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자신의 (주)한화 지분을 세 아들에게 증여하기로 하면서 한화그룹의 ‘3세 경영 시대’가 본격화됐다. [동아DB]](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ef/32/28/67ef32280c5aa0a0a0a.png)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자신의 (주)한화 지분을 세 아들에게 증여하기로 하면서 한화그룹의 ‘3세 경영 시대’가 본격화됐다. [동아DB]
삼형제 ㈜한화 지분 42.67%로 올라서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가 4월 1일 한화그룹 논란에 대해 평가한 말이다. 최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자신의 ㈜한화 지분을 세 아들에게 증여하기로 했다. 한화에어로의 3조6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 발표와 관련해 “주주 희생을 바탕으로 경영권 승계 포석을 까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커지자, 오해를 불식하고자 승계 작업을 마무리 지었다는 게 한화그룹 측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 사이에서는 “뒤늦게 당초 의도를 무마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3월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승연 회장은 보유 중인 ㈜한화 지분 22.65% 가운데 절반(11.32%)을 세 아들에게 증여하기로 했다(인포그래픽 참조).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에게 4.86%(363만8130주),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에게 3.23%(242만5420주)씩을 넘긴다. 이로써 한화그룹은 ‘3세 경영 시대’를 열게 됐다. 증여 후 김 회장의 ㈜한화 지분율은 11.33%, 김 부회장은 9.77%, 김 사장과 김 부사장은 각각 5.37%가 된다. 여기에 현재 ㈜한화 최대주주인 한화에너지 지분을 이들 삼형제가 100% 갖고 있어, 합산하면 삼형제가 ㈜한화 지분 42.67%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시장은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승연 회장이 ‘투명한 지분 증여’로 경영권 승계 관련 불확실성을 깨끗이 해소했다고 받아들였다. 4월 1일 ㈜한화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49% 오른 4만3200원(한국거래소 종가 기준), 한화에어로 주가는 7.34% 상승한 67만3000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한화에어로 유상증자가 경영권 승계와 별개였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남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에어로는 유상증자 결정 전 1조3000억 원 현금을 투입해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 등이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을 인수했다. 시장에서는 한화그룹이 향후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합병을 통한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두고 한화에너지 몸값을 높이고자 한화에어로에 쌓여 있는 현금을 흘려보냈으며, 이 때문에 한화에어로의 투자 자금이 부족해지자 유상증자를 택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후 금감원까지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며 한화에어로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자 한화그룹이 처음 계획을 수정해 의심을 피해 가기로 가닥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증여세, 한화에너지 IPO로 조달 가능
증여 결정은 한화그룹에도 손해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번 증여로 한화 삼형제가 납부할 세금은 약 2218억 원이다. 한화그룹 측은 연부연납(최대 5년 분할 납부)과 지분 담보대출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화에너지가 예정된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때 신주 모집뿐 아니라 일부 구주 매출 방식을 채택하면 삼형제 수중에는 증여세를 상쇄하는 상당한 현금이 생긴다.또 당장은 한화그룹 측이 “㈜한화와 한화에너지를 합병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더라도 언제든 이를 뒤집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4월 2일 “과거 대기업 집단의 경영권 승계 패턴을 참고하면 이를 번복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 “오너 일가 지배력을 높이는 데 개인 회사를 합병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 카드를 쉽사리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한화에어로 유상증자의 공은 금감원으로 넘어간 상태다.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담당 부원장은 4월 1일 “한화에어로가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 중 유상증자를 선택한 이유, 증자 시점과 자금 사용 목적에 대해 검토했는지 여부, 증자 전후 한화그룹 지분 구조를 재편한 배경과 증자 연관성 등을 증권신고서에 충분히 기재해 투자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봤다”며 정정신고 요구 배경을 밝혔다. 한화에어로는 이번 유상증자가 ‘미래 성장동력 확보’ 목적임을 분명히 하려는 듯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 등 한화에어로 임원진은 90억 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추가 매입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한화에어로는 50조 원 규모 무인기 사업에 신규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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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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