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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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해바라기’·모네 ‘수련’이 뜻하는 것

이미지로 논술 읽기 ⑨

  • 이주헌 미술평론가

    입력2006-05-22 13: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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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 고흐 ‘해바라기’·모네 ‘수련’이 뜻하는 것

    보스하르트, ‘창턱에 놓인 꽃병’, 1620년경, 나무에 유채, 64x46cm, 헤이그 마우리츠 하위스.

    꽃은 아름다움의 대명사다. 그런 만큼 미술의 가장 대표적인 소재이기도 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꽃은 화포(畵布) 위에서 무수히 피어나 자연에서의 매력 못지않은 매력을 발산했다. 사람들은 꽃 그림을 보면서 아름다움과 사랑, 봄날을 생각했고 그 행복한 감정으로 일상을 물들였다.

    서양미술에서 꽃은 무엇보다도 봄을 의인화한 사물이었다. 물론 계절마다 꽃은 피지만, 누가 뭐래도 진정한 꽃의 계절은 봄이기에 꽃을 그리는 일은 봄을 그리는 것을 의미했다. 이 두드러진 상징관계를 제외하면 꽃은 인간의 오감 중에서 후각을 나타냈으며, 때로는 희망을 상징했다. 그리고 7가지의 자유학예(Liberal Arts) 가운데 논리학을 의미했다. 꽃은 아름답고 소망스러운 것을 표현하는 데 주로 동원됐지만, 때로는 부정적인 상징으로 쓰이기도 했다. 금세 피었다가 지는 특성에 빗대어 꽃은 짧은 인생살이의 덧없음을 뜻하는 상징물이 되기도 했다.

    17세기 화가 암브로시우스 보스하르트가 그린 ‘창턱에 놓인 꽃병’은 인생살이의 덧없음을 잘 나타내주는 그림이다. 먼 풍경이 아스라히 보이는 창은 아치를 이뤄 엄격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준다. 그 한가운데에 꽃병이 놓여 있는데 거기에는 장미와 히아신스, 백합, 인동초, 튤립, 작약, 아네모네, 금잔화, 붓꽃 등이 꽂혀 있다. 창턱에는 카네이션과 조가비가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이 꽃들은 같은 계절에 피어나는 꽃들이 아니다. 각기 다른 계절에 피는 꽃들이 지금 천연덕스럽게 한 화병을 장식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화가는 보란 듯이 각기 다른 계절에 피는 꽃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았다. 그 연출이 신선하고 아름답게 다가오지만, 이는 하나의 이상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덧없게 느껴진다.

    반 고흐 ‘해바라기’·모네 ‘수련’이 뜻하는 것

    반 고흐, ‘해바라기’, 1888, 캔버스에 유채, 95x73cm,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사계절 꽃 모아놓은 꽃병 인생무상 상징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다. 꽃은 잠시 피었다가 사라진다. 봄꽃은 가을꽃과 사랑을 나눌 수 없다. 꽃은 피어나기가 무섭게 시들어버리고,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기가 무섭게 빛이 바랜다. 인생도 이와 같다. 모든 꽃들이 시들지 않은 채 서로 어우러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것처럼, 인생 역시 주어진 시간을 초월해 이 땅에 머물 수 없다. 그들의 아름다움도 잠시 잠깐뿐이요, 곧 늙고 병들어 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보스하르트의 꽃 그림은 인생의 한계를 초월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덧없는 바람을 나타낸다고 하겠다.



    서양화가들이 꽃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것은 17세기부터다. 정물화가 활성화된 게 이 무렵부터이기 때문에 꽃을 중심 주제로 삼아 본격적인 정물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꽃이 주변적인 소재가 아니라 독립된 소재로 그려지기 시작한 때는 이보다 이른 중세 말부터였다. 그 이전에는 인물이나 다른 중심 주제 옆에 소품처럼 그려져 그림의 내용을 부분적으로 설명해주는 장식적이고 상징적인 기능에 한정되어 있었다. 어쨌든 점차 독립적인 장르로 발달하기 시작한 꽃 정물화는 19세기 인상파 무렵에는 매우 감각적이고 개성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이때의 대표적인 꽃 그림으로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꼽을 수 있다.

    반 고흐 ‘해바라기’·모네 ‘수련’이 뜻하는 것

    모네, ‘수련-밤의 효과’, 1897~98, 캔버스에 유채, 73x100cm, 파리 마르모탕 미술관.

    반 고흐의 정물화 가운데 가장 유명한 해바라기는 ‘노랑과 파랑의 심포니’라는 개념으로 제작된 시리즈 작품이다. 한마디로 색채, 특히 노랑을 위해 그린 정물화라고 할 수 있는데, 반 고흐에게 노랑은 무엇보다 희망을 의미했다. 그래서 노랑으로만 그려진 그의 해바라기 그림은 ‘빛을 배경으로 한 빛’이라고도 불린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미다스의 손이 세계를 금으로 만들어 그 금빛 아래 사물들의 활동을 정지시켰다면, 반 고흐의 붓은 오히려 그의 황금색 아래 사물들의 활동을 최고조로 고양시켜 놓았다. 바로 그 같은 적극적인 생명의 의지 때문에 사람들은 그의 해바라기에 열광하고, 또 침대와 의자마저 노란 그의 침실 그림에 애정을 보인다. 인류가 창조해낸 조형물 가운데 그 어떤 것이 반 고흐의 ‘해바라기’보다 더 밝고 환한 자기 긍정을 보여줄 수 있을까?

