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날07:00 서울 출발 → 10:00 동해고속도로 동해나들목(동서울톨게이트에서 242km) 통과 → 10:20~12:00 무릉계곡 매표소(033-534-7306)~옥류교~용추폭포 코스 산행(총 3.1km) → 12:00~14:00 용추폭포~하늘문~관음사~무릉계곡 매표소 코스 산행(총 4.3km) → 14:00~15:00 점심식사(대나무통밥정식 추천) 후 천곡동으로 이동 → 15:20~16:30 천곡동굴(관리소 033-532-7303) 관람 → 16:40~19:00 망상해수욕장~어달동~묵호항 해안도로 드라이브 및 묵호항 구경 → 19:00~20:00 묵호항에서 저녁식사(싸고 싱싱한 오징어회 추천) 후 숙소로 이동
둘째 날 04:50 기상 → 05:10~06:30 추암해변에서 해돋이 감상 및 해안 산책 → 06:30~07:20 추암해변의 횟집에서 아침식사(전복죽이나 생선찌개 추천. 미리 주문해놓을 것) → 07:30~08:10 세면 및 짐 정리 → 08:30~09:30 삼척 증산해수욕장~삼척해수욕장~삼척항 간의 새천년도로 드라이브 → 09:30~09:50 육향산 정상의 척주동해비 답사 후 죽서루로 이동 → 10:00~12:00 죽서루(관리소 033-570-3670)와 동굴엑스포타운(관리소 033-574-6828) 관람 후 오십천 천변도로의 쉼터에서 남산인공폭포를 감상하며 휴식 → 12:00~12:40 점심식사(막국수와 수육 추천) → 13:00~13:40 ‘제왕운기’의 산실 천은사(033-572-0221) 방문 → 14:00~16:00 미로면 활기리의 준경묘 금강송숲 둘러보기 → 17:00 동해고속도로 동해나들목 진입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여행지나 여행 추억 하나쯤은 가슴에 간직한 채 살아간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 유독 애틋하게 그리워지는 추억도 있을 테고, 마른장마 속의 후텁지근한 날씨를 일거에 날려줄 여행지를 알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에게는 강원도 동해시의 무릉계곡이 바로 그런 여행지다. 연일 찜통더위가 계속되거나 잠시 번잡한 세상사를 잊고 싶을 때, 또 바쁜 도시생활에 숨이 턱 막힐 즈음이면 그곳에 대한 동경의 념(念)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럴 때는 도리가 없다. 당장 짐을 꾸려서 무릉계곡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무릉계곡은 백두대간의 준봉들인 두타산(1353m)과 청옥산(1404m) 자락의 심산유곡이다. 일단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다. ‘무릉’은 낙원을 뜻하고, ‘두타’는 ‘속세의 번뇌에서 벗어나 맑고 깨끗하게 불도(佛道)를 닦는 산’이다. 한마디로 신선들의 땅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명경지수가 굽이쳐 흐르고,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이 즐비하며, 소나무와 참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찬 무릉계곡은 누가 봐도 선경(仙境)이다. 일찍이 조선의 명필 양사언도 이곳에 들렀다가 “유불선(儒佛仙) 삼합(三合)의 이상향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감탄했다.
무릉계곡의 절경은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시작된다. 너비가 무려 2000평쯤 되는 무릉반석이 계곡 초입의 물길을 죄다 뒤덮었다. 크고 작은 와폭과 소를 이루며 흘러내리는 계류가 마치 은쟁반에 구르는 옥구슬처럼 청아하다. 탁족(濯足)을 즐기기에 딱 좋은 무릉반석의 곳곳에는 한때 신선놀음에 빠졌던 옛 시인 묵객들의 이름이 또렷이 각인돼 있다.
무릉반석과 삼화사를 둘러본 뒤 숲길에 접어들면 계곡의 풍취는 점입가경이다. 병풍 속의 진경산수 같은 풍경이 줄을 잇는다. 발길 닿는 곳마다 펼쳐지는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의 비경 앞에 사람들은 한결같이 감탄사만 연발한다. 깎아지른 바위벼랑을 타고 가느다란 폭포수가 미끄러지듯 흘러내리는 학소대를 구경하고, 천상의 선녀가 내려와서 교교한 달빛 아래 목욕했다는 선녀탕도 구경할 수 있다. 무릉계곡의 아름다움은 상류로 올라갈수록 고조되다가 마침내 남성미 넘치는 쌍폭과 단아한 미인형의 용추폭포에서 최고조에 달한다.
매표소에서 계곡 길을 따라 용추폭포까지 오르는 데는 쉬엄쉬엄 걸어도 1시간 30분 안팎이면 충분하다. 골짜기가 깊은데도 등산로의 경사는 완만해서 대여섯 살 먹은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오르내릴 수 있다. 하지만 무릉계곡의 또 다른 탐방 코스인 하늘문 길은 어린이나 노약자, 고소공포증이 심한 사람은 아예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게 좋다. 무려 280계단이 70도 이상의 급경사를 이루는 하늘문의 철제계단은 사다리에 가깝기 때문이다. 담대한 장정들도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이다. 하지만 천연 전망대인 하늘문 정상과 신선바위에 올라서면 무릉계곡과 두타산 일대의 풍광이 조감도처럼 펼쳐진다. 계곡 길에서는 맛보지 못한 웅장함과 장쾌함에 심신이 날아갈 듯 가뿐해진다.
