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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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반도체 자체로는 반등 모색… 관세가 끼면서 혼란스러워져”

이형수 대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메모리 가격 인상으로 2분기까지는 실적 좋아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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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5-04-14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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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 [홍태식]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 [홍태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대로 상호관세가 시행되면 (반도체) 산업이 아무리 좋아져도 매크로(거시경제)에 짓눌릴 수밖에 없습니다. 반도체 자체만 놓고 보면 레거시(메모리) 쪽이 빠르게 턴어라운드하고, 인공지능(AI) 투자가 지속되는 등 분위기가 괜찮아요. 관세라는 외부 변수만 아니면 충분히 반등을 모색할 수 있는 자리인데, 관세가 끼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인 겁니다.”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는 4월 4일 향후 반도체 업황에 대해 ‘안갯속’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 회복’ 쪽으로 기존 전망을 바꾸는 등 ‘2분기 반등론’이 힘을 받고 있지만 “3분기까지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관세 부과 이전에 메모리 반도체를 구매하려던 수요가 감소할 수 있고, 관세가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반도체 총수요도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 대표는 추가 발표 예정인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는 “글로벌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테크놀로지) 모두 같은 처지라 당분간 시장에 가격을 전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챗GPT ‘지브리 스타일’ 호재 있지만

    2분기 반도체 업황 반등론에 동의하나.

    “(현물) 가격 상승이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사실 D램은 빠르면 2분기, 늦어도 3분기에 본격적으로 가격이 오를 거라는 게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예상이었다. 걱정거리는 낸드 플래시였다. 플레이어(공급업체)가 너무 많고, 수요도 올라올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말 공급업체들이 2022년에 이어 2차 감산을 한 게 효과를 내고 있다. 낸드 플래시 반등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 그래서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큰 삼성전자의 이익 추정치 등이 계속 상향되고 있다.”



    감산 외에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린 요인은.

    “공급 측면에 감산이 있다면, 수요 측면에는 중국의 ‘이구환신’(낡은 것을 새것으로 바꾼다는 의미로,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소비 촉진 및 환경보호 정책의 모토) 정책이 있다. 이번 이구환신이 과거와 다른 점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같은 디바이스를 교체할 때도 정책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자동차, 대형 가전 등만 지원 대상이었다. 그 덕분에 올해 춘절에 중국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등을 굉장히 많이 교체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쌓여 있던 악성 재고를 밀어낼 수 있었다. 재고가 줄어드니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를 안 사던 완제품 업체들이 다시 메모리 반도체를 구매하는 흐름이 나타났고 가격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제품 가격 인상으로 반도체 기업들 실적도 본격적으로 개선될까.

    “일단 어제(4월 3일) 삼성전자가 고객사들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 5% 인상을 통보했다. 앞서 마이크론이 가격을 올린 만큼 SK하이닉스도 조만간 인상에 나설 것 같다. 여기에 관세 영향이 본격화하면 그 비용 증가분이 점점 더 가격에 반영되면서 2분기까지는 실적이 좋아질 듯하다. 다만 3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냐는 누구도 확신을 못 한다. 관세를 예상해 메모리 반도체를 앞당겨 구매한 업체가 적잖고, 트레이딩 수요도 많이 붙었다. 대만 파이슨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바닥일 때 사서 올랐을 때 평가 차익을 내는 대표적인 트레이딩 업체인데, 이번에 파이슨이 재고를 모으니까 지켜보던 다른 업체들이 따라붙었다. 이런 것들이 가격을 더 빨리 반등시킨 게 사실이다.”

    챗GPT ‘지브리 스타일’ 유행도 호재 같은데.

    “지브리 스타일이 유행해 오픈AI에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10만 장이 더 필요해졌다고 한다. 별것 아닌 서비스라 생각할 수 있지만, 붐을 일으키면 예상치 못한 킬러 애플리케이션(앱)이 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카카오톡도 처음 등장했을 때 세상에 없던 게 나온 건 아니지 않나. 원래 하던 문자메시지가 무료 채팅으로 바뀌고, 거기에 이모티콘 등이 더해졌을 뿐이다. 초기에는 이모티콘을 뭐 하러 돈 주고 사느냐고들 했지만 지금은 그게 조 단위 산업이 됐다. 똑같다. 지브리 같은 트렌드가 AI 인프라 투자 수요를 지속하게 하고, 그러면 반도체에도 긍정적이다.”