    수련에 매혹당한 모네 300여 점 그려

    반 고흐는 태어나자마자 죽은 자신과 이름(빈센트)이 같았던 형의 무덤에서 해바라기를 보았다고 한다. 그 꽃을 통해 죽음을 딛고 일어선 생명의 아름다움에 반한 그는 자신과 해바라기가 동일한 운명을 지녔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래서 해바라기는 그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꽃으로 꼽힌다. 그런 까닭에 고갱을 아를에 초대했을 때 자신의 해바라기 그림 가운데 하나를 고갱의 방에 걸어준 것은 진정한 나눔의 표시였다.

    반 고흐와 동시대 화가로서 꽃으로 자신의 상징을 삼은 또 다른 화가가 클로드 모네다. 빛의 마술사 모네는 자신의 아틀리에에 연못을 만들고 거기에 수련을 심었다. 애초 그 꽃들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소재가 아니라 그저 보고 즐기기 위한 것이었다. 연못을 만든 뒤 수년 동안 그가 그린 연못 그림은 세 점에 불과했다. 그러나 1908년부터 연못에 깊이 빠져들기 시작한 모네는 환갑 이후 죽을 때까지 모두 300여 점의 연못 그림을 그렸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수련을 담은 그림들이었다. 이렇게 수련에 매혹된 모네의 말년은 신화에 나오는 힐라스 이야기를 연상하게 한다. 힐라스는 영웅 헤라클레스가 아낀 종자로, 헤라클레스의 심부름으로 물을 길러 갔다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은 미소년이다. 힐라스가 연못에 이르렀을 때 그의 모습에 반한 님프들이 그를 연못 속으로 유혹해 끌고 갔는데,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힐라스도 기가 막히게 예쁜 님프들이 잡아끄니 더 이상 저항할 수 없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헤라클레스가 슬픔으로 광분했지만 허사였다.

    모네의 연못에 핀 수련을 프랑스어로 넹페아(nymphea)라고 부른다. 님프란 뜻이다. 모네 역시 힐라스처럼 님프들에게 이끌려 그 연못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셈이 됐다. 가장 아름다운 꽃이 가장 훌륭한 예술가를 그렇게 사로잡았다. 우리는 모네의 수련에서 매우 감각적인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화사함과 순수함이 그야말로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연꽃은 더러운 곳에 있어도 항상 맑은 본성을 유지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우리는 연꽃을 청정무구의 상징으로 여겼다. 그 청정무구에 살짝 관능미가 더해져 그럴 수 없이 화사한 빛을 발하는 게 모네의 수련이다.

    꽃은 지금껏 무수히 그려져왔고 앞으로도 수없이 그려질 것이다. 물론 추상미술과 미디어아트가 융성한 요즘, 과거와 같은 사실적인 꽃 그림은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질지 모른다. 하지만 자연의 피조물로서 꽃만큼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사물은 없다는 점에서 그 이상미는 영원한 동경의 대상이자 표현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무언가 아름다운 것을 그릴 때 화가는 부지불식간에 꽃을 떠올린다.

    논술 전문출판 ‘늘품 미디어’가 제공하는 ‘생각 넓히기’

    ①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특징 중 하나는 예술을 창조하고 향유하는 존재라는 점이다. 문학, 음악, 미술 등 예술은 인간 상상력의 산물인 동시에 인간 정서를 고양시키고 삶을 높은 차원으로 이끌어주는 근원이다. 예술작품의 창작과 향유는 인간활동의 가장 고귀한 활동이라 할 수 있다.

    ② 예술과 관련해서는 ① 시인과 역사가의 역할에 대한 견해(1998 서강대) ②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아는 마음가짐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1999 가톨릭대) 등이 출제됐다. 예술과 현실에 대한 주제는 논술의 논제로 많이 출제되지 않았는데, 이는 달리 보면 그만큼 출제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된다.

    ③ 예술과 관련된 논의의 범위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므로 다음 두 가지 방향으로 정리를 해두면 효과적이다. 첫째 예술의 본질과 특성, 의의 등 큰 틀에 입각한 예술에 대한 이해다. 여기에는 다시 예술과 상상력, 예술과 현실의 반영,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구분 등이 포함된다. 둘째, 현대사회와 예술의 특징에 대한 이해다. 대중예술과 문화의 상업화, 과학기술의 발달과 예술의 관계 등을 중심으로 현대사회에서 예술이 차지하는 위치 및 대중예술의 범람에 대해 정리해둔다.

    ④ 예술작품은 논술의 논제로서보다는 지문으로 출제 빈도가 매우 높다. 특히 시와 소설, 희곡 등의 문학작품은 제시문으로 자주 출제된다. 그리고 최근에는 연세대, 한양대를 중심으로 미술 작품, 만화 등이 제시문으로 자주 나오고 있다. 그러므로 다양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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