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뇌 연령은 53세입니다.”
뇌영상 분야의 권위자 가와시마 류타로 박사의 평가다. 실제 나이보다 25세 이상 많은 뇌 연령에 살짝 자존심이 상해 두뇌 회춘(?)을 위한 트레이닝을 했다. 48, 41, 36, 31…, 신기하게도 테스트 횟수에 비례해 두뇌도 젊어졌다. 물론 피곤하진 않다. 겨우 두 자릿수 이하의 연산 또는 숫자 세기였기 때문에. 두뇌트레이닝 틈틈이 ‘돌쇠’라고 이름 붙인 래브라도 리트리버 강아지를 입양해 훈련시키고, 가상 마을로 집을 옮겨 ‘나인’이라는 이름으로 새 삶도 시작했다. 이 모든 게 전자사전 모양의 게임기 하나면 충분했다. 게임기를 들고 지하철, 또는 침대 위에서 낄낄거리다 간혹 다음과 같이 혼잣말을 내뱉었다.
“이놈 참, 시간 잘 잡아먹네.”
한국 미출시 가정용 게임기 ‘위’도 전 세계 휩쓸어
일주일간 기자가 경험한 닌텐도DS(초기의 오리지널DS, 업그레이드된 디자인의 DS Lite를 통칭) 이야기다. 닌텐도DS의 소프트웨어 ‘매일매일 두뇌트레이닝’으로 두뇌를 단련하고, ‘닌텐독스’로 애완견을 키우며, ‘동물의 숲’에서 유유자적한 가상생활을 할 수 있다.
슈퍼마리오로 잘 알려진 일본 닌텐도사가 2004년 말 내놓은 휴대용 비디오게임기 닌텐도DS가 한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지 갓 1년. 장동건 이나영 송혜교 등이 집 안에서 뒹굴거리며 게임에 몰두하던 방송광고(CF)로 관심을 모으기 시작한 이 게임기는 지난해 10월 말까지 58만대가 팔리더니, 연말에 선물 수요가 늘면서 12월 말 누적판매 100만대를 돌파했다. 국내 비디오게임기 시장에서 단일 기종이 100만대 이상 판매되기는 처음이다. 전용 소프트웨어 판매량도 220만개를 넘어섰다.
닌텐도의 인기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9월까지 닌텐도DS의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은 5364만대. 5초에 한 대가 팔린 셈이다. 여기에 더해 아직 한국에는 출시되지 않은 가정용 비디오게임기 ‘위(Wii)’의 인기도 거세다. 2007년 최고 히트상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위’는 2006년 11월 발매돼 지난 한 해 1400만대 이상 팔렸다.
한동안 비디오게임 시장에서 독보적 존재였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 판매량이 500만대 남짓이었던 것에 비하면 가히 ‘닌텐도 광풍’이라 할 만하다. 19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슈퍼마리오’로 세계 게임기 시장을 장악했다가 소니사에 밀려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던 닌텐도의 화려한 부활, 과연 그 비결은 뭘까.
[Strategy 1] 기본으로 돌아가라
무엇보다 닌텐도는 쉽다. 버튼 개수가 적고 두 개의 터치스크린은 사용이 쉬우며 게임 방식도 단순하다. 한 게임 마니아는 “진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닌텐도의 그래픽이나 사운드를 조악하다고 느낄 것이다. 난이도가 높지 않아 몰입감도 덜하다. 하지만 그 단순함 때문에 누구나 즐길 수 있다”고 평한다.
닌텐도 측은 닌텐도DS 개발 당시 “5세에서 95세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목표로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게임의 재미에 초점을 맞췄고, 조작 방식은 사용자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했다. 갈수록 화려한 성능에 장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던 다른 게임과는 반대의 길을 간 것이다. 또 부가기능을 줄이고 기본사양에만 충실한 덕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어졌다. DS Lite의 국내 판매가격은 15만원으로, 30만원이 넘는 플레이스테이션의 반값이다.
