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왼쪽)와 이명박 서울시장이 서울 청계천 복원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경선 규정은 이 전 시장에게 불리
공동정권론의 본질은 후보단일화이자 역할분담이다. 한 사람(경선 승자)은 대통령 후보가 되고, 다른 한 사람은 국무총리직을 맡는다는 식이다. 그래야 1987년 후보단일화에 실패한 양김의 비극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과연 ‘박근혜-이명박’의 역할분담은 가능할까.
공동정권론은 다소 불공평하다. 특히 이 전 시장에게 그렇다. 한나라당의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선 후보는 대의원 20%, 당원 30%, 국민참여선거인단 30%, 여론조사 20%를 반영해 선출하게 돼 있다. 경선 투표에서 50%를 차지하는 대의원과 당원들은 오랫동안 당 대표를 한 박 전 대표가 훨씬 친숙하다. 이 전 시장은 그들과 얼굴을 익힐 기회가 없었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이 전 시장 측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요구하지만, 박 전 대표 측은 ‘바꿀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당 내외에서 터져나오는 역할분담론으로 이 전 시장을 압박한다. “당 경선 외에 눈길을 돌리지 말라”는 윽박지름이다.
이 전 시장 측은 이 아이디어를 경직된 사고에서 출발한 수준 이하의 전술로 본다. 이 전 시장은 한 사석에서 “한나라당이 다 된 것 같아 그렇게 하느냐는 오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당 역시 공동정권 및 역할분담에 소극적이다. 역할분담을 하지 않더라도 탈당이나 경선 회피 같은 혼란은 없을 것으로 자신한다. 한나라당의 토양을 발판 삼아 대선 후보로 성장한 정치인이 개인의 유·불리에 따라 말을 갈아탈 경우, ‘제2의 이인제’로 낙인 찍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명분 없는 탈당은 곧바로 지지율 추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두 사람의 공동정권론이 과연 대선 승리의 지름길일까’라는 점을 더 고민한다. 산술적으로 두 후보의 지지율을 합하면 50%가 넘지만 ‘박근혜-이명박’이 후보단일화를 이뤘을 경우 과연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냐를 놓고 이견이 많다.
두 사람의 지지기반은 상당 부분 겹친다. 이 때문에 인위적인 후보단일화의 시너지가 생각보다 덜 할 수 있다. ‘1+1=2’ 또는 그 이상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면 ‘1.5’ 로 나올 수도, ‘0.8’로 떨어질 수도 있다.
공동정권론의 더욱 본질적인 함정은 후보들이 역할을 분담한 상태에서 열린우리당이 판을 뒤집거나 새로운 흐름을 이끌 경우다. 이미 칼을 뽑아든 한나라당은 회군도 전진도 하기 어려운 함정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패를 미리 다 까고 가는 역할분담론 등을 하책(下策)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물론 때가 되고 국민들이 이 화두에 집착하면 후보들은 이 문제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시기는 경선 일정과 맞물릴 가능성이 높다. 전국을 돌며 민심을 접하는 이 전 시장 측은 그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 전 시장 측은 그 한 번의 승부를 위해 모든 초점을 맞춘 듯 예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