    HBM보다 소비재 메모리 타격 더 클 것

    그럼에도 상호관세는 모든 것을 상쇄할 악재인가.

    “반도체는 모든 디바이스의 기초 원자재다. 현실화되면 총수요가 감소하는 건 불가피할 것 같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무역 장벽 확대를 이유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 내렸다. 대미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은 전체 수출량의 10%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것들이 경기를 둔화할 수 있고, 그러면 당연히 반도체 수요도 줄어든다. B2B(기업 간 거래)인 AI 쪽은 기업들이 바로 구매를 줄이지 않기 때문에 영향이 좀 덜하겠지만 소비재는 아니다. 애플을 예로 들면 당장 20~25% 가격을 올려야 매출 총이익률을 방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소비자들이 100만 원 주고 사던 스마트폰을 120만~130만 원 주고 선뜻 살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좀 더 쓰자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다시 (메모리 반도체) 재고를 늘릴 수 있다.”

    미·중 갈등이 심상찮은데 고대역폭메모리(HBM)도 타격을 받지 않을까.

    “엔비디아의 중국향 연간 판매액이 170억 달러(약 25조 원) 정도다. 적지 않은 규모다. 만약 중국에 엔비디아 칩을 못 판다고 하면 HBM 수요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 그런데 딥시크 이후로 중국 기업들의 AI 모델 개발에 굉장히 탄력이 붙은 상태다. 개인적으로는 밀수를 해서라도 엔비디아 칩을 살 거라고 본다. 엔비디아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장에 심리적 우려는 있을지 몰라도 실제 SK하이닉스 등 기업 펀더멘털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

    추후 반도체 관세 부과에 따른 충격은 어느 정도일까.

    “일단 주가는 하락할 것이다. 다행인 건 메모리 반도체는 공급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으로 제한적이라서 이들이 다 같이 가격을 올리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관세 영향으로 수출에 타격이 있다고 하면 마이크론이 수요를 대체해야 하는데, 사실 마이크론 공장도 주로 대만, 일본,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에 있다. 다 같은 입장인 셈이다.”

    빅테크 타격을 우려해 반도체는 쉽게 건드리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그렇게 디테일하게 생각해서 관세를 매기는 것 같지 않다는 게 문제다(웃음). 시장에서 겁을 내는 것도 트럼프가 수학적으로 어떤 모델을 돌려서 정교하게 계산하는 게 아니라, 아무 근거 없이 무작위로 관세를 매기기 때문 아닌가. 그동안은 어떤 통제 하에서 저런 행동을 하는 것 같았는데, 이번 관세 발표로 그 근거나 체계가 굉장히 허술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게 경기침체나 스태그플레이션을 건드릴 수 있다는 사실을 과연 알고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반도체 보조금 백지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반도체 보조금을 줄인다는 얘기가 슬슬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 기업들도 일부는 못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즘 분위기를 보면 아예 못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럼 어떡해야 하느냐고 하면, 협상으로 보조금 대신 세제 혜택이라든지 다른 걸 받아내야 한다. 다만 기업이 트럼프를 상대로 ‘왜 보조금을 안 주냐’고 하기는 어렵다. 국가 간 외교로 풀 일이다.”

    관세 해결되면 주가 업사이드 15~20%

    반도체와 관련해 남은 호재와 악재는 무엇인가.

    “호재도, 악재도 관세다. 트럼프가 늘 그래 왔듯이 처음에는 충격과 공포를 주고 그다음에 협상으로 관세를 깎아주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설마 저걸 저대로 하려고 발표했겠느냐는 것이다. 국가 간 협상이 진척을 보이면 시장은 급반등, 급반전할 것이다. 반대로 미국에 보복관세로 정면 대결하려는 나라가 많아지면 전 세계 교역 규모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그러면 정말 일이 커진다.”

    지적한 대외 여건들을 고려한 2분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 수준은.

    “2분기 중 관세 리스크가 충분히 해결된다고 가정하면 15~20% 정도 업사이드가 남아 있다고 본다. 앞서 설명한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이 지속되려면 수요가 더 나와야 하는데, 그 수요는 결국 경기에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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