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어린 시절 모래장난을 하면서 부르던 이 노래처럼 사람들은 새 집을 동경한다. 못살던 예전에는 그 소망이 더욱 간절했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새 집을 동경하면서도 한편으론 새 집에 들어가는 것을 꺼린다. 바로 새집증후군 때문이다.
새집증후군(Sick House Syndrome)이란 새로 지은 집이나 건물의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같은 유해물질로 거주자들이 느끼는 건강상 문제와 불쾌감을 이르는 말. 증상으로는 두통, 눈·코·목의 자극, 가려움증, 피로감, 집중력 저하 등이 있다. 새 아파트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이 이러한 질환의 직접적 요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간접적 요인으로 영향을 준다고 보는 것이 의학계의 중론이다.
유해물질이 고농도로 존재하는 공간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여러 증상이 발생했다는 것이 동물실험과 실례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가톨릭의대 김진우 교수는 “새 집에서 생기는 오염물질, 여러 요인으로 발생한 알레르기나 피부질환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피부보호 장벽이 망가지면서 아토피로 발전한다. 이는 다시 천식이나 비염 등 호흡기질환으로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새 아파트서 유해물질 각종 질환 유발
새 아파트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이 여러 질환의 직접적 요인이든 간접적 요인이든, 중요한 것은 실제 우리 주변에서 새집증후군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23개월 된 가빈(여)이는 첫돌 무렵부터 아토피를 앓았다. 어머니 홍현화(34) 씨는 가빈이의 아토피가 새집증후군 때문이라고 의심한다.
“가빈이가 태어나서 6개월쯤 되니까 태열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땐 그리 심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난해 겨울 첫돌을 지나면서 아이가 가려워 잠을 못 잘 정도로 심해졌어요. 태어난 지 한 달밖에 안 된 아이를 새 아파트로 데리고 들어와서 그런가 싶은 거죠.”
가빈이는 2007년 11월에 태어났고, 그 다음 달인 12월홍씨네는 지금 살고 있는 경기도 일산의 한 임대아파트에 입주했다. 사실 입주를 앞두고 홍씨는 불안했다. 새집증후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임대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하는 것은 서민들에겐 꿈이다. 그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저 탈이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10월 말 아파트 공사가 끝나고,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입주를 해야 했죠. 최대한 시간을 끌다가 12월 중순에 입주를 했는데도 입주할 당시 시멘트와 본드, 페인트 냄새가 아주 심했어요. 그게 6개월까지 계속되더라고요. 특히 3개월까지는 머리가 아플 만큼 심했죠. 난방을 해서 온도를 높였다가 문을 열어 환기(베이킹 아웃)를 해봐도 소용없더라고요. 성인인 저한테도 그랬으니 갓난아이한테는 얼마나 안 좋았겠어요.”
온몸을 긁느라 잠도 못 자는 가빈이를 보면서 홍씨 역시 밤잠을 설친 게 여러 날이다.
“모기한테 한 방만 물려도 가려워서 참을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으니 얼마나 괴로웠겠어요. 밤새 긁어서 온몸에 진물이 나고 딱지가 진 것을 보면서 제 속이 바짝바짝 탔죠. 이사하지 않고 파주에서 그냥 살았더라면 괜찮았을 텐데, 그런 생각도 했어요.”
홍씨는 가빈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가빈이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팔 안쪽, 무릎 뒤쪽 등 피부가 접히는 부분만 긁고 다른 부분은 괜찮아졌다는 것. 입주한 지 2년이 돼가니 그동안 공기가 정화돼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아이가 크면서 면역력이 생겨 그런가 싶기도 하다. 홍씨는 “우리 같은 서민은 좋은 벽지나 바닥재로 바꾸고 싶어도 그럴 여유가 없다”며 “서민 아파트일수록 더 신경 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는 물론 어른까지 피해
의료계에서 일하는 양유리(26) 씨는 지난해 8월 제주에서 올라와 언니와 함께 일산의 한 원룸에 입주했다. 입주할 때 시멘트나 페인트 냄새 같은 것이 심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새집증후군에 대해선 생각도 못했다. 그러다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갑자기 눈 밑과 발이 간지럽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얼굴에 두드러기 같은 것이 올라와 바로 피부과를 찾았다.
