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니스 르헤인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미스틱 리버’는 보스턴에서 나고 자란 세 명의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지미 마컴(숀 펜 분)은 출소한 뒤 ‘손을 씻고’ 작은 잡화상을 운영하는 전과자고, 숀 디바인(케빈 베이컨 분)은 형사이며, 데이브 보일(팀 로빈스 분)은 어린 시절 당한 성폭행의 기억에 시달리는 위태로운 남자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던 이들의 관계는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느슨해지지만, 25년 뒤 지미의 딸 케이티가 무참하게 살해되면서 다시 전면에 떠오른다. 특히 케이티가 살해되던 날 데이브가 수상쩍은 상황에서 피를 흘리며 돌아온 뒤로는.
‘미스틱 리버’는 수사물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범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큰 비중을 두지는 않는다. 영화가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사건의 진상이 아니라 이 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죄와 그 상흔에 관한 것이다.
‘미스틱 리버’에서 죄는 책임전가가 가능한 구체적인 악행이 아니라 뒤에 남기는 상처를 통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과의 고리 같다. 영화가 끝날 무렵 범인은 체포되지만 상처는 여전히 남으며, 그 사건에 따른 고통은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영화는 보스턴 노동자 계급 내에서 일어난 작은 살인사건을 그리면서 그 이야기를 장엄한 운명의 비극으로 확장시킨다.
‘미스틱 리버’는 차분하고 조용하며 겸손한 영화다. 이스트우드는 쓸데없는 감독의 자의식 따위는 잠시 접고 조용한 직설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러면서도 배우 출신의 감독답게 숀 펜, 팀 로빈스, 케빈 베이컨, 로라 린니, 마샤 개이 하든과 같은 거물급 배우들의 장점들을 기가 막히게 뽑아낸다.
펜의 오페라적이기까지 한 장엄한 과장과 베이컨의 절제된 미니멀리즘, 로빈스의 고통스러운 내면 연기가 어떻게 하나의 틀 안에서 버무려지는지 감상하시라. 그것만으로도 ‘미스틱 리버’는 훌륭한 구경거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