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창업 시장은 최소 비용을 들여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아이템이 인기를 끌고 있다.
창업시장에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안정지향형 창업에 대한 요구가 클 수밖에 없다. 창업컨설팅 전문업체 스타트비즈니스의 김상훈 소장은 “돈만 투자하는 창업보다는 실수요 중심의 창업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랜 기간 준비를 해온 실수요 예비창업자라면 올봄 창업전선에 뛰어들 만하다”고 말한다. 김 소장은 최소 비용을 들여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이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그런 업종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그러면 어느 지역에서 창업하는 것이 좋을까. 주5일 근무제가 본격화하면서 평일과 주말에 고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주택가 등 아파트 상권이 각광받고 있다. 최근 들어 창업 인파가 눈에 띄게 몰리는 지역으로 분당 수내역과 평촌역 부근 등을 꼽을 수 있다. 배후에 아파트 주민층이 많은 데다 역세권인 만큼 거주자와 직장인 수요층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피스 상권이라고 해서 전혀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말은 확실하게 쉬고 평일에 높은 수익을 올리겠다는 각오만 있다면 오피스 상권도 나쁘지 않다.
가장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아이템 중 하나는 역시 외식업이다. 주택가 상권과 오피스 상권이 만나는 복합상권에서는 식사 메뉴와 저녁 술 메뉴를 포괄할 수 있는 보쌈·보리밥·칼국수를 함께 파는 보쌈 전문점, 석갈비 전문점, 부대찌개 전문점 등이 틈새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피스 상권의 틈새 아이템으로, 건강을 생각한 일본라면 전문점과 이자카야를 결합한 형태의 아이템도 각광받고 있다.
주 5일제로 주택가 아파트 상권 각광
외식업계의 새바람 중 하나는 기존의 ‘1000원 김밥’ 시장에 대한 업그레이드 바람이다. 1000원 김밥집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기존 업체들은 업종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000원 김밥 전문점을 대체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는 저가 중화요리를 표방하면서 배달을 하지 않는 중화풍 분식집, 떡볶이를 테마로 한 토종분식점이 주목받고 있다. 오피스 상권에서는 잔치국수를 테마로 한 토종분식점이나 주먹밥 전문점 등이 대안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판매업에서는 질이 떨어지는 저가 화장품 전문점에 맞서 고품질의 천연화장품과 피부관리숍, 천연화장품과 경락 서비스를 결합한 형태의 아이템이 각광받고 있다. 최근 ‘아로마포미’ 같은 브랜드는 전국적으로 150개 이상의 체인점을 오픈하기도 했다.
주부 창업자들이 선호하는 유아동복 전문점이나 속옷 전문점에 대한 수요는 꾸준한 편이다. 체인점 형태의 편의점이 아닌 독립점 형태의 편의점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것들은 모두 전수창업 형태로 이루어진다. 업종을 불문하고 전수창업 형태의 창업을 선호하는 수요층은 계속 느는 추세다.
새로 출현한 입체음향노래방도 눈길을 끈다. 도우미 없는 노래방이라는 슬로건 아래 오직 입체음향 시스템으로 승부를 거는 방식이다. 고급 시설을 무기로 영업하는 체인점 노래방은 과다한 투자로 위험성이 높은 반면, 입체음향노래방은 최소 비용을 들여도 승산이 있다. 노래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대학로 소극장에서 느낄 수 있는 살아 있는 음향시스템을 제공하면서도 이용료가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인천 주안상권처럼 젊은이가 많이 몰리는 곳에서 안정적 수익을 올리고 있다.
김상훈 소장은 “유망 아이템이라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한 번에 대박을 터뜨리는 아이템보다는 작은 수익을 올리더라도 꾸준한 수익이 담보될 수 있는 안정적인 아이템을 고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소자본 무점포 창업 꾸준히 인기
지난해 창업시장에서는 ‘불닭’으로 대표되는 ‘매운맛’ 전문점이 눈에 띄게 줄었고, ‘가격파괴’ 아이템 역시 과당경쟁에 시달리면서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였다. 음식 파동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AI(조류 인플루엔자) 파동으로 지난해 치킨 전문점 창업도 큰 재미를 보지 못했고, 말라카이트 그린 검출로 중국산 장어는 물론 민물고기 소비도 줄어들었다.
