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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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전사’와 부모들 도전과 성취

  • 류진한 한컴 제작국장·광고칼럼니스트

    입력2007-01-17 1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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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마 전사’와 부모들 도전과 성취
    이번 호에서는 필자가 올 겨울 텔레비전 시엠(CM) 제작 과정에서 만난 유럽의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기르는 부모들의 모습에서 느낀 ‘깊은 인상’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광고는 1월 3일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한화 트라이서클(Hanwha TRIcircle)’의 두 가지 런칭 광고 중 하나인 ‘자연편’이다.

    한화 트라이서클 ‘자연편’은 지난해 11월29일부터 12월2일까지 뉴질랜드 퀸스타운 근교에서 촬영했다. 전날까지 섭씨 40도에 가까웠던 날씨가 도착한 날부터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만 하루가 지나서야 해가 보였다. 그러나 기온이 뚝 떨어져 야외작업을 하는 스태프들이 무척 애를 먹었다. 그날의 마지막 촬영은 석양을 배경으로 네댓 명의 아이들을 한꺼번에 호수에 빠뜨리는 것이었는데, 이 컷은 PPM(Pre-Production Meeting)부터 예상 베스트 신 ‘0순위’에 오를 정도로 기대가 컸다.

    촬영감독은 호수 가장자리에 낚싯대를 펼쳐놓듯 카메라를 설치했고, 모델인 아이들은 하나 둘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있을 ‘어마어마한’ 임무도 모른 채.

    만족할 만한 영상을 얻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호수에 몸을 던져 사실감을 살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스태프들은 화덕에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들의 투혼에 모든 것을 맡긴 채 촬영을 시작했다.

    천진난만하게 물속에 몸을 던진 아이들은 예상대로 괴성을 지르며 순식간에 보드워크로 기어 올라와 활활 피워놓은 화덕 주위에서 오들오들 떨었다. 젖은 셔츠를 호숫가에 벗어던진 채. 그렇게 10여 차례 물속에 뛰어들고 나니 아이들의 입술은 푸르다 못해 하얗게 질렸고, 감독은 부모들 눈을 차마 보지 못했다. 이 정도면 국내 프로 모델의 부모도 엄청난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들의 부모는 타월을 들고 달려들어 추위에 덜덜 떠는 아이들의 몸과 머리를 닦아주기에 여념이 없을 뿐, 누구도 촬영진에게 눈치를 주거나 얼마나 더 빠뜨려야 하는지 등 스태프들이 난처해할 질문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 역시 친구와 추위를 즐기면서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 자신들이 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먼 타국의 광고를 위해 기꺼이 몸을 던져준 ‘꼬마전사’들과 그 부모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독자들께서는 그 ‘명장면’을 꼭 한 번 확인해보시길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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