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제작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한 장면. 여기서 폰 트라프 대령이 부르는 ‘에델바이스’ 역시 대다수 오스트리아인들에게는 생소한 노래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주인공 마리아 트라프는 실존 인물인가? 이 이야기는 실화인가? 당연히 마리아 트라프는 실존 인물이며, 이 이야기는 실화다. 그러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모든 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도 상당히 각색됐다고 한다. 예를 들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트라프 가족은 알프스를 넘어 스위스로 망명한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 잘츠부르크에서 만년설이 뒤덮인 알프스를 넘어 스위스로 가다가는 산속에서 얼어죽기 십상이다. 실제로 트라프 가족은 기차를 타고 스위스로 망명했다고 한다.
주인공 트라프 가족 기차 타고 스위스로 망명
특이하게도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자국민이 주인공이며 자국을 배경으로 하는 ‘사운드 오브 뮤직’`에 관심이 없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실제로 본 사람은 거의 없다. 그저 풍문으로 할리우드에서 그런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만 알 뿐이다.
몇 년 전 빈 국민오페라극장(Volksoper)이 할리우드판 ‘사운드 오브 뮤직’의 뮤지컬을 초연해 오스트리아에서도 ‘사운드 오브 뮤직’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보려 했으나, 사람들은 이 작품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 ‘사운드 오브 뮤직’ 열풍을 본고장에서 이어가려는 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렇듯 오스트리아 국민과 외국인들 간의 ‘사운드 오브 뮤직’에 대한 인지도 차이는 때때로 웃지 못할 촌극을 낳는다.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한 오스트리아 인사의 증언에 따르면, 한국 측에서 환영식의 일환으로 합창단이 ‘에델바이스’를 합창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비공식적인 오스트리아 국가(國歌)로 잘 알려진 이 노래를, 이 오스트리아 인사는 한국에서 처음 들었다고 한다.
오스트리아에는 ‘산의 나라~’로 가사가 시작되는 자체 국가가 있으며, ‘에델바이스’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음악감독 리처드 로저스가 작곡한 일개 영화음악에 불과하다. 이 노래에 아직까지 변변한 독일어 번역 가사가 없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오스트리아 국민에게는 생소한 노래이며, 더욱이 에델바이스는 오스트리아의 국화도 아니다. 오스트리아에는 우리나라의 무궁화처럼 공식적인 ‘국화’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다만 에델바이스는 보호대상 식물로 지정돼 꽃을 꺾거나 채집하는 행위가 법으로 금지돼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와 폰 트라프 대령이 결혼식을 올리는 교회는 잘츠부르크 근처의 몬트제 성당이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결혼식을 주재한 두 신부는 진짜 신부들이었다고 한다. 이 두 신부는 교회탑 보수를 위한 기부금 모금 목적으로 팔자에 없는 엑스트라 역으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그러나 정작 영화촬영이 끝나자 20세기 폭스사는 약속한 기부금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순진한 신부들은 당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는 안타까운 후일담이 전해진다.
잘츠부르크 외곽에 있는 몬트제 성당.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와 폰 트라프 대령의 결혼식 장면을 촬영한 장소다.
저택 개조 등 관광수익 40%나 차지
또 저택에 딸린 수백 평의 정원에는 영화 관련 전시관과 기념품 가게를 만들어 입장료를 받고 일반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이 호텔에는 작은 성당이 있어 결혼식도 함께 할 수 있다고 한다. 하룻밤 숙박료는 100유로(약 16만원)다. 신혼부부를 위한 객실의 첫 손님은 예약돼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스위스 출신인 이 부부의 나이는 각각 93세, 94세라고 한다.
오스트리아 관광청의 통계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관광수익의 약 40%는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 한 편에서 비롯된 파생수익이다. 남들이 만들어준 영화의 수익을 ‘앉아서 날로 먹는 셈’치고는 상당히 짭짤하다고 할까. ‘잘 만든 영화 한 편, 열 운하 안 부럽다’는 생각이 괜스레 머리를 스쳐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