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에 가면 많은 경마팬들이 한두 장씩 경마 예상지를 손에 들고 있다. 그러고는 볼펜을 꺼내 열심히 빨간 줄을 긋는다. 예상지에는 출주마들의 과거 전적뿐 아니라 예상 전적까지 상세히 기록돼 있다. 예상지를 구매한 사람들은 그것을 보며 우승 가능한 말에 대한 정보를 얻는 셈이다.
그런데 필자에겐 그러한 장면이 영 어색하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인데, 바로 예상지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의구심이다. 그들은 왜 예상지를 만들어서 팔까? 그들이 우승 예상마를 일반인보다 잘 알 수 있거나 그 정도의 고급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스스로 경마에 참여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텐데 왜 그런 소중한 정보를 싼값에 넘기는 걸까?
이유는 두 가지밖에 없다. 다른 사람보다 승률을 잘 맞히더라도 경마는 돈을 벌 수 없는 구조이거나 그 정보가 일반적인 확률을 넘어설 만큼의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는 모든 도박이나 투기, 투자에 골고루 적용된다.
주식시장에는 전문가의 숫자가 투자자 수만큼이나 많다. 증권방송은 공식적인 케이블채널만 두 개가 있고, 넓은 의미에서 재테크 정보 혹은 그와 관련한 경제정보를 표방하는 채널 하나가 더 준비 중이다. 일반 뉴스채널이나 기타 채널에서도 재테크 프로그램은 빠지지 않는다. 이 점은 공중파도 예외가 아니다.
어리석은 대중 알기 전 투자자들이 선점
인터넷에는 이보다 훨씬 광범위한 시장이 있다. 증권·부동산·재테크를 다루는 자문회사들의 홈페이지가 있고 전문 인터넷포털도 있으며, 심지어 다음이나 네이버, 야후에도 재테크 전문코너와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채널들이 열려 있다. 이뿐인가. 각 언론사 홈페이지도 마찬가지다. 공식적인 기사는 제쳐두고라도 홈페이지 하단이나 구석에는 어김없이 증권전문가들의 증권방송이나 상담안내 코너가 있으며, 실시간 상담해주는 경우도 있다. 이들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보통 회당 몇천원씩의 수수료를 부담하거나 월간 수십만원의 회비를 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경마장의 예상지와 비교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왜 많은 재테크 전문가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고급정보를 공유하지 못해 안달하는 걸까. 이쯤 되면 궁금해야 정상이다. 자신의 정보와 판단으로 스스로 투자를 하면 큰돈을 단시간에 벌 수 있을 텐데 그보다 정보 제공에 목매는 것으로 보아, 십중팔구 투자보다 정보를 파는 게 이문이 많이 남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들은 나눔을 실천하는 이 사회의 빛과 소금이다.
사실 이런 구조는 먹이사슬과 같다. 이치상 투자시장에서 좋은 정보는 공유할 수 없다. 정보나 판단은 그것이 옳으면 옳을수록, 가치가 있으면 있을수록 공유가 아닌 독점을 해야 정보로서의 가치가 있다. 즉 ‘어리석은 대중이 알기 전에 현명한 투자자들이 선점하는 것’이 투자의 본질이다.
그래서 투자시장에서 전문가의 정보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의 상황을 시장언어로 가공해서 들려주는 것이 전문가 혹은 기관의 역할이지, 어떤 독점적 가치를 지닌 정보는 절대 공유되지 않는다. 만일 공개된다면 그것은 이미 정보로서 또는 판단으로서의 가치를 잃었다고 보는 게 옳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일반인들은 전문가에게서 듣는 정보를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것에 권위를 부여한다. 그렇게 부여된 권위는 대가로 바뀐다. 부여된 권위가 클수록, 믿는 사람이 많을수록 정보의 가치가 아니라 해당 정보제공자의 가치가 커지는 것이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투자자들은 나치 신문에서 뉴스를 읽듯 오늘의 시장 모습을 담담하게 전달하는 소식에는 관심을 갖되, 돈을 벌게 해주거나 대박을 터뜨리게 해주겠다는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 좋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이나 증권방송의 속성을 이해하기 때문에 그것에 특별한 권위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더욱이 특정 정보제공자를 애써 찾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정보에 대한 변별력이 있다. 예를 들어 증권투자 경험이 있는 투자자들은 증권방송에서 하는 이야기를 참고만 할 뿐 절대 의존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중파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공중파는 문자 그대로 무방비로 노출되는 매체다. 공중파에서 다뤄지는 재테크 정보들은 노출 대상이 거의 무작위적이며, ‘공중파에 소개된’ 정보가 주는 신뢰도 또한 일반 채널과는 괘를 달리한다. 예컨대 MBC TV의 복합예능 프로그램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 정도 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자는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재테크에 관심이 있든 없든 프로그램이 전하는 재테크 정보를 무방비로 접하게 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정보의 유용성, 신뢰성을 감별할 능력이 없거나 그럴 필요가 없는 경우다. 즉 무의식중에 재테크 정보를 접한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얼마 전 폐지된 ‘경제야 놀자’에서는 “지난 1년간 최고수익률을 올린 땡땡땡(OOO)이 무엇일까요?” 하는 식으로 재테크 정보를 다뤘다. 이 정보를 우연히 접한 시청자의 반응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일단 호기심이 생길 것이고, 만약 돈이 있다면 알려준 대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재테크 정답 없는 만큼 조심스럽게 다뤄야
