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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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닮은꼴 ‘출산 기피’

  • 입력2006-10-11 18: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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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닮은꼴 ‘출산 기피’

    일본의 유치원생들.

    내가 단골로 다니는 미용실의 하야시(林) 미용사는 서른세 살의 기혼여성이다. 아이를 워낙 좋아하는 데다 나이도 적지 않아 출산을 고려하고 있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육아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보육원이 많지만 하야시 씨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대개 오후 5~6시에 아이를 데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미용실 문을 닫는 시간은 밤 10시. 국가가 보조해주는 보육원이 아무리 저렴하다 해도 아이를 맡길 수 없는 것이다. 좀 늦은 시간까지 개인이 운영하는 보육원이 있긴 하지만 보육료만 월 10만 엔(약 80만원)을 내야 한다. 월급의 절반이다. 돈도 돈이지만 이런 ‘희귀’ 보육원이 집에서 가까운 것도 아니다.

    “야심한 시각에 매일 아이를 안고 전철 타거나 걸어다닐 생각을 하면 엄두가 나질 않아요. 남들 보기에도 이상하니 택시를 타야 할 텐데, 미용사 수입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잖아요.”(일본의 택시비는 비싸기로 유명하다.)

    커리어를 생각해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이 많다는 식으로 해석하지만, 미용사가 무슨 대단한 커리어랴. 직업을 유지하려는 한 출산은 단념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에선 소자화(少子化·저출산 문제)가 걱정이라며 아이를 낳으라고 독려하지만 당장 살아갈 견적이 나오지 않는 걸 어쩌겠어요.”



    한국에도 비슷한 사연이 널려 있긴 하다. 하지만 일본의 사정이 더 딱하게 느껴지는 것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일본 특유의 문화 탓이다. 이 나라에선 주변 사람의 손을 잠시나마 빌리는 풍토가 드물다. 한국처럼 친정이나 시댁에 맡기는 것도 거의 염두에 두지 않는다. 인건비가 비싼 나라라 사람을 쓰려면 시간당 1000엔 이상은 내야 한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과 생활하는 나도 살기가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각은 평일 오후 3시 반. 특파원 생활은 퇴근이 들쭉날쭉하고 예정 밖의 일이 많이 생긴다. 아르바이트 대학생을 몇 명 구해 그때그때 돌아가며 아이와 저녁시간을 함께 지내게 한다. 시간당 1300엔에 하루 교통비 500엔, 저녁식사비 1000엔 정도가 나간다. 야심한 시각이면 택시비도 줘야 한다.

    야근하고 자정 무렵 귀가하면 근 10만원이 날아가는 것이다. 학생을 고용했기에 이 정도지, 정식 베이비시터를 고용한다면 저녁에는 시간당 2000엔 이상 줘야 한다.

    딸은 집 근처 일본인 초등학교에 다닌다. 여기서도 느끼는 것은 부모의 ‘무한책임 주의’다. 수업 중에 아이가 열이라도 나면 즉시 부모에게 연락해 데려가게 한다.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직장에 매여 있는 부모는 어찌하란 말인가. 역시 일본의 직장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나저나 일본의 지난해 출산율은 1.25명. 한국은 1.08명이다. 한국의 출산율이 일본보다 낮은 이유는 대체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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