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기본, 균형 잡힌 인재 기를 터”](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7/01/15/200701150500040_1.jpg)
김포외국어고등학교(이하 김포외고)는 경기도 김포시에서 48번 국도를 타고 강화 쪽으로 거의 다 간 곳에 위치해 있다. 1월10일 이 학교 교장실에서 만난 조한승 교장(68·사진)은 첫 대면부터 학교 자랑 얘기를 길게 시작했다.
“지난해에 개교해 얼마 전 2학년을 뽑았습니다. 한 학년 280명으로, 졸업 때까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도록 돼 있습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중학교 시절 전교 수위권을 달리던 우수한 재원들입니다. 이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쳐 ‘기본이 바로 선 능력 있는 지도자’로 길러내는 것이 우리의 교육목표입니다. 일차 결과는 첫 입학생이 대학 입시를 치르는 내년 이맘때쯤 드러나겠지만, 깜짝 놀랄 성과가 나오리라 확신합니다.”
- 김포외고가 설립 초기부터 안팎의 주목을 받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첫째는 앞서 말한 것처럼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서울 근교의 학교라는 점이고, 두 번째는 우수한 교사진입니다. 현재 교사 16명 중 13명이 서울대 출신인 데다 한결같이 쟁쟁한 실력을 갖춘 분들입니다. 이런 교사들이 학생과 숙식을 함께 하면서 밤낮없이 지도하고 있으니, 좋은 성과가 안 나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할 것입니다.”
조 교장은 학기 중엔 자신을 포함해 상당수 교사가 학교에서 학생들과 숙식을 함께 한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낮 수업시간은 물론이고 밤에 진행되는 특강 및 자율학습 시간에도 항시 대기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질문에 응할 준비가 늘 돼 있다고. 학생들이 2주일에 한 번씩 주말에 집에 다녀올 때가 선생님들도 집에 다녀오는 때라고 한다. “그럼 집안 건사는 어떻게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배석한 이종덕 교감은 “요즘엔 기러기 아빠들도 많은데요, 뭘…”이라며 웃었다.
개교 2년째 올 입학 경쟁률 6.2대 1
김포외고는 경기도 포천 출신 사업가 전병두 씨가 2002년부터 설립을 추진해 세운 학교다. 당시 김포시에 사업체를 운영하던 전씨는 시에서 특수목적고(이하 특목고)를 유치한다고 발표하자 자신이 해보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설립 과정에서 학교부지 매입 등 곳곳에서 난관에 부딪히는 바람에 이 지역의 교육계 원로이자 김포시 문화원장인 조 교장을 학교설립추진위원장으로 영입한 것. 집안이 650년간 대대로 이 지역에 뿌리를 내려 살아왔다는 조 교장은 1965년 교육계에 투신해 40여 년을 지역에서 봉사하면서 경기도 교육위원까지 지낸 원로다.
“재단이사장인 전병두 씨는 청계천 점포에서부터 어렵게 시작해 큰 재산을 모은 분입니다. 이분이 재산을 좋은 일에 쓸 궁리를 하다가 김포시에 특목고를 세울 결심을 한 것입니다. 김포시로서는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우리 지역에 장차 나라를 이끌어갈 엘리트의 산실을 만드는 일인데…. 당연히 제가 발벗고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습니다.”
![“공부는 기본, 균형 잡힌 인재 기를 터”](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7/01/15/200701150500040_2.jpg)
김포외고 전경.
“전임 손학규 경기지사 시절에 40억원을 지원받기로 했으며, 그중 20억원을 받아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지방선거 때 공직자들이 싹 바뀌었잖아요. 그래서 다시 신임 김문수 지사를 찾아가 지원을 요청해 최근에야 성사됐습니다. 여기에 더해 김포시에서도 10억원을 내기로 해서 기숙사 문제와 대강당 겸 체육관 건물도 지을 수 있게 됐습니다.”
- 개인이 좋은 일 하겠다고 학교를 세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네요.
“그럼요. 그거 보통 일 아닙니다. 제가 워낙 오래 있다 보니 경기도 교육계에 아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도 한 단계씩 넘어가는 일이 어찌나 힘들던지….”
- 다른 특목고와 비교해 김포외고가 내세울 만한 게 있다면….
“개교한 지 1년밖에 안 된 까닭에 교과목 면에선 아직까지 새로운 시도를 해보지 못했습니다. 학교 감사도 받아야 하니까…. 수학 등 이과 과목에 재능 있는 학생이 한 60명 되는데, 올해부턴 이들을 위해 수학특강 등을 할 계획입니다. 학교가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은 예체능 활동입니다. 수요일과 토요일에 승마부를 비롯해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균형 잡힌 인재를 만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 이 학교에 전교조 선생님은 없죠.(웃음)
“아이고, 전교조가 들어오면 학교가 끝장납니다. 예를 들어 선생님들이 정시에 출퇴근하겠다고 해보세요. 그럼 제대로 된 학생 지도는 물 건너가고 맙니다. 실제로 경기도의 한 특목고가 전교조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교사 선발 때 제대로 잘 뽑아야지….”
- 김포외고 같은 특목고가 더 많아져야 할까요.
“과거엔 서울, 경기, 경복, 중앙 등 이른바 10대 공사립 명문교와 지역별 명문 학교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학교를 나온 사람들이 사법고시와 행정고시에 붙고, 기업의 중역도 됐습니다. 이들이 있었기에 그동안 몇 차례 위기에도 나라가 지탱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명문교의 기능을 지금은 특목고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보도에도 요즘 임용되는 판·검사의 상당수가 외국어고 출신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다시 말하지만, 특목고가 우리 김포에 들어온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릅니다.”
조 교장은 김포외고의 첫 입학생이 졸업하는 모습까지는 지켜보고 싶지만, 건강 등 여건이 허락해줄지 모르겠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의 거취가 어떻게 되든, 김포외고 졸업생들에게 한 가지 기억만큼은 오래 남을 게 분명해 보였다. 일요일 오후 집에서 학교로 돌아온 스쿨버스에서 내리는 학생들의 등을 일일이 두들겨주던 교장 선생님, 새벽 6시30분 기상 후 교내를 거닐면서 이것저것 챙기던 작업복 차림의 친할아버지 같은 교장 선생님에 대한 기억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