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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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훈련장 태부족 … 이러다 弱軍 될라

주민 반발·땅값 상승으로 부지난 갈수록 심화 … 육군 중화기 사격장 경우 확보율 53% 그쳐

  • 윤상호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입력2006-09-26 15: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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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軍 훈련장 태부족 … 이러다 弱軍 될라

    육군 승진훈련장에서 훈련 중인 탱크들.

    # 사례 1

    6월 중순경 경기 양평군 신론리의 한 포병훈련장. K-55 155mm 자주포의 사격훈련을 하던 육군 3기갑여단 소속의 한 포병대대가 서둘러 훈련을 접고 부대로 복귀해야 했다.

    이른 아침부터 훈련장 주변에 진을 친 100여 명의 지역 주민들이 즉각 사격훈련을 중지하라며 반대 시위를 벌였다. 부대 관계자들은 훈련 안전을 위해 시위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일부 주민들은 훈련장으로 뛰어들 태세였다.

    이로 인해 부대의 사격훈련 일정은 차질을 빚었고, 부대 측은 부대원과 주민의 안전을 고려해 결국 일부 탄약만 사격한 뒤 병력과 장비를 챙겨 부대로 발길을 돌려야 했던 것이다.

    육군 관계자는 “첨단무기와 장비를 아무리 많이 들여와도 이를 운용할 수 있는 훈련을 제대로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정예 강군을 위해선 열악한 훈련 여건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사례 2

    8월1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신청사의 기자회견장. 국방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주한미군이 미 공군 조종사들의 훈련장 문제가 10월까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해외로 나가 훈련을 할 수밖에 없다고 공식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경기 평택시의 매향리사격장이 폐쇄된 뒤 미 측은 1년 넘게 미군 조종사들의 정확한 훈련 평가를 위해 전북 군산시의 직도사격장에 자동채점장비(WISS)를 설치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군산시와 현지 주민의 반발, 국방부와 공군의 미온적 대응으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미 측이 결국 ‘최후통첩’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 문제가 한-미 관계에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자 국방부는 최악의 경우 직도사격장의 소유권을 ‘관리전환’해 군산시의 허가 없이 9월 중 공사를 강행한다는 ‘채찍’을 들었다. 한편 정부는 직도사격장의 사용 대가로 군산시에 3000억원에 달하는 지역발전기금이라는 ‘당근’도 제시했다.

    軍 훈련장 태부족 … 이러다 弱軍 될라

    미 공군의 공대지 사격장으로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전북 군산 앞바다의 직도.

    위 사례들은 대북 억지력을 유지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책임져야 하는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처한 훈련 여건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주한 미 공군의 공대지 사격훈련장 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미군 수뇌부들이 여러 차례 해결을 촉구하면서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땅값 동결 전제해도 부지 확보에 38년 걸릴판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은 지난해 10월 열린 제38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주한 미 7공군의 훈련량이 급격히 감소해 조종사들의 기량과 사기 저하가 우려된다”며 “훈련 여건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주한 미 공군 전력을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도 7월 국회안보포럼에 참석해 “매향리사격장 폐쇄 이후 1년 넘게 적합한 사격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단시간 내에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공론화에 나섰다.

    미군 수뇌부의 적극적인 ‘지원사격’ 덕분에 한국 정부와 국방부는 ‘당근과 채찍’을 동원해 사태 해결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것.

    반면 우리 군의 훈련장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아직 미흡하기만 하다. 특히 2012년까지 전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해 독자적 대북 억지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군의 훈련장 여건은 열악한 수준이다.

    육군의 경우 주특기훈련장과 병기본훈련장을 비롯해 현재 운용 중인 훈련장 면적은 약 1억2941만 평(국공유지 4447만 평 제외)으로 소요 기준(약 2억143만 평) 대비 확보율이 64%에 그친다. 특히 육군의 주력화기인 K-9자주포, 다연장 로켓포(MLRS) 같은 중화기 사격에 필요한 사격훈련장의 면적은 2500만 평으로 소요 기준(4730만평) 대비 확보율이 53%에 불과한 실정이다.

    육군은 부족한 훈련장 부지 확보를 위해 연간 275억원의 예산을 쓰고 있지만, 이 돈으로 매입할 수 있는 부지는 약 71만 평에 그친다. 땅값이 오르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부족한 훈련장 부지를 확보하려면 38년 이상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자체까지 주민 편에 가세 ‘연대 민원’

    육군의 한 관계자는 “지방자치제 시행과 국토개발계획이 본격화되면서 땅값이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치솟고 주민들의 토지매매 거부도 심화되어 훈련장 부지 확보가 갈수록 힘들다”고 말했다.

    기존 훈련장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민원과 반발도 점점 더 거세져 군 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군사보호구역의 대폭적인 해제로 훈련장 주변까지 급격한 도시개발이 이뤄지면서 소음과 먼지 피해, 땅값 하락을 이유로 훈련장 이전을 요구하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사격훈련장 이전 요구와 설치 반대 등 훈련장 관련 민원은 200여 건에 달한다.

    일선 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주민들은 훈련장으로 이동하는 전차 앞에 아예 드러눕거나 훈련장에 무단 침입해 훈련을 방해하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육군의 다른 관계자는 “군 훈련장이 국민들의 재산권 침해 주범으로 인식되는 상황이 문제”라며 “과거엔 훈련장 민원이 일부 개인의 차원에서 이뤄졌지만 1994년 이후엔 지역 주민과 지자체가 집단으로 연대해 민원을 제기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육군이 보유한 거의 모든 훈련장들은 지역 주민과 크고 작은 민원에 걸려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軍 훈련장 태부족 … 이러다 弱軍 될라

    3월30일 충남 태안 만리포해수욕장에서 열린 한미합동군사훈련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장비 이동을 막고 있다.

