은 다를지언정 사회안전망 구축 문제에서만큼은 ‘민심을 얻을 기회’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공유’하게 됐다고나 할까요?
요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엔 ‘인재(人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행렬을 이룹니다. 그들 가운데 ‘인재(人災)’를 막아 ‘위험천만한 사회’를 ‘사고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는 사회’로 바꿀 진정한 인재들도 다수 포함돼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한반도 대운하라는 대역사(大役事)로 ‘치수평천하(治水平天下)’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갈팡대는 세상의 가없는 가벼움을 다스릴 ‘치심평천하(治心平天下)’는 더욱 절실할 겝니다.
살아가기에 녹록지 않은 세상. ‘주간동아’는 참사 피해자들과 그 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편집장 김진수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 여파가 미처 가라앉기도 전인 1월7일 경기도 이천에서 날아든 비보(悲報). 그 끔찍한 냉동창고 화재 참사를 두고 이런저런 얘기가 오갑니다. 노동계에선 이번 참사의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청껏 외쳐댑니다. 1999년 6월 유치원생 등 23명의 생명을 앗아가 국민적 공분(公憤)을 불렀던 경기 화성 씨랜드 화재 참사의 유족들은 “반성할 줄 모르는 (대한민국) 사회”라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적확한 지적입니다. 밀폐공간에서 최소한의 안전보건 규정도 지키지 않은 채 용접작업을 하고, 위험성을 감안하지 않고 화재에 취약한 단열재를 쓰고, 행정관청의 인·허가는 요식행위에 불과하고…. 구구절절 옳은 얘기입니다.
‘안전 불감증.’ ‘인재(人災).’ 대형 참사가 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이 상징적 단어들이 이젠 너무도 귀에 익은 상투어라 그 의미조차 명징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불현듯 대구지하철 중앙역 방화사건이 떠오릅니다. 51명이 사망하고 59명이 실종한 이 어처구니없는 비극이 발생한 때는 노무현 정부 출범이 임박한 2003년 2월18일이었습니다. 취재차 그 아비규환의 현장에 들렀던 저는 두 눈을 의심해야 했습니다. 대형 사건·사고의 원인과 피해 현황 규명을 위한 기초자료랄 수 있는 현장 유류품을 조사당국이 깡그리 치워버렸기 때문입니다. 기자라는 직업상 1995년 4월 대구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사고 참사의 기억까지 생생한 저로서는 구태(舊態)의 재현에 치를 떨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 이천 화재 참사가 벌어진 때가 2003년 참사 당시와 마찬가지로 새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꾸려 공식 출범을 준비하는 시점이라는 사실이 공교롭습니다. 정권 교체기를 맞는 두 정부가 비록 정치적·이념적 성향은 다를지언정 사회안전망 구축 문제에서만큼은 ‘민심을 얻을 기회’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공유’하게 됐다고나 할까요?
요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엔 ‘인재(人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행렬을 이룹니다. 그들 가운데 ‘인재(人災)’를 막아 ‘위험천만한 사회’를 ‘사고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는 사회’로 바꿀 진정한 인재들도 다수 포함돼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한반도 대운하라는 대역사(大役事)로 ‘치수평천하(治水平天下)’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갈팡대는 세상의 가없는 가벼움을 다스릴 ‘치심평천하(治心平天下)’는 더욱 절실할 겝니다.
살아가기에 녹록지 않은 세상. ‘주간동아’는 참사 피해자들과 그 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편집장 김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