대중을 겨냥한 닌텐도의 예상은 적중했다. 복잡하고 어려운 게임을 보고 “감히 시작할 엄두도 못 내고 지레 포기했던” 대중이 다시 비디오 게임기를 즐겁게 시간을 때울 수 있는 ‘부담 없는 장난감’으로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원광디지털대 장신환 교수는 닌텐도의 인기에 대해 “게임 애호가가 10, 20대 남성이라는 불문율을 깨뜨리고 여성과 중장년층까지 확대했다”면서 “게임산업 전체에 자극을 주는 사건”이라고 평했다. 장 교수의 이어지는 설명이다.
“그동안 게임 산업은 마니아 위주로 운영됐습니다. 하드코어 게임은 도전할 만한 요소가 많지만 새로운 층의 접근이 어려웠기 때문에 시장에 한계가 있었죠. 닌텐도의 부활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Strategy 2] 게임도 유익할 수 있다
그러나 ‘쉽다’는 형용사만으로는 닌텐도의 인기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닌텐도는 특히 ‘유익함’을 강조한다. ‘읽기, 쓰기, 계산으로 뇌를 단련한다’는 ‘두뇌트레이닝’이나 ‘영어를 듣고 쓰며 친해진다’는 ‘영어삼매경’, 요리법을 배울 수 있다는 ‘쿠킹마마’ 등 닌텐도DS의 소프트웨어 중에는 유독 ‘머리가 좋아지는’ ‘…로 배우는’ 식의 수식어가 붙은 게임이 많다. 닌텐도 ‘위’ 역시 마찬가지다. 센서로 사용자의 동작을 감지해 게임을 하는 콘솔게임인 ‘위’는 비디오 게임을 즐기면서 운동능력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닌텐도DS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애니랜드 코엑스점의 정한비 점장은 “닌텐도DS의 경우 퍼즐이나 테스트 등 학습효과를 강조한 상품이 많다”면서 “실제 ‘영어삼매경’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호응이 높고, 두뇌트레이닝 게임의 경우 노년층을 위한 선물로도 잘 나간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러한 게임을 통한 학습효과나 두뇌개발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두뇌트레이닝’은 영국의 한 과학단체로부터 “꾸준한 사용과 인지력 향상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게임을 하면서도 ‘두뇌개발’이나 ‘운동’을 한다고 핑계를 댈 수 있는 ‘건전한 장난감’은 어쨌든 매력적이다.
[Strategy 3] 감성에 호소하라
덧붙여 닌텐도는 여성적이다. DS Lite의 경우 파스텔 톤에 두께가 얇은 본체 디자인에서부터 여느 게임기와 차별화된다. 온라인 ‘닌텐도 사용자 모임’의 운영자에 따르면 20만여 명의 회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40% 정도이며 30, 40대의 비율도 30~40%에 이른다. 그는 “닌텐도의 소프트웨어는 아기자기한 요소가 많아 20, 30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라고 말했다.
여성적이라는 말은 감성적이라는 말과도 통한다. 강아지 키우기(닌텐독스), 평화로운 마을에서 유유자적하게 생활하기(동물의 숲) 등의 게임에서는 어떤 경쟁도 벌어지지 않는다. 캐릭터를 만들고, 그와 관계를 맺는 것이 목적인 이 게임들은 여자아이들의 인형놀이와 유사하다. 단지 인형놀이가 좀더 실감나고 다양해진 셈이다. 오감을 사용하는 게임은 흥미롭다(한 예로 ‘닌텐독스’는 펜으로 액정화면을 터치함으로써 강아지를 쓰다듬을 수 있고, 강아지의 이름을 부르면 반응을 한다. 또 비눗방울을 불어주기 위해 본체 마이크에 입김을 불면 화면에 비눗방울이 나온다).
