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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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核”대는 이란, “헉헉”거리는 미국

美, 유엔 안보리 통해 제재 추진 … 러·중 반대에 세계경제 타격 우려 ‘난감’

  • 예루살렘=남성준 통신원 darom21@hanmailnet

    입력2006-05-17 18: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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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유가가 연일 고공 행진이다. 이미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섰고, 100달러까지 상승하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고유가의 주범은 역시 이란 핵문제다.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혹은 군사제재가 논의되면서 원유가가 치솟고 있는 것이다.

    다른 재화와 마찬가지로 원유가 역시 기본적으로는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그러나 원유가는 경제제재 혹은 전쟁과 같은 실제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움직인다. 그러한 사건이 일어나리라고 예상되면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각국이 원유 비축량을 늘리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원전의 원유 증산과 감산량은 그 폭이 크지 않다. 일반적으로 5% 내외로 본다. 따라서 원유 생산량은 정해져 있고, 그 생산량에 따라 세계 각국이 원유를 나눠 쓰고 있다고 해도 틀린 표현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갑자기 수요가 늘면 원유가가 상승하는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원유가가 크게 상승한 시기(1973년 3차 중동전쟁 등)를 돌아보면 원유가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올랐다가 실제 사건이 터지면 더욱 치솟았다.

    따라서 이번 이란 핵위기로 불거진 고유가 현상도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나 군사대응 등의 조치가 실제로 취해지면 더욱 심화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원유가 100달러 시대가 도래하리라는 전망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핵무기 완성 시기 예측 ‘3~15년’ 천차만별

    이란은 4월11일 핵에너지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이 이번에 성공한 농축우라늄의 농축률은 3.5%로 핵에너지 원료로 사용되는 수준이다. 반면에 핵무기에 사용되는 우라늄은 농축률이 90%는 돼야 한다. 그러나 원천기술이 같다는 점에서 이란의 발표는 이란이 핵무기에 쓰이는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의미가 된다(주간동아 523호 참조).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란이 정말 핵무기 개발의 의도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더 이상 중요치 않게 됐다.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는 사실은 지금 당장은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 자체를 용납할 수 없는 미국과 서방세계는 유엔안보리를 통해 이란에 제재를 가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그리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5월 중 실시될 유엔안보리 투표에서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이란 제재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 행사 대신 기권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설령 대(對)이란 제재가 통과된다 하더라도 그 실효성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 중 원유와 가스 생산량이 2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란에 가해지는 고통은 차치하더라도 세계경제에 가해지는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효성이 의심됨에도 미국이 이란 제재에 목을 메는 이유에 대해 ‘시간 벌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즉 이란의 핵무기 보유 시점을 최대한 늦추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원천기술을 확보했다고 해서 당장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농축우라늄을 생산하려면 우라늄 원석을 가스로 전환시키는 원심분리기가 필요하다.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1500개에서 3000개의 원심분리기가 있어야 한다. 이 원심분리기들이 유기적으로 장기간 오동작 없이 작동돼야 핵무기에 필요한 양의 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 이렇게 농축우라늄을 생산해낸 뒤에도 이를 핵탄두에 탑재할 수 있을 만큼 소형화해야 하고, 또 이를 실어 나를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해야 비로소 핵무기가 완성된다.

    문제는 이 시점에 대한 각국 정보기관의 예측이 3년에서 15년까지 그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이는 이란 핵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미국 정보기관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란이 파키스탄으로부터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원심분리기에 대해서도 설계도만 구입했는지 원심분리기 자체를 구입했는지, 이란이 그 설계도대로 원심분리기를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2월 미국 상원에서 있었던 존 네그로폰테 국가정보국장의 보고에서 드러났다. 네그로폰테 국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정보력이 이란 침투에 어려움이 있다고 실토했다.

    만일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가장 먼저 위협에 직면하게 되는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4월25일 이스라엘은 시베리아에서 첩보위성 에로스B를 발사했다. 에로스B는 이란 핵시설과 장거리미사일 발사기지를 감시하기 위한 것으로, 이 위성에 부착된 고해상도 카메라는 지상의 70cm 크기의 물체까지 판독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이미 2000년에 지상 1.5m 크기의 물체를 판독할 수 있는 첩보위성 에로스A를 발사했고, 2002년에도 이란·이라크·시리아 등을 감시하기 위한 첩보위성 오펙-5를 발사해 운용 중이다. 이밖에도 이스라엘은 올 초 독일과 잠수함 2대, 미국과 지하 벙커 파괴용 미사일에 대한 구매계약을 체결했는데, 서방 언론은 이를 이란 핵위기에 대한 대응책의 일환으로 보도했다.

    이스라엘, 위성 띄우고 신무기 구입

    현재까지는 이란과 서방세계 사이에 어떠한 타협점도 보이지 않는다. 5월8일 이란의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부시 미 대통령에게 서신을 전달했다. 이란 국가원수가 미국의 국가원수에게 서신을 보낸 것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 이후 처음이다. 이 서신은 현재의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새로운 해결방안’을 담고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모았으나 기대와 달리 지금까지의 이란 주장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이란으로 하여금 핵개발을 포기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는 전문가는 아무도 없다. 모든 것을 가능하게도 하고, 불가능하게도 하는 ‘정치와 외교의 연금술’에 기대를 걸어볼 뿐 이번 사태의 끝을 섣불리 단언하는 전문가도 없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미국과 서방세계, 그리고 이스라엘은 최악의 상황까지도 고려하고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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