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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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리는 골프광, 사고 차에서 나오며 ‘빈 스윙’

  • 입력2007-01-17 1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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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 말리는 골프광, 사고 차에서 나오며 ‘빈 스윙’
    저승길로 가는 마누라의 장의차 위에 골프클럽이 실렸다.

    “생전에 부인께서 골프를 좋아하셨나 보죠?”

    “아니요, 지독히 싫어했습니다.”

    문상객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럼 장의차 위의 클럽은…?” 하고 묻자 남편은 근엄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저것은 제 클럽입니다. 장례식 마치고 곧바로 골프코스로 가야 합니다.”

    이런 골프광(狂)에 대한 조크는 부지기수다. 골프에 미친 사람들의 얘기는 언제나 우리를 즐겁게 한다. 영국과 미국에서 흘러 들어온 이런 조크는 모두가 픽션이다. 내 주위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골프광들의 얘기도 픽션 못지않게 극적이다. 김해년이라는 고향친구 부인이 들려준 얘기다.



    그날 밤따라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옆에서 잠을 자던 남편이 없어졌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짚이는 데가 있었다. 저녁을 먹고 들어온 남편은 한숨을 푹푹 쉬며 줄담배만 피워댔다. 넥타이를 풀다가도 동작을 멈춘 채 골똘히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어서도 한숨만 쉬며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면 신경질만 냈던 것이다.

    친구 부인은 덜컥 겁이 났다. 낮에 거래처와 다퉈 이 밤중에 새삼스레 멱살잡이라도 하러 간 건가? 별별 생각을 다하며 불을 켰더니 남편이 깔고 자던 요도 함께 없어졌다. 서재 문을 연 부인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이랬다. 남편은 의자를 벽에 붙인 뒤 요를 그 위에 걸쳐놓고 바닥엔 고스톱 칠 때 쓰던 군용 담요를 깔고 피치샷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팬티만 입은 채. 남편은 부인을 힐끔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 오늘 그린에지에서 세 번이나 뒤땅 찍어서 얼마 깨졌는지 알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김희선 프로의 경험담. 김 프로의 팬인 골프광이 김 프로를 자신의 집에 초대했다. 김 프로는 그의 아파트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벌린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별천지에 온 것이다.

    으리으리한 거실 고급 마루판에도 ‘홀’ 뚫어

    드넓고 으리으리한 집 안엔 어느 한구석 흐트러진 곳 없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가 거실에 시원하게 펼쳐진 벨기에산 카펫 한복판을 두 손가락으로 집어올리자 지름 108mm의 동그란 카펫조각이 올라왔다. 정말 놀라 자빠질 일은 그 좋은 마루판에 구멍을 뚫어 그린의 홀 깊이와 똑같이 만들어놓은 것이었다.

    내 친구 안영규는 구로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다. 닥터 안은 이웃의 선배의사 차덕원 박사를 아주 존경한다. 6·25전쟁 때 혈혈단신 월남해 갖은 고생 끝에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로서도 성공했지만, 아들 셋도 전부 의사로 키워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식농사 잘 지었다는 소리를 듣는다. 지금은 현역에서 은퇴해 부인과 함께 취미생활을 하면서 여유 있게 살고 있다.

    닥터 안이 그 선배를 존경하는 이유는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과 인품 외에 또 하나가 있다.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골프가 싱글이라는 것과 골프에 대한 열정이 매우 뜨겁다는 것이다.

    어느 늦가을 그 지역 의사회 회원들과 프라자CC에서 라운드를 마치고 떠들썩하게 저녁을 한 뒤 각각 차를 몰고 서울로 올라올 때였다. 차 박사 차가 길을 벗어나 질척거리는 논으로 굴렀다. 뒤따라오던 의사들의 차들이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너무나 놀라 “어~ 어~” 하고 있는데 논에서 두 번이나 굴러 뒤집어진 차에서 차 박사가 기어나왔다. 그러더니 비틀거리며 서서 두 팔을 오른쪽으로, 왼쪽 어깨를 턱밑까지 넣어서 왼쪽으로 두 번 휘둘러 빈 스윙을 해보이더니 그대로 쓰러져 기절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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