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고지 白馬高地 -제9사단 제28연대 제6중대장 김운기 대위 백마고지 잔인한 어머니, 그 품속에 말없이 누워 하늘의 별을 세는 땅 위의 별들을 본다. 우람한 원시의 생명과 작은 들꽃의 향기와 새들의 노래 대신, 포탄의 잔해와 화약냄새와 그 밑의 생명이 별이 되어 쉬고 있는, 그 산은 백마고지 다시는 생명을 잉태할 수 없는 다가서고 싶은 그리움도 민통선에 묶이는 산 395고지 백마산, 이름 없는 능선이 세계의 戰史에 떨친다 언제면 별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산은 산으로 돌아오려나. |
*지난 100년간 한국어로 쓰인 100편의 명시를 고르라면, 나는 감히 김운기의 ‘백마고지’를 꼽겠다. 소설 ‘흉터와 무늬’를 준비하다 서울 용산의 전쟁기념관 자료실에서 이 시를 발견했다. 하늘을 쳐다보며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부르다 목숨이 꺾인 젊은이들에게 백마고지는 ‘잔인한 어머니’였다. ‘하늘의 별을 세는 땅 위의 별’은 죽은 전우들이다. 6·25전쟁을 다룬 어떤 영화보다 전쟁의 참상이 생생히 그려지지 않는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별들. 들꽃처럼 사라진 그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