세상의 어떤 황금시기에도 시장에서 가장 우수한 투자수단으로 꼽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런데 방송은 매주 새로운 ‘땡땡땡’의 신화를 들고 나온다. ‘경제야 놀자’에서 제시한 ‘땡땡땡’을 모아보면 결국 일반 시중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고루 소개한 것이지만 늘 그 순간에는 최고의 ‘땡땡땡’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오락 프로그램의 성격상 “이런 ‘땡땡땡’은 안 좋아요”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특정 금융기관의 FP(금융자산관리사)는 수조원의 자산을 굴리는 최고 전문가로, 그가 소개한 ‘땡땡땡’들은 놀라운 수익을 안겨주는 황금알로 둔갑한다. 애꿎은 시청자는 그것만 믿고 애지중지 모은 적금을 털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경제야 놀자’ 후속격으로 등장한 ‘고수가 왔다!’에서는 난데없이 아파트 투기를 조장하는 재테크 전문가가 등장했다. 이런 현상이 비단 ‘일밤’만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주부 대상 아침방송에서는 땅투기로 수백억원을 모았다는 청년, 심지어 미국까지 진출한 부동산의 큰손이라는 가수가 등장해 보통사람들의 안정된 맥박을 임계점까지 올려놓는다. 그 방송을 본 사람들이 정말 돈을 벌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닐 때 방송이나 매체의 공공성은 어디서 찾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어떤 재테크 정보에도 정답은 없다. 그 비슷한 답을 알고 있는 사람도 없다. 따라서 신뢰성 있는 매체라면 재테크 정보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고, 합당한 근거로 여과한 뒤 소개해야 한다.
보통사람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을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하는 것이 자산투자다. 이런 귀한 자산을 경제전문가가 아닌 오락프로그램 제작자들이 임의로 출연자나 주제, 형식을 선정하고 거기에 웃음과 박수까지 담아 대박의 환상을 심어주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더불어 오락프로그램 형태의 재테크 정보는 약보다 독이 되기 쉽다는 사실을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필자에겐 그러한 장면이 영 어색하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인데, 바로 예상지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의구심이다. 그들은 왜 예상지를 만들어서 팔까? 그들이 우승 예상마를 일반인보다 잘 알 수 있거나 그 정도의 고급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스스로 경마에 참여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텐데 왜 그런 소중한 정보를 싼값에 넘기는 걸까?
이유는 두 가지밖에 없다. 다른 사람보다 승률을 잘 맞히더라도 경마는 돈을 벌 수 없는 구조이거나 그 정보가 일반적인 확률을 넘어설 만큼의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는 모든 도박이나 투기, 투자에 골고루 적용된다.
주식시장에는 전문가의 숫자가 투자자 수만큼이나 많다. 증권방송은 공식적인 케이블채널만 두 개가 있고, 넓은 의미에서 재테크 정보 혹은 그와 관련한 경제정보를 표방하는 채널 하나가 더 준비 중이다. 일반 뉴스채널이나 기타 채널에서도 재테크 프로그램은 빠지지 않는다. 이 점은 공중파도 예외가 아니다.
어리석은 대중 알기 전 투자자들이 선점
인터넷에는 이보다 훨씬 광범위한 시장이 있다. 증권·부동산·재테크를 다루는 자문회사들의 홈페이지가 있고 전문 인터넷포털도 있으며, 심지어 다음이나 네이버, 야후에도 재테크 전문코너와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채널들이 열려 있다. 이뿐인가. 각 언론사 홈페이지도 마찬가지다. 공식적인 기사는 제쳐두고라도 홈페이지 하단이나 구석에는 어김없이 증권전문가들의 증권방송이나 상담안내 코너가 있으며, 실시간 상담해주는 경우도 있다. 이들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보통 회당 몇천원씩의 수수료를 부담하거나 월간 수십만원의 회비를 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경마장의 예상지와 비교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왜 많은 재테크 전문가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고급정보를 공유하지 못해 안달하는 걸까. 이쯤 되면 궁금해야 정상이다. 자신의 정보와 판단으로 스스로 투자를 하면 큰돈을 단시간에 벌 수 있을 텐데 그보다 정보 제공에 목매는 것으로 보아, 십중팔구 투자보다 정보를 파는 게 이문이 많이 남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들은 나눔을 실천하는 이 사회의 빛과 소금이다.
