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토크는 사업상 자주 드나드는 곳이다.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면 2시간 반 걸린다. 지역적으로는 동양권에 들고 예전에 우리 민족의 땅이었지만, 러시아가 근래 100여 년간 지배하면서 서양문화를 좇고 있다. 중심 거리에는 독일 상인들이 지었다는 고색창연한 유럽식 건축물 사이사이에 ‘로맨틱한’ 레스토랑이나 카페 따위가 자리잡고 있다.
처음엔 호기심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비싸다는 레스토랑에도 가보고 부둣가 서민 식당에도 가보았지만 특별하게 맛있다고 할 만한 음식도, 러시아식이라고 차별화할 만한 음식도 별로 없었다. 여기서 먹어본 음식 중에 참 맛있었던 것은 ‘곰새우’다. 크기는 서해안 대하만하고 생긴 것도 쏙 비슷하다. 달고 고소한 맛이 갑각류 중 최고이지 않나 싶다. 블라디보스토크 어시장에 가면 삶은 곰새우를 무게 단위로 파는데 여기에 칼칼한 러시아 맥주를 한 잔 걸치면!
블라디보스토크에도 한국 음식점들이 있다. 현대호텔(서울 계동 현대사옥과 똑같이 지어놓았다. 블라디보스토크 풍광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멀쑥함이란!) 지하에 있는 한국 음식점은 한국 사람들로 항상 만원이다. 느끼한 러시아 음식보다 낫기는 하지만 국내 호텔 한국 음식처럼 밋밋하고 개성 없기는 마찬가지다. 또 하나 큰 한국 음식점이 있다고 들었는데 시간 내서 가볼 만한 곳 같지 않아 상호도 기억에 없다.
배추와 부추, 돼지고기로 채운 만두도 일품
블라디보스토크에는 북한 음식점도 있다. 물론 북한 사람들이 운영한다. 상호는 ‘평양관’인데 중국에도 똑같은 음식점이 있는 것으로 안다. 아리따운 북한 여성 접대원이 “동포 여러분, 반갑습네다~” 하고 인사한다. 음식보다는 민족 비극이니 이데올로기니 하는 감상을 더 맛보게 하는 식당이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수차례 드나들면서 평양관은 의식적으로 가지 않았다. 평양에서 제대로 된 평양음식 먹을 기회가 곧 올 것이라고 믿고 그때까지 참아보자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6월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평양관에서 저녁을 먹어야 했다. 일 관계로 연해주로 초대한 분이 평북 박천 출신이라 이국 땅이지만 고향 맛 느껴보시라고 평양관으로 모신 것이다.
여러 음식을 먹었는데 한결같이 실망스런 맛이라 일일이 적기는 그렇고, 내 입에 ‘아, 이게 북녘 음식이겠구나’ 하고 느낀 음식 두 가지만 들겠다.
먼저, 만두다. 남쪽에서는 북한 만두 하면 큼직한 왕만두를 떠올리게 마련인데 평양관 만두는 중국집 물만두만하다. 만두피가 두툼한 듯하지만 숙성이 잘돼 입 안에서 스르르 녹는다. 속은 배추와 부추, 돼지고기만으로 채웠다. 적당히 익혀 배추가 살캉살캉 씹히고 부추 향내가 돼지고기 맛과 잘 어우러졌다. 접대원에게 맛있다고 칭찬하자 눈웃음을 치면서 “만두는 남조선보다 맛있지요”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다음은 김치다. 위 사진을 보면 그냥 배추김치 같지만, 자세히 보면 김치 국물이 꽤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자박자박한 게 숟가락으로 떠먹어도 될 정도다. 이 물기 덕에 ‘남쪽’ 김치보다 한없이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난다. 북녘에 고향을 둔 어른이 서울 을지로의 한 평양냉면집에서 냉면을 먹다가 했던 푸념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냉면 맛은 다 좋은데 김치가 영 아니야. 물기가 자박자박 있는 김치여야 시원한 맛이 나고, 이걸 냉면 위에 올려 먹어야 제맛인 법이거든. 냉면에는 온갖 신경 다 쏟는 것 같은데 김치는 왜 대충대충 하는지 모르겠네.” 서울의 평양냉면집으로는 ‘필동면옥’이 그런대로 북한 김치 맛을 낸다.
