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4일 검찰이 공개한 이중섭·박수근 화백의 위작들.
그동안 국내 미술품 감정은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행히도 현재까지는 경험에 의한 감정이 가능했다. 해당 작가와 동시대를 살았던 감정위원들이 아직은 생존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대가 바뀌고 친분 있는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다면 그때는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필요한 것은 자료다.
감정에 필요한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술시장뿐 아니라 미술사학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만 국내 미술시장이 건전해지고, 나아가 세계 미술시장에서 국내 작가들이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문제는 미술시장과 미술학계의 관계다. 이 둘은 참으로 멀고도 멀다. 이는 두 분야 사이에 어떤 중요한 부분이 결핍돼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먼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미술 감정은 아카데믹한 부분과 경험적인 부분이 어우러져야 하는 영역이다. 미술시장과 미술학계가 함께 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얘기다.
또한 미술 감정 분야의 전문성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연구 성과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몇몇 감정위원이 근대화, 현대화, 한국화를 모두 감정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전문 분야를 좀더 세분화해야 한다. 이중섭의 작품은 이중섭 전문가, 박수근의 작품은 박수근 전문가, 천경자의 작품은 천경자 전문가에 의해 감정하는 환경이 돼야 한다.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고 후진을 양성해야만 ‘경험에 의한 감정’이 ‘경험과 학습에 의한 감정’으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 이렇게 했을 때 위작문제에 대해서도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