    육군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려면 훈련장의 실 소요를 정확히 파악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훈련장을 사단과 여단 단위로 통합하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정부 차원에선 국방개혁 2020과 연계, 유휴 군사시설을 매각해 부족한 훈련장 부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특별회계법 제정을 추진하고 민원이 제기된 훈련장은 가급적 빠른 시일 내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장기적이고 확고한 예산지원 없이는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공군의 공대지 사격훈련장 사정도 육군과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 공군이 운용 중인 공대지 사격훈련장은 여주, 낙동, 웅천, 충주, 강릉, 필승, 직도, 미여도 등 총 8곳이다. 이 중 여주와 낙동 사격장의 경우, 안전훈련을 위해선 257만 평이 필요하지만 실제 확보 면적은 각각 135만 평과 149만 평이다. 또 강원 강릉과 충북 충주 사격훈련장은 바로 옆에 활주로를 갖춘 비행단이 창설되면서 오래전부터 사격훈련장으로서의 기능이 상실돼 가상훈련만 가능한 상황이다. 강릉 사격훈련장은 조만간 폐쇄될 계획이다.

    인근 주민들의 소음 피해 민원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조종사들의 사격훈련도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모든 사격훈련장은 저고도 사격훈련을 할 경우 1990년대만 해도 10발 이상 훈련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최대 3회 이내로 제한된다. 또 사격장 주변의 인구 밀집지역을 피해서 기동하다 보니 훈련 패턴이 단순해져 높은 수준의 훈련 효과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것.

    여주와 웅천 사격훈련장은 저각도 기총사격이 금지됐고, 낙동 사격훈련장은 아예 기총사격도 할 수 없다.

    야간 사격훈련의 경우, 모든 훈련장에 대해 전투기 대당 야간사격 횟수는 5회로 제한되고 오후 10시 이후엔 훈련이 전면 금지된다. 공군 관계자는 “유사시 효과적인 공격을 위해선 저고도 사격훈련이 반드시 필요한데 훈련 여건의 제약으로 훈련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종사들의 기량 연마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첨단무기 활용시간 부족 … 전투력 약화 불 보듯

    인구 밀집지역과 가까운 일선 공군비행장 인근의 훈련 여건은 더 열악하다. 가장 기본적인 이착륙 훈련은 오전 8시 이전, 밤 9시 이후에만 가능하고 교육대대를 제외하곤 이착륙 훈련 횟수를 최소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사시 북한군 특수부대들이 박격포를 갖고 비행장을 기습하는 상황에 대비해 저고도에서 고속으로 이뤄지는 전투기의 전술 이착륙 훈련은 거의 못하고 있다. 게다가 주민들의 원성이 높은 여름철 심야비행 훈련은 당초 목표 요구량의 절반 이하로 줄여 실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많은 공군 관계자들은 이라크전과 코소보 전 등 현대전에서 야간작전은 초기 승패를 가를 만큼 중요한데도 이에 대한 훈련이 부족해 전투력 발휘가 제한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함께 유사시 적의 레이더와 대공망을 피해서 저고도로 비행해 전략요충지를 파괴하는 저고도 비행훈련은 주거 밀집지역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일선의 한 공군 조종사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500피트(약 300m)까지 강하해 실전과 같은 저고도 비행훈련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1000~2000피트 이하로 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훈련 여건이 나빠지면서 시뮬레이터의 활용이 점차 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이런 여건이 계속된다면 조종사의 기량을 향상시키는 일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공군은 비행장과 훈련장 주변의 주민들을 상대로 다양한 지원과 홍보 활동을 벌여 민원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선 부대 관계자들은 “갈수록 안보논리는 쇠퇴하는 반면, 국민의 재산권 요구는 확대되면서 훈련장은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전락했다”며 “범정부 차원의 특별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백년대계 차원에서 군과 민이 상생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육군의 한 현역 장성은 군 훈련장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 군 또한 국민을 떠나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 군이 우수한 무기로 충분히 훈련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일은 국민이 국가안보를 믿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첩경이기도 합니다.”

    육군의 훈련장 확보 현황
    구분 소요 보유 과부족 보유율(%)
    사격훈련장 4,730만 평 2,500만 평 2,230만 평 53
    병기본훈련장 1,580만 평 1,336만 평 224만 평 85
    주특기훈련장 374만 평 247만 평 127만 평 66
    병과기능 전술훈련장 3,111만 평 2,438만 평 673만 평 78
    제병협동훈련장 1억348만 평 6,420만 평 3,928만 평 62


    공군의 종합사격장 운용 현황
    구분 안전구역 사용 무장 사용 부대
        확보 기준 확보 면적    
    공대지 사격장 여주 257만 평 135만 평 훈련탄 한국 공군
    낙동 상동 149만 평
    웅천 385만 평 341만 평
    충주 105.5만 평 사격 불가(가상훈련만 가능)
    강릉 16.4만 평
    필승 1861만 평 1861만 평 실무장, 훈련탄 한-미 공군
    직도 4.6만 평 4.6만 평
    미여도 0.4만 평 0.4만 평 훈련탄 한국 공군
    지대공 사격장 대천 16.7만 평 13.5만 평 지대공 유도탄, 대공포 한-미 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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