한편 닌텐도의 많은 게임들은 추억을 자극한다. 1980~90년대 가정용 비디오게임기 패미콤과 휴대용 게임기 겜보이 등을 출시한 닌텐도의 게임 소프트웨어 중에는 마리오, 동키콩, 포켓몬스터 같은 게임의 왕도라 불릴 만한 것들이 많다. ‘닌텐도 사용자 모임’의 운영자는 닌텐도의 인기비결로 “고전이라 할 수 있는 게임들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한다는 점”을 꼽았다.
“닌텐도에서 나오는 게임 종류는 수백 가지에 이릅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게임은 몇 개 안 되죠. 닌텐도는 인기 있는 게임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합니다. 친숙하면서도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쉽게 질리지 않습니다.”
[etc.] 인간은 섬이다, 그러나 Wi-Fi로 연결돼 있다
단순하지만 재미있고 유용한 데다 감성적이기까지 한 이 1인용 휴대용 게임기의 인기는 결국 복잡한 생활에 시달리지만 여전히 의미 있고 따뜻함을 갈구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적확하게 읽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혼자임을 즐기는’ 현대인은 닌텐도의 발랄하고 가벼운 게임으로 무료함이나 공허함을 달랜다. 이 기특한 장난감은 “오랜만이야”라고 다정히 인사를 건네고 이름을 불러주며, 부족한 체력과 노화된 두뇌 연령을 기억했다가 걱정해주고, 무엇보다 나의 관심을 갈구한다. 게다가 원한다면 Wi-Fi 커넥터를 통해 현실세계 속 타인들(다른 닌텐도DS 사용자)과 교류할 수도 있다. 방송광고 속의 송혜교처럼, 다른 기후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평화로운 마을을 배경으로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역시 원하지 않으면 전원을 끄면 된다.
이런 점이야말로 다정하고 재미있는 것을 갈구하지만, 무엇보다 편리함을 우선으로 하는 당신이 닌텐도를 사랑하는 이유 아니겠는가.
뇌영상 분야의 권위자 가와시마 류타로 박사의 평가다. 실제 나이보다 25세 이상 많은 뇌 연령에 살짝 자존심이 상해 두뇌 회춘(?)을 위한 트레이닝을 했다. 48, 41, 36, 31…, 신기하게도 테스트 횟수에 비례해 두뇌도 젊어졌다. 물론 피곤하진 않다. 겨우 두 자릿수 이하의 연산 또는 숫자 세기였기 때문에. 두뇌트레이닝 틈틈이 ‘돌쇠’라고 이름 붙인 래브라도 리트리버 강아지를 입양해 훈련시키고, 가상 마을로 집을 옮겨 ‘나인’이라는 이름으로 새 삶도 시작했다. 이 모든 게 전자사전 모양의 게임기 하나면 충분했다. 게임기를 들고 지하철, 또는 침대 위에서 낄낄거리다 간혹 다음과 같이 혼잣말을 내뱉었다.
“이놈 참, 시간 잘 잡아먹네.”
한국 미출시 가정용 게임기 ‘위’도 전 세계 휩쓸어
일주일간 기자가 경험한 닌텐도DS(초기의 오리지널DS, 업그레이드된 디자인의 DS Lite를 통칭) 이야기다. 닌텐도DS의 소프트웨어 ‘매일매일 두뇌트레이닝’으로 두뇌를 단련하고, ‘닌텐독스’로 애완견을 키우며, ‘동물의 숲’에서 유유자적한 가상생활을 할 수 있다.
슈퍼마리오로 잘 알려진 일본 닌텐도사가 2004년 말 내놓은 휴대용 비디오게임기 닌텐도DS가 한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지 갓 1년. 장동건 이나영 송혜교 등이 집 안에서 뒹굴거리며 게임에 몰두하던 방송광고(CF)로 관심을 모으기 시작한 이 게임기는 지난해 10월 말까지 58만대가 팔리더니, 연말에 선물 수요가 늘면서 12월 말 누적판매 100만대를 돌파했다. 국내 비디오게임기 시장에서 단일 기종이 100만대 이상 판매되기는 처음이다. 전용 소프트웨어 판매량도 220만개를 넘어섰다.
