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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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로 오롯이 담아낸 가을 정취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9-11-04 18: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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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지로 오롯이 담아낸 가을 정취
    한지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한지의 은은한 숨결 속에는 화가의 고요한 감정이 고스란히 배어든다. 겉보기엔 아주 약할 것 같아도 여러 겹 겹쳐놓으면 송곳으로도 뚫기가 쉽지 않다.

    한지의 이런 이중적 매력에 서양화를 전공하는 화가들조차 캠퍼스를 뒤로한 채 한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김순철(45) 화가도 한지로 작품을 만든다. 그저 한지를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한지를 만든다. 닥나무 껍질을 물에 불리고, 표현하기 적합한 상태로 다듬는다.

    “한지를 제작하는 과정은 제 살과 형태를 성형하는 듯한 인고(忍苦)의 과정입니다.”

    그의 작품은 독특하다. 한지의 부드러움과 실의 섬세함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특히 금속이나 도자기, 목재 따위의 표면에 여러 무늬를 새겨 그 속에 같은 모양의 금, 은, 보석, 뼈, 자개 등을 박아넣는 상감기법이 한지 위에 그대로 재현된다.

    “여러 겹을 겹쳐놓아 두꺼워진 한지에 채색을 거듭하면서 음각의 상감기법을 응용해 모란 문양의 바탕을 만들어냅니다. 그 위에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해 도자기 형상을 구현하죠.”



    한지 위에서 움직이는 선들은 마치 한국화의 선묘를 연상시킨다. 바느질과 붓 터치가 어우러져 매우 역동적이다.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다. 치열한 구도(求道)의 과정과 다를 바 없다.

    그는 이처럼 인고 끝에 태어난 20여 점의 한지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연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백송갤러리에서 11월4일부터 2주간 ‘이미지와 실제, 그 사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전을 마련하는 것. 어느덧 17회째를 맞는 개인전이라 편하게 느낄 법도 하지만, 그는 여전히 두렵다고 한다.

    “전시회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집니다. 이번에는 가장 한국적인 작품으로 찾아갑니다. 한지 속에서 무르익어가는 한국의 가을 정취를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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