도심 속 천곡동굴·추암해변 일출 잊지 못할 추억
신선의 땅 무릉계곡을 빠져나와 인간의 삶터인 도시에 들어서면, 금세 후끈한 열기가 온몸으로 감지된다. 그러나 국내 유일의 ‘도심 속 천연동굴’이라는 천곡동굴에서는 도시의 열기나 분주함을 전혀 느낄 수 없다. 동굴 내부의 온도가 사시사철 14~15℃를 유지하기 때문에 피서지로도 안성맞춤이다. 1991년 시가지 기반공사 중에 우연히 발견된 천곡동굴의 전체 길이는 1400m이지만, 그 절반인 700m 구간만 관광동굴로 개발됐다. 내부에는 국내 최장의 천정 용식구도 있고, ‘베이컨시트’라고도 불리는 커튼형 종유석, 독특한 형상의 방패종유석과 석주, 벽면을 타고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종유폭포 등 20여 종의 진귀한 생성물들이 눈길을 붙잡는다.
동해시의 맨 남쪽에 위치한 추암해변은 동해안 제일의 해돋이 명소다. 이 바닷가에는 촛대 형상의 추암(錐岩)이 우뚝하고, 수많은 바위들이 뾰족뾰족 솟아오른 바닷가 한쪽에는 해암정이라는 옛 정자가 남아 있다. 거기에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기암괴석과 고운 모래가 깔린 백사장, 몇 길의 물속까지도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투명한 비췻빛 바다가 그림처럼 아름답다.
직업 여행작가의 길에 들어선 지 15년째인 필자에게 누군가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고장이 어디냐?”고 물을 때면 주저 없이 “삼척”이라고 대답한다. 사실 ‘산다운 산, 바다다운 바다’를 품은 삼척 땅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2박3일의 일정도 부족할 지경이다. 그러니 동해시와 연계하는 1박2일의 여정에서는 새천년도로, 죽서루, 오십천변의 엑스포타운 정도만 둘러볼 수 있겠다. 만일 한나절 정도의 여유가 생기면 고려 때 이승휴가 은둔하며 ‘제왕운기’를 썼던 고찰 천은사와 준수한 금강송림에 둘러싸인 준경묘를 추가할 수 있다. 특히 준경묘의 금강송림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꼭 한 번 찾아볼 만한 곳이다.
삼척시 미로면 활기리의 첩첩산중에 자리잡은 준경묘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5대조인 이양무의 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묘 자체보다도 주변의 소나무 숲이 더 인상적이다. 두세 아름은 될 성싶을 정도로 둥치가 굵은 금강소나무만 빽빽하게 들어찬 금강송림이다. 숲의 전체 분위기만 따진다면 경북 울진군 소광리 일대의 금강송림보다 훨씬 윗길이다. 그런데도 워낙 외진 곳이라 사람들의 발길은 뜸한 편이다. 활기리에서 준경묘까지는 제법 가파른 산길을 30분쯤 걸어야 된다.
둘째 날 04:50 기상 → 05:10~06:30 추암해변에서 해돋이 감상 및 해안 산책 → 06:30~07:20 추암해변의 횟집에서 아침식사(전복죽이나 생선찌개 추천. 미리 주문해놓을 것) → 07:30~08:10 세면 및 짐 정리 → 08:30~09:30 삼척 증산해수욕장~삼척해수욕장~삼척항 간의 새천년도로 드라이브 → 09:30~09:50 육향산 정상의 척주동해비 답사 후 죽서루로 이동 → 10:00~12:00 죽서루(관리소 033-570-3670)와 동굴엑스포타운(관리소 033-574-6828) 관람 후 오십천 천변도로의 쉼터에서 남산인공폭포를 감상하며 휴식 → 12:00~12:40 점심식사(막국수와 수육 추천) → 13:00~13:40 ‘제왕운기’의 산실 천은사(033-572-0221) 방문 → 14:00~16:00 미로면 활기리의 준경묘 금강송숲 둘러보기 → 17:00 동해고속도로 동해나들목 진입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여행지나 여행 추억 하나쯤은 가슴에 간직한 채 살아간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 유독 애틋하게 그리워지는 추억도 있을 테고, 마른장마 속의 후텁지근한 날씨를 일거에 날려줄 여행지를 알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에게는 강원도 동해시의 무릉계곡이 바로 그런 여행지다. 연일 찜통더위가 계속되거나 잠시 번잡한 세상사를 잊고 싶을 때, 또 바쁜 도시생활에 숨이 턱 막힐 즈음이면 그곳에 대한 동경의 념(念)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럴 때는 도리가 없다. 당장 짐을 꾸려서 무릉계곡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무릉계곡은 백두대간의 준봉들인 두타산(1353m)과 청옥산(1404m) 자락의 심산유곡이다. 일단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다. ‘무릉’은 낙원을 뜻하고, ‘두타’는 ‘속세의 번뇌에서 벗어나 맑고 깨끗하게 불도(佛道)를 닦는 산’이다. 한마디로 신선들의 땅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명경지수가 굽이쳐 흐르고,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이 즐비하며, 소나무와 참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찬 무릉계곡은 누가 봐도 선경(仙境)이다. 일찍이 조선의 명필 양사언도 이곳에 들렀다가 “유불선(儒佛仙) 삼합(三合)의 이상향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감탄했다.
