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가에 낙찰됐으나 위작 논란에 휩싸였던 박수근 화백의 작품 ‘빨래터’.
‘빨래터’는 지난해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국내 미술품 중 최고 경매가인 45억2000만원에 낙찰된 작품이다. 그런데 미술전문 격주간지 ‘아트레이드’는 1월1일자 창간호에서 ‘대한민국 최고가 그림이 짝퉁?’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박 화백의 기존 작품과 구별되는 질감 및 색상을 지적하면서 ‘빨래터’가 가짜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1월9일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이하 한미감)는 미술계 인사와 화랑경영자 등 관계자 20명으로 특별감정위원회(위원장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하 특별감정위)를 구성한 뒤 재감정을 실시했고, 최종적으로 진품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특별감정위는 문제가 된 ‘빨래터’에 대해 이른바 ‘박수근 양식’이 완성되기 이전 작품이라 기존 작품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 외국에 소장된 박 화백의 작품 가운데 비슷한 사례가 있다는 점 등을 진품 증거로 내세웠다. 이날 서울옥션 측은 작품 경매를 의뢰했던 미국인 J씨의 신분과 박 화백의 장남 성남 씨와 전화 통화한 내용을 문서로 공개했다.
그러나 아트레이드 측은 “화랑 대표가 대다수인 한미감의 감정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아트레이드 류병학 편집주간은 “한미감의 엄중구 소장(샘터화랑 대표)과 송향선 감정위원장(가람화랑 사장)은 1월4일 있었던 한미감 내부 감정 위원들의 1차 감정에서 ‘빨래터’를 진품이라고 진술한 사람들”이라면서 이번 감정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밀실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감정은 문제의 소지가 많으므로, 아트레이드와 서울옥션의 협의하에 제3의 감정기관을 정한 뒤 의혹 부분에 대한 감정을 다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목감정 위주 진행 … 과학감정 제대로 안 이뤄져”
한편 지난해 10월 검찰 수사에서 이중섭 박수근 화백의 위작을 밝혀낸 바 있는 최명윤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문화재보존관리학)는 “한미감의 이번 감정이 위원들의 안목감정 위주로 진행됐고, 과학감정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미감은 이번 감정에서 작품 연대 추정을 위해 탄소연대측정법을 통한 과학감정을 시도했지만, “오차범위가 50년 정도여서 과학감정으로 진위를 판별하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탄소연대측정법 외에 다른 종류의 과학감정도 가능하다”면서 “아트레이드가 의혹을 제기한 부분에 대해선 공정성 시비가 일지 않도록 제3의 감정단체를 꾸려 공개감정을 실시하는 한편, 시간이 걸리더라도 감정방식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월10일 현재 서울옥션 측은 “‘빨래터’가 진품으로 판정된 만큼 더 이상의 감정은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심미성 서울옥션 이사는 이번 일로 “서울옥션과 작품 위탁자, 구매자의 명예가 훼손됐다”면서 아트레이드와 해당 기사를 쓴 류 편집주간에 대해 “명예훼손과 재산상 손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