지난해 3분기부터 경기선행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섰고,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던 민간소비도 회복세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창업시장은 지난해보다는 다소 활기를 띨 전망이다. 하지만 고용시장의 불안정성이 여전하고, 서민들의 소비심리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세 자영업 창업의 전망은 그다지 밝은 편이 아니다. 때문에 위험성이 적은 소자본 무점포 창업이 꾸준히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며, 경기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는 교육사업에 대한 선호도 역시 높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완전히 자리를 잡은 웰빙 관련 업종도 유망 업종이며, 편익 충족을 극대화하는 배달·테이크아웃 업종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창업컨설팅 전문업체 FC창업코리아의 강병오 대표는 최근의 창업 키워드를 웰빙 먹거리, 스피드, 뉴 럭셔리, 컨버전스, 여성+교육 등 5가지로 꼽는다.
웰빙 먹거리 지난해 기생충알 김치 파동과 AI 주의보 등이 날아들면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욕구가 높아졌다. 창업시장에서도 웰빙 관련 업종이 계속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동원F&B, 풀무원 등 대기업이 속속 뛰어들고 있는 유기농 식품 전문점이 대표적이다. 유기농 음식점은 초기에 고전하는 듯하더니 최근 마니아층을 형성하면서 세를 넓혀가고 있다. 유기농 채소를 전문으로 사용하는 채식 뷔페, 샐러드 전문점 등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쇠고기의 원산지 표시제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대형 유통매장의 식육 코너에서나 실시하던 ‘생산이력제’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는 고깃집도 늘고 있다. 고기의 생산부터 도축, 가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소비자 눈으로 직접 먹거리 안전성을 확인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AI, 광우병, 구제역 등 육류와 관련한 먹거리 파동이 잦아지면서 육류 소비가 줄어드는 대신 해산물 소비는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에 따라 다양하고 푸짐한 안주 메뉴와 세련된 인테리어를 갖춘 퓨전 해산물 요리 전문점이 유망 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회 이외에도 여러 퓨전 요리를 취급해 다양한 계층의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스피드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앞세운 방문·배달·테이크아웃 업종 등이 주목받고 있다. 투자비가 많이 드는 점포 사업과 달리 무점포로도 가능해 창업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외식업에서도 배달, 테이크아웃 메뉴는 갈수록 늘어나 기존 치킨, 피자, 자장면 외에 립바비큐, 토핑두부, 떡볶이 등으로 메뉴가 확대되고 있다.
서비스업도 요즘은 속도와 가격을 모두 만족시켜야 성공할 수 있다. 잉크·토너 방문충전업은 휴대용 잉크·토너 충전 장비를 가정이나 사무실로 가지고 다니며 즉석에서 잉크를 충전해줘 인기몰이 중이다. 충전에 걸리는 시간은 5분 내외이며 흑백잉크 충전은 1회에 8000원밖에 되지 않는다.
방문 PC수리업도 인기다. 자체 개발한 수리용 CD를 이용해 3분 내에 소프트웨어의 에러를 해결하고 9800원을 받는데, 일반 PC수리업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뉴 럭셔리 감성적 욕구를 충족해주는 제품은 다소 고가이더라도 주저 없이 구매하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은 철저하게 싼 것만을 추구하는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창업시장에서도 ‘가격파괴’를 내세운 업종 아니면 기존 상품을 대폭 고급화해 ‘뉴 럭셔리’를 표방하는 업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뉴 럭셔리’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은 올해 창업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속에서도 시장 규모를 크게 키웠다. 프리미엄급 햄버거 전문점도 점포를 늘리는 중이다. 이들은 고품질, 고신선도 재료만 사용해 주문 즉시 만들어낸다는 점을 내세워 일반 햄버거의 2~3배 가격을 받지만 장사가 잘된다.