“제가 웬만해선 병원엘 안 가요. 약도 잘 안 먹고요. 그런데 너무 가려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긁느라 생활이 불편할 정도였죠. 또 얼굴에 뭐가 나니까 걱정돼 바로 병원에 갔더니 아토피라는 거예요.”
양씨의 언니는 오래전부터 아토피를 앓았다. 그런데 지금 살고 있는 원룸에 입주하고 한 달도 안 돼 아토피가 더욱 심해졌다. 언니의 아토피 증세가 심해졌을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하지만 아토피가 없던 자신에게 생기니까 새집증후군이 아닌가 의심하게 됐다.
“아토피 진단을 받은 뒤로 방 안 환기도 자주 하고, 숯도 사다놓고 그랬어요. 가려운 것도 좀 덜하고 얼굴에 난 것도 들어가더라고요. 그러니 더 새집증후군이란 확신이 생기는 거예요.”
양씨는 아토피도 아토피지만 그로 인해 눈 밑에 주름이 생긴 것이 더 속상하다고 털어놓는다. 한창 외모에 신경을 쓰는 20대 미혼여성에게 눈 밑 주름은 커다란 고민거리라는 것. 입주 때부터 환기에 신경 쓰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는 그는 한편으로는 시공사 측에서 좀더 신경을 써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한다.
동국대 의대 피부과 이애영 교수에 따르면, 아토피 피부염과 새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의 연관성에 대해선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새 집에 들어가 아토피가 생기거나 심해졌다는 환자를 많이 접했고, 그들의 주장이 온전히 틀렸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현재로선 여러 연구자들의 실험보고서를 토대로 그 가능성을 생각해볼 뿐이지만, 머지않아 아토피 피부염과 새 아파트에서 생기는 유해물질의 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모래장난을 하면서 부르던 이 노래처럼 사람들은 새 집을 동경한다. 못살던 예전에는 그 소망이 더욱 간절했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새 집을 동경하면서도 한편으론 새 집에 들어가는 것을 꺼린다. 바로 새집증후군 때문이다.
새집증후군(Sick House Syndrome)이란 새로 지은 집이나 건물의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같은 유해물질로 거주자들이 느끼는 건강상 문제와 불쾌감을 이르는 말. 증상으로는 두통, 눈·코·목의 자극, 가려움증, 피로감, 집중력 저하 등이 있다. 새 아파트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이 이러한 질환의 직접적 요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간접적 요인으로 영향을 준다고 보는 것이 의학계의 중론이다.
유해물질이 고농도로 존재하는 공간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여러 증상이 발생했다는 것이 동물실험과 실례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가톨릭의대 김진우 교수는 “새 집에서 생기는 오염물질, 여러 요인으로 발생한 알레르기나 피부질환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피부보호 장벽이 망가지면서 아토피로 발전한다. 이는 다시 천식이나 비염 등 호흡기질환으로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새 아파트서 유해물질 각종 질환 유발
새 아파트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이 여러 질환의 직접적 요인이든 간접적 요인이든, 중요한 것은 실제 우리 주변에서 새집증후군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23개월 된 가빈(여)이는 첫돌 무렵부터 아토피를 앓았다. 어머니 홍현화(34) 씨는 가빈이의 아토피가 새집증후군 때문이라고 의심한다.
“가빈이가 태어나서 6개월쯤 되니까 태열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땐 그리 심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난해 겨울 첫돌을 지나면서 아이가 가려워 잠을 못 잘 정도로 심해졌어요. 태어난 지 한 달밖에 안 된 아이를 새 아파트로 데리고 들어와서 그런가 싶은 거죠.”