닌텐도의 인기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9월까지 닌텐도DS의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은 5364만대. 5초에 한 대가 팔린 셈이다. 여기에 더해 아직 한국에는 출시되지 않은 가정용 비디오게임기 ‘위(Wii)’의 인기도 거세다. 2007년 최고 히트상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위’는 2006년 11월 발매돼 지난 한 해 1400만대 이상 팔렸다.
한동안 비디오게임 시장에서 독보적 존재였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 판매량이 500만대 남짓이었던 것에 비하면 가히 ‘닌텐도 광풍’이라 할 만하다. 19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슈퍼마리오’로 세계 게임기 시장을 장악했다가 소니사에 밀려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던 닌텐도의 화려한 부활, 과연 그 비결은 뭘까.
[Strategy 1] 기본으로 돌아가라
무엇보다 닌텐도는 쉽다. 버튼 개수가 적고 두 개의 터치스크린은 사용이 쉬우며 게임 방식도 단순하다. 한 게임 마니아는 “진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닌텐도의 그래픽이나 사운드를 조악하다고 느낄 것이다. 난이도가 높지 않아 몰입감도 덜하다. 하지만 그 단순함 때문에 누구나 즐길 수 있다”고 평한다.
닌텐도 측은 닌텐도DS 개발 당시 “5세에서 95세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목표로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게임의 재미에 초점을 맞췄고, 조작 방식은 사용자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했다. 갈수록 화려한 성능에 장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던 다른 게임과는 반대의 길을 간 것이다. 또 부가기능을 줄이고 기본사양에만 충실한 덕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어졌다. DS Lite의 국내 판매가격은 15만원으로, 30만원이 넘는 플레이스테이션의 반값이다.
대중을 겨냥한 닌텐도의 예상은 적중했다. 복잡하고 어려운 게임을 보고 “감히 시작할 엄두도 못 내고 지레 포기했던” 대중이 다시 비디오 게임기를 즐겁게 시간을 때울 수 있는 ‘부담 없는 장난감’으로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원광디지털대 장신환 교수는 닌텐도의 인기에 대해 “게임 애호가가 10, 20대 남성이라는 불문율을 깨뜨리고 여성과 중장년층까지 확대했다”면서 “게임산업 전체에 자극을 주는 사건”이라고 평했다. 장 교수의 이어지는 설명이다.
“그동안 게임 산업은 마니아 위주로 운영됐습니다. 하드코어 게임은 도전할 만한 요소가 많지만 새로운 층의 접근이 어려웠기 때문에 시장에 한계가 있었죠. 닌텐도의 부활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Strategy 2] 게임도 유익할 수 있다
그러나 ‘쉽다’는 형용사만으로는 닌텐도의 인기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닌텐도는 특히 ‘유익함’을 강조한다. ‘읽기, 쓰기, 계산으로 뇌를 단련한다’는 ‘두뇌트레이닝’이나 ‘영어를 듣고 쓰며 친해진다’는 ‘영어삼매경’, 요리법을 배울 수 있다는 ‘쿠킹마마’ 등 닌텐도DS의 소프트웨어 중에는 유독 ‘머리가 좋아지는’ ‘…로 배우는’ 식의 수식어가 붙은 게임이 많다. 닌텐도 ‘위’ 역시 마찬가지다. 센서로 사용자의 동작을 감지해 게임을 하는 콘솔게임인 ‘위’는 비디오 게임을 즐기면서 운동능력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닌텐도DS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애니랜드 코엑스점의 정한비 점장은 “닌텐도DS의 경우 퍼즐이나 테스트 등 학습효과를 강조한 상품이 많다”면서 “실제 ‘영어삼매경’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호응이 높고, 두뇌트레이닝 게임의 경우 노년층을 위한 선물로도 잘 나간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러한 게임을 통한 학습효과나 두뇌개발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두뇌트레이닝’은 영국의 한 과학단체로부터 “꾸준한 사용과 인지력 향상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게임을 하면서도 ‘두뇌개발’이나 ‘운동’을 한다고 핑계를 댈 수 있는 ‘건전한 장난감’은 어쨌든 매력적이다.
