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B> 서도호의 ‘계단’.
그리고 2010년 2월15일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관 40주년 기념 전시이자 귀국 보고전으로 열린다. 중남미 지역은 한국과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생소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경제교류가 늘면서 양국 간의 관심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군부독재 체제의 종식과 민주화로 이어지는 유사한 현대사를 겪으면서 상호 간 정서적 이해의 폭도 넓은 편.
이 지역에 한국 미술을 본격적으로 알린 ‘박하사탕’전은 탄탄한 기획력과 엄선된 작품들로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2007년 칠레 일간지에서 선정한 ‘올해 가장 주목받은 7대 전시’ 중 상파울루 비엔날레를 제치고 1위로 꼽힌 일은 한국 현대미술이 이뤄낸 쾌거라 할 만하다. 아르헨티나의 한 매체에서도 “‘박하사탕’전은 한국 미술의 키워드를 알 수 있는 기회”라며 한국 미술의 풍부한 파노라마뿐 아니라 절정기를 맞은 한국 미술이 세계 현대미술계에 제시하는 흥미로운 제안들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과천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중남미 전시보다 훨씬 큰 규모로 마련됐다. 23명의 참여 작가 수는 그대로 유지했지만, 작품 50여 점을 추가해 총 14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의 기본 틀은 변하지 않았다. 1부 ‘메이드 인 코리아’는 1980년대와 90년대의 이야기다. 80년대가 남북분단, 군사주의, 민족주의, 자본주의 등 이데올로기가 경직된 모습으로 정착된 시대였다면, 90년대는 세계화를 맞아 한국사회가 좀더 유연하게 변했음을 보여준다. 이 섹션에는 강용석, 김홍석, 배영환, 서도호, 송상희, 옥정호, 전준호, 조습 작가가 출품했다.
<B>2</B> 오인환의 ‘서울에서 남자가 남자를 만나는 곳’. <B>3</B> 임민욱의 ‘뉴타운 고스트’. <B>4</B> 권오상의 ‘레드썬’.
3부 ‘플라스틱 파라다이스’는 90년대 이후 대중 소비문화가 발달하면서 전근대, 근대, 탈근대가 다층적으로 공존하는 한국의 모습을 보여준다. 구성수, 권오상, 김두진, 김상길, 이동욱, 이용백, 최정화, 홍경택 작가가 출품했다.
하지만 세 가지 섹션의 개념 틀은 한국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에게 제공하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다. 한국 관객들은 어떤 점에 주목해서 전시를 봐야 할까. 우선 이 전시는 최근 국내외 주요 전시와 비엔날레 등에서 주목받은 작품을 한자리에서 보여준다.
즉 2000년대 한국 미술을 총정리하는 기회가 된다. 또 미술관 중앙홀의 천장 전체를 붉은 천으로 덮은 서도호의 ‘계단’, 인공 캐릭터를 다양하게 섞은 최정화의 ‘신사숙녀 여러분’, 지난 3월29~30일 이틀 동안 한강유람선의 승객들만 볼 수 있었던 프로젝트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임민욱의 ‘S.O.S-Adoptive Dissensus’ 등이 주목할 만하다. 박준범, 옥정호, 권오상, 이동욱 등의 신작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문의 02-2188-6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