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기지와 미 2사단이 옮겨갈 예정인 평택 대추리 일대.
주한미군 기지 이전 사업은 서울 용산기지와 경기 북부의 미 2사단을 2008년까지 경기 평택시로 옮기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군소 미군 기지들을 통폐합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해 7월 한미 양국 간 합의에 따르면 용산기지는 이전을 요구한 한국 정부가, 미 2사단 이전은 미군 재배치 계획의 일환인 만큼 미국 정부가 각각 이전 비용을 전액 부담한다. 또 LPP(한미 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라 전국의 43개 미군 기지를 통폐합하는 사업비는 한국이 이전을 요구한 8개 기지의 비용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미국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한미 간 이전비용 문제는 최소한 겉으로는 명쾌하게 해결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전사업비 총액과 한미 간 이전분담금을 둘러싸고 온갖 수치와 억측이 난무한다. 일각에선 한국 정부가 처음부터 협상을 잘못하는 바람에 이전분담금이 예상을 크게 웃돌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기지 이전 비용을 둘러싸고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또 한국 정부는 이전 비용으로 도대체 얼마를 부담해야 하는 것일까.
총비용 최소 80억~최대 100억 달러
지난달 초 국방부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 미군기지 이전 총비용이 70억~90억 달러 규모이고, 한국은 이중 최대 55억 달러를 부담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당시 경창호 국방부 대미사업부장(육군 준장)은 “한국 측이 전액 부담하는 용산기지 이전 비용은 35억~45억 달러로 추정된다”며 “여기에 한국이 이전을 요구한 LPP 8개 기지의 이전 및 대체시설 건립 비용 9300억원(약 10억 달러)을 고려하면 한국의 부담은 총 55억 달러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은 육군 극동공병단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미 2사단 재배치와 LPP에 따른 기지 통폐합에 35억~45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 기지 이전과 관련해 미국 측이 부담할 비용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었다.
결국 양측 주장을 감안할 때 한미 양국이 부담할 기지 이전 총비용은 최소 80억 달러(한국 45억 달러+미국 35억 달러), 최대 100억 달러(한국 55억 달러+미국 45억 달러)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한미 간 기지 이전분담금에 대한 ‘셈법’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미군 고위 관계자들의 입에서 잇따라 구체적인 관련 수치가 나오면서 적잖은 혼선이 빚어졌다.
지난해 3월 리언 러포트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미 하원 세출위원회에서 주한미군 이전 총비용 80억 달러 중 미국 부담은 6%(약 4억8000만 달러)이고, 한국 부담은 59억2000만 달러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러포트 사령관의 ‘계산법’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기지 이전 비용 42억4000만 달러와 이전 비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 방위비분담금 16억8000만 달러를 합쳐 59억2000만 달러를 부담해야 한다. 또 민간업자에 의한 임대건물 건설투자금(BTL) 16억 달러도 한국 쪽이 부담하면, 결국 미국의 부담은 6%에 불과하다는 것. 이 계산대로라면 한국은 이전 총비용 80억 달러의 94%에 해당하는 75억2000만 달러를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명숙 총리 주재로 5월1일 열린 평택 미군기지 이전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
하지만 윌리엄 펠런 미 태평양군 사령관은 3월 미 하원 세출위원회에서 “용산기지 이전 비용 등 주한미군 재배치를 포함한 안보정책구상의 일환으로 한국이 68억 달러를 대기로 했다”고 재차 언급하면서 혼선은 더 증폭됐다. 펠런 사령관은 68억 달러의 구체적인 산출 근거를 밝히지 않았지만, 국방부는 용산기지 이전 및 LPP 사업 비용 50억~55억 달러에 방위비분담금 16억8000만 달러를 합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기지 이전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부담 비용 중 실제로 한국이 부담하는 액수가 상당량 포함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한국 측 이전 비용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졌다.
또 현재 한미 간 협상이 진행 중인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치유 비용(약 5000억원 추정)과 용산기지 이전 터인 평택지역의 성토(盛土·홍수에 대비해 이전 터를 높이는 작업) 비용(약 5000억~6000억원 추정)도 상당 부분 한국이 부담할 것이라는 ‘설’이 흘러나왔다. 실제로 한미 양국은 지난해 여름부터 환경오염 치유 비용 문제를 협상해왔지만 미국이 책임져야 할 오염 치유의 기준을 둘러싸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3월 “(오염 치유 비용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환경부를 ‘압박’한 뒤 일각에선 한국이 결국 치유 비용의 많은 부분을 부담할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여기에 용산기지 이전에 소요되는 간접요소인 △평택지역 이주민 특별지원금 △평택지역 특별지원 사업비와 교육재정 지원금 △반환지역 특별지원금까지 포함하면 한국의 이전 비용은 10조원을 훨씬 웃돌 것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 같은 수치는 1993년 당시 용산기지 이전 비용만으로 약 95억 달러(당시 환율로 11조원)가 소요될 것이라는 미국의 주장과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