[Strategy 3] 감성에 호소하라
덧붙여 닌텐도는 여성적이다. DS Lite의 경우 파스텔 톤에 두께가 얇은 본체 디자인에서부터 여느 게임기와 차별화된다. 온라인 ‘닌텐도 사용자 모임’의 운영자에 따르면 20만여 명의 회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40% 정도이며 30, 40대의 비율도 30~40%에 이른다. 그는 “닌텐도의 소프트웨어는 아기자기한 요소가 많아 20, 30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라고 말했다.
여성적이라는 말은 감성적이라는 말과도 통한다. 강아지 키우기(닌텐독스), 평화로운 마을에서 유유자적하게 생활하기(동물의 숲) 등의 게임에서는 어떤 경쟁도 벌어지지 않는다. 캐릭터를 만들고, 그와 관계를 맺는 것이 목적인 이 게임들은 여자아이들의 인형놀이와 유사하다. 단지 인형놀이가 좀더 실감나고 다양해진 셈이다. 오감을 사용하는 게임은 흥미롭다(한 예로 ‘닌텐독스’는 펜으로 액정화면을 터치함으로써 강아지를 쓰다듬을 수 있고, 강아지의 이름을 부르면 반응을 한다. 또 비눗방울을 불어주기 위해 본체 마이크에 입김을 불면 화면에 비눗방울이 나온다).
한편 닌텐도의 많은 게임들은 추억을 자극한다. 1980~90년대 가정용 비디오게임기 패미콤과 휴대용 게임기 겜보이 등을 출시한 닌텐도의 게임 소프트웨어 중에는 마리오, 동키콩, 포켓몬스터 같은 게임의 왕도라 불릴 만한 것들이 많다. ‘닌텐도 사용자 모임’의 운영자는 닌텐도의 인기비결로 “고전이라 할 수 있는 게임들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한다는 점”을 꼽았다.
“닌텐도에서 나오는 게임 종류는 수백 가지에 이릅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게임은 몇 개 안 되죠. 닌텐도는 인기 있는 게임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합니다. 친숙하면서도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쉽게 질리지 않습니다.”
[etc.] 인간은 섬이다, 그러나 Wi-Fi로 연결돼 있다
단순하지만 재미있고 유용한 데다 감성적이기까지 한 이 1인용 휴대용 게임기의 인기는 결국 복잡한 생활에 시달리지만 여전히 의미 있고 따뜻함을 갈구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적확하게 읽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혼자임을 즐기는’ 현대인은 닌텐도의 발랄하고 가벼운 게임으로 무료함이나 공허함을 달랜다. 이 기특한 장난감은 “오랜만이야”라고 다정히 인사를 건네고 이름을 불러주며, 부족한 체력과 노화된 두뇌 연령을 기억했다가 걱정해주고, 무엇보다 나의 관심을 갈구한다. 게다가 원한다면 Wi-Fi 커넥터를 통해 현실세계 속 타인들(다른 닌텐도DS 사용자)과 교류할 수도 있다. 방송광고 속의 송혜교처럼, 다른 기후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평화로운 마을을 배경으로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역시 원하지 않으면 전원을 끄면 된다.
이런 점이야말로 다정하고 재미있는 것을 갈구하지만, 무엇보다 편리함을 우선으로 하는 당신이 닌텐도를 사랑하는 이유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