옥션에서 주최한 온라인 창업 무료 공개강좌에 참석한 여성들이 초청강사에게 창업 아이템 및 판매요령 등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소비 양극화의 한 축을 차지하는 저가형 아이템 동향도 주목할 만하다. 한 마리에 5000~6000원 하는 저가 치킨 전문점들은 수익 확보를 위해 메뉴 추가, 홀 판매 개시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쏟아져 나온 1인분 3300원 돼지갈비 전문점도 나름대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가형 피부 및 몸매관리 전문점은 올해만 10개 이상의 신생 브랜드가 출현해 과당경쟁의 기미가 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업종에 해당한다.
컨버전스 연관성이 있는 여러 가지 아이템을 하나로 합치는 컨버전스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만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니다. 창업시장에서도 복합화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불황기에는 한 가지 아이템에 의존하는 것보다 수익 원천을 다각화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것이 온·오프라인 복합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사업을 진행하거나 오프라인상에서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온라인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해 수익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이 교육사업 업체들이다. 오프라인으로는 학생들을 모아 직접 가르치고, 온라인으로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평가 혹은 관리해 성적 향상도나 학습 진척도 등을 통계자료로 만들어 제공하는 형태가 많다.
오프라인 점포를 보유한 업체가 누구나 상품을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함께 활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한 점포에서 2개 이상 업종을 취급하는 업종 복합화 경향도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개 업종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매출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문구점과 잉크충전방, 만화방과 PC방, 미용실과 피부관리숍 등을 결합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이외 여름에는 냉면, 겨울에는 설렁탕을 주메뉴로 하는 계절별 메뉴 복합화, 주간에는 스파게티, 야간에는 병맥주를 판매하는 시간대별 메뉴 복합화 등도 유망하다.
여성+교육 핵가족과 맞벌이 부부의 증가, 저출산 등과 맞물려 교육사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만한 창업 아이템 중 하나다. 요즘은 영어, 수학은 물론 창의력이나 논술 교육사업 등이 뜨고 있다. 입시제도 자체가 암기력보다는 창의력과 사고력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까닭이다.
어릴 때부터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워주는 유아 창의력 교육사업은 아직 시장 도입기여서 발전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게임 교구와 놀이를 이용한 놀이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창의력과 감수성은 물론, 사회 적응력을 키워주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창업 비용이 많이 들어가 위험 부담이 높은 학원 창업은 주춤한 반면, 소자본으로도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홈스쿨 창업이 인기다. 이에 따라 홈스쿨 시장에 뛰어드는 대기업도 증가세다.
홈스쿨은 소수의 회원으로 팀을 만들어 가정에서 교육을 하는 일종의 과외사업으로, 영어·수학·한자·논술·창의력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주부나 여성들이 부업이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투잡스 형태로 운영하기에 적합하다.
올해는 창업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굵직굵직한 사회적 이슈가 많은 편이다. 이들을 미리 파악해놓으면 효과적인 창업 전략을 수립하는 데 유리하다.
그간 광우병의 영향으로 수입 금지 조치됐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가 확실시되면서 중저가형 쇠고기 전문점이 인기 업종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주점 창업의 경우 6월에 열릴 독일월드컵이 변수다. 2002년 한일월드컵만큼의 응원 붐이 조성된다면 맥주 전문점 등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므로, 월드컵 특수를 누리고 싶다면 6월 이전에 창업하는 것이 좋겠다.
강병오 대표는 “7월1일부터는 주5일 근무제가 100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된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며 “올해부터 시작된 주택가 상권 활성화와 상권의 이동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므로, 기존 상권 분석 결과에만 의존하지 말고 직접 발로 뛰며 상권의 변화 양상을 좀더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