가빈이는 2007년 11월에 태어났고, 그 다음 달인 12월홍씨네는 지금 살고 있는 경기도 일산의 한 임대아파트에 입주했다. 사실 입주를 앞두고 홍씨는 불안했다. 새집증후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임대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하는 것은 서민들에겐 꿈이다. 그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저 탈이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10월 말 아파트 공사가 끝나고,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입주를 해야 했죠. 최대한 시간을 끌다가 12월 중순에 입주를 했는데도 입주할 당시 시멘트와 본드, 페인트 냄새가 아주 심했어요. 그게 6개월까지 계속되더라고요. 특히 3개월까지는 머리가 아플 만큼 심했죠. 난방을 해서 온도를 높였다가 문을 열어 환기(베이킹 아웃)를 해봐도 소용없더라고요. 성인인 저한테도 그랬으니 갓난아이한테는 얼마나 안 좋았겠어요.”
온몸을 긁느라 잠도 못 자는 가빈이를 보면서 홍씨 역시 밤잠을 설친 게 여러 날이다.
“모기한테 한 방만 물려도 가려워서 참을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으니 얼마나 괴로웠겠어요. 밤새 긁어서 온몸에 진물이 나고 딱지가 진 것을 보면서 제 속이 바짝바짝 탔죠. 이사하지 않고 파주에서 그냥 살았더라면 괜찮았을 텐데, 그런 생각도 했어요.”
홍씨는 가빈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가빈이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팔 안쪽, 무릎 뒤쪽 등 피부가 접히는 부분만 긁고 다른 부분은 괜찮아졌다는 것. 입주한 지 2년이 돼가니 그동안 공기가 정화돼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아이가 크면서 면역력이 생겨 그런가 싶기도 하다. 홍씨는 “우리 같은 서민은 좋은 벽지나 바닥재로 바꾸고 싶어도 그럴 여유가 없다”며 “서민 아파트일수록 더 신경 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는 물론 어른까지 피해
의료계에서 일하는 양유리(26) 씨는 지난해 8월 제주에서 올라와 언니와 함께 일산의 한 원룸에 입주했다. 입주할 때 시멘트나 페인트 냄새 같은 것이 심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새집증후군에 대해선 생각도 못했다. 그러다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갑자기 눈 밑과 발이 간지럽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얼굴에 두드러기 같은 것이 올라와 바로 피부과를 찾았다.
“제가 웬만해선 병원엘 안 가요. 약도 잘 안 먹고요. 그런데 너무 가려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긁느라 생활이 불편할 정도였죠. 또 얼굴에 뭐가 나니까 걱정돼 바로 병원에 갔더니 아토피라는 거예요.”
양씨의 언니는 오래전부터 아토피를 앓았다. 그런데 지금 살고 있는 원룸에 입주하고 한 달도 안 돼 아토피가 더욱 심해졌다. 언니의 아토피 증세가 심해졌을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하지만 아토피가 없던 자신에게 생기니까 새집증후군이 아닌가 의심하게 됐다.
“아토피 진단을 받은 뒤로 방 안 환기도 자주 하고, 숯도 사다놓고 그랬어요. 가려운 것도 좀 덜하고 얼굴에 난 것도 들어가더라고요. 그러니 더 새집증후군이란 확신이 생기는 거예요.”
양씨는 아토피도 아토피지만 그로 인해 눈 밑에 주름이 생긴 것이 더 속상하다고 털어놓는다. 한창 외모에 신경을 쓰는 20대 미혼여성에게 눈 밑 주름은 커다란 고민거리라는 것. 입주 때부터 환기에 신경 쓰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는 그는 한편으로는 시공사 측에서 좀더 신경을 써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한다.
동국대 의대 피부과 이애영 교수에 따르면, 아토피 피부염과 새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의 연관성에 대해선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새 집에 들어가 아토피가 생기거나 심해졌다는 환자를 많이 접했고, 그들의 주장이 온전히 틀렸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현재로선 여러 연구자들의 실험보고서를 토대로 그 가능성을 생각해볼 뿐이지만, 머지않아 아토피 피부염과 새 아파트에서 생기는 유해물질의 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