사실 이런 구조는 먹이사슬과 같다. 이치상 투자시장에서 좋은 정보는 공유할 수 없다. 정보나 판단은 그것이 옳으면 옳을수록, 가치가 있으면 있을수록 공유가 아닌 독점을 해야 정보로서의 가치가 있다. 즉 ‘어리석은 대중이 알기 전에 현명한 투자자들이 선점하는 것’이 투자의 본질이다.
그래서 투자시장에서 전문가의 정보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의 상황을 시장언어로 가공해서 들려주는 것이 전문가 혹은 기관의 역할이지, 어떤 독점적 가치를 지닌 정보는 절대 공유되지 않는다. 만일 공개된다면 그것은 이미 정보로서 또는 판단으로서의 가치를 잃었다고 보는 게 옳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일반인들은 전문가에게서 듣는 정보를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것에 권위를 부여한다. 그렇게 부여된 권위는 대가로 바뀐다. 부여된 권위가 클수록, 믿는 사람이 많을수록 정보의 가치가 아니라 해당 정보제공자의 가치가 커지는 것이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투자자들은 나치 신문에서 뉴스를 읽듯 오늘의 시장 모습을 담담하게 전달하는 소식에는 관심을 갖되, 돈을 벌게 해주거나 대박을 터뜨리게 해주겠다는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 좋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이나 증권방송의 속성을 이해하기 때문에 그것에 특별한 권위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더욱이 특정 정보제공자를 애써 찾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정보에 대한 변별력이 있다. 예를 들어 증권투자 경험이 있는 투자자들은 증권방송에서 하는 이야기를 참고만 할 뿐 절대 의존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중파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공중파는 문자 그대로 무방비로 노출되는 매체다. 공중파에서 다뤄지는 재테크 정보들은 노출 대상이 거의 무작위적이며, ‘공중파에 소개된’ 정보가 주는 신뢰도 또한 일반 채널과는 괘를 달리한다. 예컨대 MBC TV의 복합예능 프로그램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 정도 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자는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재테크에 관심이 있든 없든 프로그램이 전하는 재테크 정보를 무방비로 접하게 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정보의 유용성, 신뢰성을 감별할 능력이 없거나 그럴 필요가 없는 경우다. 즉 무의식중에 재테크 정보를 접한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얼마 전 폐지된 ‘경제야 놀자’에서는 “지난 1년간 최고수익률을 올린 땡땡땡(OOO)이 무엇일까요?” 하는 식으로 재테크 정보를 다뤘다. 이 정보를 우연히 접한 시청자의 반응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일단 호기심이 생길 것이고, 만약 돈이 있다면 알려준 대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재테크 정답 없는 만큼 조심스럽게 다뤄야
세상의 어떤 황금시기에도 시장에서 가장 우수한 투자수단으로 꼽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런데 방송은 매주 새로운 ‘땡땡땡’의 신화를 들고 나온다. ‘경제야 놀자’에서 제시한 ‘땡땡땡’을 모아보면 결국 일반 시중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고루 소개한 것이지만 늘 그 순간에는 최고의 ‘땡땡땡’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오락 프로그램의 성격상 “이런 ‘땡땡땡’은 안 좋아요”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특정 금융기관의 FP(금융자산관리사)는 수조원의 자산을 굴리는 최고 전문가로, 그가 소개한 ‘땡땡땡’들은 놀라운 수익을 안겨주는 황금알로 둔갑한다. 애꿎은 시청자는 그것만 믿고 애지중지 모은 적금을 털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경제야 놀자’ 후속격으로 등장한 ‘고수가 왔다!’에서는 난데없이 아파트 투기를 조장하는 재테크 전문가가 등장했다. 이런 현상이 비단 ‘일밤’만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주부 대상 아침방송에서는 땅투기로 수백억원을 모았다는 청년, 심지어 미국까지 진출한 부동산의 큰손이라는 가수가 등장해 보통사람들의 안정된 맥박을 임계점까지 올려놓는다. 그 방송을 본 사람들이 정말 돈을 벌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닐 때 방송이나 매체의 공공성은 어디서 찾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어떤 재테크 정보에도 정답은 없다. 그 비슷한 답을 알고 있는 사람도 없다. 따라서 신뢰성 있는 매체라면 재테크 정보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고, 합당한 근거로 여과한 뒤 소개해야 한다.
보통사람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을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하는 것이 자산투자다. 이런 귀한 자산을 경제전문가가 아닌 오락프로그램 제작자들이 임의로 출연자나 주제, 형식을 선정하고 거기에 웃음과 박수까지 담아 대박의 환상을 심어주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더불어 오락프로그램 형태의 재테크 정보는 약보다 독이 되기 쉽다는 사실을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