김치를 북한에서 가져오는지 여기서 담그는지 접대원에게 물어보지를 못했다. 평양소주에 얼큰해진 일행이 접대원에게 노래를 시켜 ‘반갑습니다’ ‘휘파람’ 따위 노래들로 음식점 안이 가득 찼고, 그 간드러진 북녘 여성의 목소리 때문인지 울컥해진 나는 음식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처음엔 호기심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비싸다는 레스토랑에도 가보고 부둣가 서민 식당에도 가보았지만 특별하게 맛있다고 할 만한 음식도, 러시아식이라고 차별화할 만한 음식도 별로 없었다. 여기서 먹어본 음식 중에 참 맛있었던 것은 ‘곰새우’다. 크기는 서해안 대하만하고 생긴 것도 쏙 비슷하다. 달고 고소한 맛이 갑각류 중 최고이지 않나 싶다. 블라디보스토크 어시장에 가면 삶은 곰새우를 무게 단위로 파는데 여기에 칼칼한 러시아 맥주를 한 잔 걸치면!
블라디보스토크에도 한국 음식점들이 있다. 현대호텔(서울 계동 현대사옥과 똑같이 지어놓았다. 블라디보스토크 풍광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멀쑥함이란!) 지하에 있는 한국 음식점은 한국 사람들로 항상 만원이다. 느끼한 러시아 음식보다 낫기는 하지만 국내 호텔 한국 음식처럼 밋밋하고 개성 없기는 마찬가지다. 또 하나 큰 한국 음식점이 있다고 들었는데 시간 내서 가볼 만한 곳 같지 않아 상호도 기억에 없다.
배추와 부추, 돼지고기로 채운 만두도 일품
평양관 만두(왼쪽)와 배추김치.
블라디보스토크를 수차례 드나들면서 평양관은 의식적으로 가지 않았다. 평양에서 제대로 된 평양음식 먹을 기회가 곧 올 것이라고 믿고 그때까지 참아보자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6월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평양관에서 저녁을 먹어야 했다. 일 관계로 연해주로 초대한 분이 평북 박천 출신이라 이국 땅이지만 고향 맛 느껴보시라고 평양관으로 모신 것이다.
여러 음식을 먹었는데 한결같이 실망스런 맛이라 일일이 적기는 그렇고, 내 입에 ‘아, 이게 북녘 음식이겠구나’ 하고 느낀 음식 두 가지만 들겠다.
먼저, 만두다. 남쪽에서는 북한 만두 하면 큼직한 왕만두를 떠올리게 마련인데 평양관 만두는 중국집 물만두만하다. 만두피가 두툼한 듯하지만 숙성이 잘돼 입 안에서 스르르 녹는다. 속은 배추와 부추, 돼지고기만으로 채웠다. 적당히 익혀 배추가 살캉살캉 씹히고 부추 향내가 돼지고기 맛과 잘 어우러졌다. 접대원에게 맛있다고 칭찬하자 눈웃음을 치면서 “만두는 남조선보다 맛있지요”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다음은 김치다. 위 사진을 보면 그냥 배추김치 같지만, 자세히 보면 김치 국물이 꽤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자박자박한 게 숟가락으로 떠먹어도 될 정도다. 이 물기 덕에 ‘남쪽’ 김치보다 한없이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난다. 북녘에 고향을 둔 어른이 서울 을지로의 한 평양냉면집에서 냉면을 먹다가 했던 푸념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냉면 맛은 다 좋은데 김치가 영 아니야. 물기가 자박자박 있는 김치여야 시원한 맛이 나고, 이걸 냉면 위에 올려 먹어야 제맛인 법이거든. 냉면에는 온갖 신경 다 쏟는 것 같은데 김치는 왜 대충대충 하는지 모르겠네.” 서울의 평양냉면집으로는 ‘필동면옥’이 그런대로 북한 김치 맛을 낸다.
김치를 북한에서 가져오는지 여기서 담그는지 접대원에게 물어보지를 못했다. 평양소주에 얼큰해진 일행이 접대원에게 노래를 시켜 ‘반갑습니다’ ‘휘파람’ 따위 노래들로 음식점 안이 가득 찼고, 그 간드러진 북녘 여성의 목소리 때문인지 울컥해진 나는 음식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