하늘문 코스의 천연 전망대인 신선바위에서 바라본 두타산 능선과 무릉계곡.
무릉반석과 삼화사를 둘러본 뒤 숲길에 접어들면 계곡의 풍취는 점입가경이다. 병풍 속의 진경산수 같은 풍경이 줄을 잇는다. 발길 닿는 곳마다 펼쳐지는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의 비경 앞에 사람들은 한결같이 감탄사만 연발한다. 깎아지른 바위벼랑을 타고 가느다란 폭포수가 미끄러지듯 흘러내리는 학소대를 구경하고, 천상의 선녀가 내려와서 교교한 달빛 아래 목욕했다는 선녀탕도 구경할 수 있다. 무릉계곡의 아름다움은 상류로 올라갈수록 고조되다가 마침내 남성미 넘치는 쌍폭과 단아한 미인형의 용추폭포에서 최고조에 달한다.
매표소에서 계곡 길을 따라 용추폭포까지 오르는 데는 쉬엄쉬엄 걸어도 1시간 30분 안팎이면 충분하다. 골짜기가 깊은데도 등산로의 경사는 완만해서 대여섯 살 먹은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오르내릴 수 있다. 하지만 무릉계곡의 또 다른 탐방 코스인 하늘문 길은 어린이나 노약자, 고소공포증이 심한 사람은 아예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게 좋다. 무려 280계단이 70도 이상의 급경사를 이루는 하늘문의 철제계단은 사다리에 가깝기 때문이다. 담대한 장정들도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이다. 하지만 천연 전망대인 하늘문 정상과 신선바위에 올라서면 무릉계곡과 두타산 일대의 풍광이 조감도처럼 펼쳐진다. 계곡 길에서는 맛보지 못한 웅장함과 장쾌함에 심신이 날아갈 듯 가뿐해진다.
국내 유일의 도심 자연동굴인 천곡동굴의 커튼형 종유석.
도심 속 천곡동굴·추암해변 일출 잊지 못할 추억
신선의 땅 무릉계곡을 빠져나와 인간의 삶터인 도시에 들어서면, 금세 후끈한 열기가 온몸으로 감지된다. 그러나 국내 유일의 ‘도심 속 천연동굴’이라는 천곡동굴에서는 도시의 열기나 분주함을 전혀 느낄 수 없다. 동굴 내부의 온도가 사시사철 14~15℃를 유지하기 때문에 피서지로도 안성맞춤이다. 1991년 시가지 기반공사 중에 우연히 발견된 천곡동굴의 전체 길이는 1400m이지만, 그 절반인 700m 구간만 관광동굴로 개발됐다. 내부에는 국내 최장의 천정 용식구도 있고, ‘베이컨시트’라고도 불리는 커튼형 종유석, 독특한 형상의 방패종유석과 석주, 벽면을 타고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종유폭포 등 20여 종의 진귀한 생성물들이 눈길을 붙잡는다.
‘촛대바위’라고도 불리는 추암.
직업 여행작가의 길에 들어선 지 15년째인 필자에게 누군가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고장이 어디냐?”고 물을 때면 주저 없이 “삼척”이라고 대답한다. 사실 ‘산다운 산, 바다다운 바다’를 품은 삼척 땅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2박3일의 일정도 부족할 지경이다. 그러니 동해시와 연계하는 1박2일의 여정에서는 새천년도로, 죽서루, 오십천변의 엑스포타운 정도만 둘러볼 수 있겠다. 만일 한나절 정도의 여유가 생기면 고려 때 이승휴가 은둔하며 ‘제왕운기’를 썼던 고찰 천은사와 준수한 금강송림에 둘러싸인 준경묘를 추가할 수 있다. 특히 준경묘의 금강송림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꼭 한 번 찾아볼 만한 곳이다.
삼척시 미로면 활기리의 첩첩산중에 자리잡은 준경묘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5대조인 이양무의 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묘 자체보다도 주변의 소나무 숲이 더 인상적이다. 두세 아름은 될 성싶을 정도로 둥치가 굵은 금강소나무만 빽빽하게 들어찬 금강송림이다. 숲의 전체 분위기만 따진다면 경북 울진군 소광리 일대의 금강송림보다 훨씬 윗길이다. 그런데도 워낙 외진 곳이라 사람들의 발길은 뜸한 편이다. 활기리에서 준경묘까지는 제법 가파른 산길을 30분쯤 걸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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