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환자 중 십중팔구는 신종플루 확진환자. 건강한 젊은 층에서도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거점치료 병원의 야외진료소에는 얇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3~4시간씩 벌벌 떨고 기다리며, 폐렴이 온 중증환자들은 격리병실이 없어 응급실을 전전한다. 일부 양심적인 의학자들의 격리병실 확충 요구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번번이 거절됐다.
“확진이 없어도, 거점병원이 아니어도 급성호흡기 증상(발열, 기침, 인후통, 콧물) 중 하나라도 있는 환자에겐 모든 병의원에서 타미플루를 처방하라”는 정부의 지시가 뒤늦게 있었건만, 많은 동네의원은 아직도 ‘확진판정’ 타령만 늘어놓으며 처방을 거부하기 일쑤다.
일부 종합병원과 대학병원도 마찬가지. 환자들은 아픈 몸을 이끌고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 치료제 먹을 시점을 놓치고 병세가 악화된다. 이런 가운데 의사협회는 “타미플루 처방은 의사의 판단에 따라 할 것”이라며 의약분업 원칙을 깨고 “타미플루를 병의원에서 직접 공급하겠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그리고 “신종플루 치료는 병원 몇 개를 정해서 한곳에서만 하자”고 건의했다.
도대체 우리나라 의사들은 신이라도 된단 말인가. 일반 현미경으로도 안 보이는 바이러스가 일반독감(계절성 플루)인지 신종플루인지 환자를 보고 청진기만 대면 뚝딱 판정이 난단 말인가. 또한 확진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하는 마당에 타미플루를 누가 파느냐가 무에 그리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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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내성환자가 나와도 ‘릴렌자’라는 타미플루 내성용 치료제가 따로 확보돼 있으니 문제 될 게 없다. 거기다 한술 더 떠 병원 내 감염이 매우 우려되는데도 환자들을 한곳에 모아 치료하겠다고? 차라리 “감염이 무서워 신종플루 환자를 치료하기 싫다”고 고백하라. 그게 더 ‘인간적’으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